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김소정씨, 삼성석유화학 김나현씨, 도이치은행 정원씨 등…이화인 7인에게 듣는 상반기 취업 노하우

9월부터 본격적으로 하반기 공개채용이 시작됐다. 올 하반기 주요 대기업과 금융권 채용인원이 당초 계획보다 늘어남에 따라 많은 이화인들이 취업준비에 한창이다. 본지는 취업 시즌을 맞아 상반기 취업에 성공한 이화인들에게 입사 노하우를 들어봤다. 이번 취재에는 경력개발센터가 협조했다.

△외국어 능력이나 자격증 보다는 융통성과 상황대처능력에 주력…신한은행 김소정씨
김소정(국문·10년졸)씨는 6월 3일 신한은행에 최종합격해 8월부터 의정부지점 기업금융팀에서 수습행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은행 입사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뛰어난 영어실력과 전문자격증 보다는 융통성과 상황대처능력을 키우라고 조언했다.

“어학연수나 해외유학을 굳이 갈 필요는 없어요. 1:1 면접 당시 6명의 면접자 중 저를 제외한 5명은 모두 어학연수를 다녀왔지만, 해외체류경험이 없어도 질문에 적합한 답변을 할 수 있는 것이 더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는 금융계통에 취업하려면 반드시 자격증을 따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김씨는 “증권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일임투자자산운용사 등의 자격증이 없었는데도 토익, OPIc 점수와 MOS 자격증만으로도 합격할 수 있었다”며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이 자격증 때문에 금융권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서류전형은 변별력이 떨어지고, 2차 최종 임원진 면접은 면접시간이 짧다”며 “입사 과정에서는 1차 면접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1차 면접 때는 자기소개서에 기반을 둔 심층 인성면접, 토론면접,팀 활동 수행 능력 평가, 직무 상황 대처 능력 평가가 약 6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면접에서는 지식보다 논리력이 요구됐다. 그는 “융통성과 원칙 사이에서 갈등하게 하는 질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질문은 ▲감사가 진행되는 날 1천원이 모자라는 상황 ▲입사 워크숍이 있는 날 자격증 시험이 겹쳤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 내용이었다. 그는“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차분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업무에 지원하는 다른 계열사 사람들과 스터디…삼성석유화학 김나현씨
4월 말부터 삼성석유화학 국내영업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나현(경영·10년졸)씨는 취업 준비를 위해 경력개발센터 프로그램과 스터디 모임을 활용했다.

그는 “카메라 테스트가 가능한 모의 면접, 이력서 작성법, 리더십 훈련수업, 취업 강의 등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며 “면접 전날 경력개발센터에서 발표 면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실전에 적용해 효과를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4학년 2학기를 앞둔 겨울방학에는 경력개발센터에 올라온 공지를 보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코트라(KOTRA)의 인턴십 채용 공고에 지원, 합격해 활동하기도 했다.

김씨는 삼성의 다른 계열사에 같은 업무(경영지원팀)로 지원한 학생들과 스터디 그룹을 결성해 면접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는 “지원팀은 동일하나 계열사가 달라서 경쟁심 없이 서로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는 분위기였다”며 “스터디원 4명 중 3명이 합격했다”고 말했다.

학과 선배들의 조언도 많은 도움이 됐다. 김씨는 “선배들이 ‘면접 때 모르는 질문이 나오면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며 “실제 면접에서도 답변할 내용이 정답이 아님을 직감했을 때, 일단 잘 모르겠다고 답변한 뒤 성의껏 부연설명을 했더니 긍정적인 인상을 남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면접에서는 리더십을 강조해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경영학과 학생대표였던 그는 “학생회 경력은 리더십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칫 새침해보일 수 있는 이미지를 보완해줬다”며 “학생회비를 절약해 휴대폰 충전기를 설치하거나 전공 설명회를 기획했던 활동들을 자신 있게 설명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은 수시채용 노려야…도이치은행 서울지부 정원씨
상반기 도이치은행(독일 본사, 서울 지점)에 입사한 정원(특수교육·05)씨는 6월부터 투자은행 업무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외국계 회사의 경우, 한국시티은행, SC제일은행, 로레알, IBM 등 국내 채용 인원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정기 공채를 실시하고 있는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주로 수시 채용을 통해 입사할 수 있다. 채용 인원이 적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수시채용을 통해 입사하기 위해 “경력개발센터 홈페이지 및 다양한 취업포탈사이트 등을 수시로 살펴봐야 알짜배기 채용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취업에 도움이 됐던 조건으로 영어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구사 능력과 해외 봉사 및 교환학생 경험을 꼽았다. 그는 “여러 교외 활동을 얄팍하게 보여주기보다 한 가지라도 심도 있게 경험해 보는 것이 경험을 통한 성장을 증명하는데 용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에게 맞는 진로를 결정하고 커리어를 쌓기 위해 2학년 때부터 경력개발센터의 많은 프로그램들에 참여했다. 경력개발센터에서 이력서 첨삭을 받거나, 모의직무적성검사, 프리젠테이션 특강 등 진로 및 취업 관련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용했다.  그는 “취업시즌에는 하루에 두 번 이상 경력개발센터 홈페이지에서 채용 공지를 확인했다”며 “지원하는 기업의 동향을 꾸준히 살피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면접은 당당하고 솔직하게 끼 보여줘야…삼성전자 김태연씨
김태연(법학·10년졸)씨는 취업준비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인 4월 12일 삼성전자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정치외교학을 부전공한 그는 취업 전 2년간 외무고시를 준비했었다.

김씨는 “남들에 비해 취업 준비를 많이 하지 않았지만, 즐기면서 공부한 외무고시의 내용이 SSAT와 유사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와 불어에 능통해 영문 및 불문서 번역을 해왔다. 1학년 때부터 꾸준히 해온 불문학 스터디를 통해 통역 능력까지 갖추게 됐다. 그는 “불어 실력은 어렸을 때부터 다져놓은 영어실력과 함께 외국어에 능통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토론 면접에 생소한 내용이 나왔다면 적극적으로 자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는 “면접 시 잘 모르는 토론 주제가 나왔지만 먼저 사회자를 하겠다고 자원했다”며 “도전정신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부만 잘하는 모범생이 아니라 이러한 도전정신과 끼가 충만한 인재를 원하는 것 같았다”며 “토익 점수가 500대인 사람도 합격한 경우를 봤다”고 말했다. 김씨에 의하면 당시 채용 합격자 중에는 음향전문가나 물리학도, UCC 제작자, 래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만의 재능을 갖춘 사람들이 있었다.

△전문성, 업무능력에 주변과의 융화능력 갖춰야…CJ 오쇼핑 정다운씨

정다운(시디·10년졸)씨는 서류평가, 인적성, 인성 면접, PT 면접을 통과해 7월6일부터 CJ 오쇼핑 방송기술팀에서 컴퓨터그래픽(CG) 업무를 맡고 있다.

정씨는 CG 분야 취업 시 갖춰야 할 자질 중 ‘전문성과 업무능력’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작년 9월 하반기부터 6개월간 취업을 준비한 그는“디자인 스터디 그룹에서 시각패키지, 광고디자인 등 다양한 세부전공자들과 교류하면서 더 전문적으로 공부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부터 CJ 오쇼핑 채용 절차에 도입된 PT(presentation, 발표) 준비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씨는 “면접의 발표 주제가 공지된 2~3일 후 면접관들 앞에서 50분 동안 발표를 진행해야 한다”며 “PT 현장에서 사전에 준비한 자료는 소지할 수 없으니 상품디자인의 개선점 등 예상 문제를 구상하고 연습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면접 시 디자인에 관한 전공지식 못지않게 조직에 대한 순응력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씨는 “입사 후 인사팀장으로부터 자기주장이 너무 뚜렷해 상대방과 융화되기 힘들 것 같거나, 너무 여려서 상처를 잘 받을 것 같은 인상은 선호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전공과 직무를 연결시켜 자신의 잠재력을 드러내야…CJ E&M 강혜련씨

강혜련(정외·10년졸)씨는 CJ 상반기 공채에 합격한 후 7월부터 Mnet미디어 인사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강씨는 면접 준비 시 자신이 경험한 활동과 회사와의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차 면접 때, 한류가 동아시아 통합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졸업논문을, 2차 면접에서는 삼성생명 HRD(인재개발) 파트 인턴십 경험을 소개했다”며 “전공과 직무를 연결시켜 내가 가진 잠재력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면접장에서 순발력을 갖고 재치 있는 답변으로 승부하라”고 조언했다. Mnet미디어는 음악콘텐츠를 제작, 배급하는 뮤직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므로 세련되고 유쾌하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상황대처능력은 금방 형성되지 않는다”며 “학부 시절 다양한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부시절 해외봉사활동, 국제 사진페스티벌, 독도 아카데미 활동 등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전공지식과 시사상식공부 꾸준히 해야…CJ 제일제당 조예진씨

조예진(식영·10년졸)씨는 7월 상반기 공채를 통해 CJ 제일제당에 입사했다. 그는 현재 장류(된장, 고추장 등)팀에서 발효기반기술을 연구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중이다. 조씨는 본교 식품영양학부 졸업 후 본교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는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만 지원 가능한 R&D 직군에서 서류, 인적성, 전문성 면접, 임원 면접(최종 면접)의 절차를 거쳐 최종합격했다.

대학원 시절, 조씨는 논문 작성 및 실험과 취업 준비를 병행했기 때문에 스터디를 할 여유가 없었다. 조씨는 “스터디로 남들과 정보를 공유할 수 없어 일간지 3개를 구독하면서 사회 이슈와 문화 등 시대적 흐름을 익히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신문을 손에서 놓지 않은 그의 노력은 면접 때 진가를 발휘했다. 조씨는 면접 현장에서 된장에 대해 연구한 대학원 때의 경력과 관련해 ‘된장이 발효과정에서 저염화(염분이 낮아지는 것)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신문에서 본 관련 내용을 예로 들어 자신감 있게 답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연구한 내용에 대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며 향후 개선점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며 “산업적으로 적용 가능한 방법을 연구하며 산업적 마인드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은 기자 kke1206@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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