교수칼럼

우리는 하루 세끼를 먹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80년을 산다고 가정하면 식사를 위한 비용은 대충 계산해 보아도 억대가 되고, 먹는데 쓰는 시간도 엄청나다. 그러나 생명을 유지하려면 꼭 먹어야 하고, 먹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에 이 정도의 비용과 시간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에는 오히려 건강한 식품을 선택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사용될 전망이다. 유기농 기법으로 재배된 식품인지? 방사선이 조사된 식품은 아닌지? 유전자재조합(GMO) 식품은 아닌지? 원산지는 어디인지? 이 식품으로 어떤 영양소를 얼만큼 얻을 수 있는지? 트랜스지방, 포화지방, 당류는 너무 많지 않은지? 식이섬유, 비타민 또는 피토케미칼은 충분히 많이 함유하고 있는지? …..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정보가 참으로 많은데, 놀랍게도 이 모든 정보가 대부분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는 정보의 부족 보다는 수없이 많은 정보를 어떻게 선별하여 실생활에 적용하는 가로 전환되고 있다. 즉,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어떻게 무얼 먹지? 의 문제가 다시 생겨난 것이다.

모든 식품은 저마다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다. 식품의 영양적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영양밀도(nutrient density)의 개념이 만들어졌다. 칼로리는 높지 않지만 기타 영양소의 함량이 높으면 영양밀도가 높은 것으로 정의하고 질적으로 우수한 식품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당분이나 지질과 같이 열량은 많지만 다른 영양소를 거의 함유하지 않는 식품은 ‘빈 칼로리 식품(empty-calorie food)’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식품에 함유된 영양소의 종류는 수십 가지가 넘으므로, 영양밀도는 각각의 영양소별로 평가하게 된다. 예컨대 육류에는 양질의 단백질이 많이 있으나 칼슘은 거의 없으므로, 단백질의 영양밀도는 높으나 칼슘의 영양밀도는 낮은 것으로 평가한다. 과일과 야채는 비타민을 제공하는 좋은 급원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채소로 당근만 선택하면 엽산을 섭취할 수 없다. 당근은 엽산의 영양밀도가 낮으며, 엽산의 영양밀도가 높은 식품으로는 브로콜리와 같은 짙은 녹색의 야채를 들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모두 갖춘 식품은 없으며, 어떤 식품도 ‘좋은 식품’ 또는 ‘나쁜 식품’으로 구분할 수 없다. 한 가지 식품으로는 모든 영양소를 얻을 수 없으니, 다양한 식품을 조합하는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토마토를 넣은 참치 샌드위치와 우유 한 잔 그리고 사과 한 개를 조합하여 선택하면 한끼에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모두 섭취할 수 있다. 여기에 적당량의 설탕과 기름을 더하면 음식의 맛을 돋우고 비타민 E와 필수지방산을 추가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만일 한끼의 식사가 불균형하였다면 하루 식사에서 이를 보충할 수도 있다. 점심에 패스트푸드를 먹어 지방, 설탕, 열량의 섭취가 높았다면, 저녁에는 과일, 야채를 선택하여 점심에 과도하게 먹은 영양소의 섭취를 줄인다. 결국 “어떻게 무얼 먹지?”를 생각할 때에는 한 가지 식품에 집중하지 말고 전체 식사에 초점을 맞추어 적당한 조합을 이루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좋은 식사의 기본 원칙은 “다양하게”, “균형되게”, “적당하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양하게 ”먹기 위해, 하루에 먹는 식품의 종류를 세어보자! 곡류, 육류, 채소/과일류, 우유/유제품, 견과/당류/유지류. 이렇게 다섯가지로 식품군을 정하고, 매일의 식사에서 각 식품군에 해당하는 식품이 골고루 선택되었는지를 확인한다. “균형되게” 그리고 “적당하게” 먹기 위해, 식품의 영양표시를 읽는 습관을 가져보자! 칼로리,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의 함량이 모두 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칼로리 섭취를 적당하게 유지해야 한다면, 하루에 먹는 모든 식품별로 표시된 칼로리의 함량 그리고 권장섭취량에 대한 비율을 더해보자. 만일 권장섭취량의 100%를 넘었다면 과다하게 섭취한 것이 된다. 반대로 비타민 C에 관심이 있다면, 이에 집중하여 카운트 를 시작한다. 하루 총 섭취량이 권장섭취량의 100%를 미치지 못하였다면, 평상시 먹지 않은 식품 중 비타민 C 함량이 높은 식품을 찾고 대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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