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 KTX 여승무원 34명이 코레일(KORAIL, 한국철도공사)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여승무원들은 2004년 KTX 개통 당시 파견근무직으로 고용됐다가 2006년 KTX 관광레저로 위탁업체가 이적됐다는 사실을 일방적으로 통보받고 이직을 거부하다 해고됐다. 여승무원들은 해고된 후 약 3년간 끊임없이 시위와 농성을 진행했다. 그리고 결국 4년 3개월만에 그들의 권리를 되찾았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상징으로 불렸던 KTX 여승무원의 승소에는 사실 많은 함의가 있다. 우선 이번 판결로 간접 고용이 위법임을 증명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이번 판결은 앞으로 간접고용을 매개로 한 성차별 규제의 본보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아직도 많은 여성들은 비정규직과 간접고용의 굴레 속에서 살고 있다. 조순경 교수(여성학과)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KTX 여승무원들과 같은 간접 고용이 여성 직종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2009년 8월 근로형태별 및 비임금 근로 부가조사 결과’자료에 따르면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는 2008년 대비 11.9% 증가했다.

또한 노동부가 2007년 6월 기준 4만2천161개 사업체의 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비정규직 여성의 시간당 정액급여는 6천193원으로 1만2천430원을 받는 정규직 남성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임금 문제에서마저 차별 받는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들이 매년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본교에서도 1월 27일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며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이들은 “건물의 외곽까지 청소하는 과도한 작업량에도 불구하고 한 달 78만원에 불과한 임금, 반복되는 재계약과 고용불안, 열악한 휴게실이 본교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현실”이라며 “이화여대가 직접 나서 고용불안 해소와 생활임금 지급을 해 줄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청소영역 노동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43만2천411명의 미화노동자 중 77.4%가 비정규직이었다. 또 이들 중 74.3%는 여성이었다.

여성의 비정규직과 간접고용 문제는 청소용역 노동자들처럼 힘없고 소외된 이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개 회원국과 한국의 이공계 박사 현황을 비교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이공계 여성 박사의 비정규직 비율은 3명 중 1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여성 비정규직 문제는 이제 관심을 넘어서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와 정책을 필요로 한다. 본교는 그동안 여성 문제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왔을 뿐만 아니라 사회를 향해 다양한 여성 정책을 제안했다. 김선욱 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본교는 사회에 대한 헌신, 협력, 책임을 갖는 여성 지성 공동체로서의 사명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여성을 위해 본교가 가장 먼저 앞장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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