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인문학 교실

얼마 전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우리 곁을 떠났다. 앙드레 김을 떠올리면 그가 그토록 강조한 ‘엘레강스’라는 단어가 함께 떠오른다.

이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 동사 엘리게레(eligere)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엘리게레는 본래 ‘과일을 따고 나무를 뽑아 버리다’라는 의미였다. 이 단어의 형용사형은 엘레간스(elegans)였고, 12세기에 이 단어로부터 프랑스어 엘레강(elegant)이 나왔다. 엘레강쓰(elegance)는 15세기 말 바로 이 형용사로부터 파생된 명사다. 따라서 엘레강쓰는 마치 과일 나무에서 최상의 과일만 따듯 ‘여러 가지 중에서 엄격하게 선택된 것의 고상함’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엘레강스라는 단어는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잘 어울리는 단어인 것 같다. 불한사전을 보아도 “우아한 여자[남자]; 고상한 체하는 여자[남자]”라고 정의하면서 남자는 [...] 안에 넣고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 보아도 마찬가지다. 1950년대 소위‘엘레강스 스타일’이 크게 유행하였는데, 이 스타일은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패션이었다. 그 대표적 디자이너는 디오르(C. Dior), 발렌시아가(C. Balenciaga), 샤넬(G. Chanel) 등이다. 특히 1947년 디오르는 ‘뉴룩(New look)’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전쟁 중의 경직된 남성적인 복장에서 가는 허리, 부드러운 어깨를 표현함으로써 여성다운 우아함을 강조하였다.

다시 앙드레 김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그는 1950년대 이 엘레강스 스타일에 매료되어 그것을 한국 패션계에 도입하고자 노력한 사람이었다.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흰색 의상만 고집한 그의 삶은 그 자체가 엘레강스였던 것 같다.

그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긴 한 네티즌의 글이 생각난다. “이제 하늘나라로 가셨으니 천사들의 의상이 더욱 화려해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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