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이번 호에서 자치단위 ‘변태소녀하늘을날다(변날)’에 기부금을 전달한 독일인 학생들을 취재해 보도했다. 올해 1학기 본교에 교환학생으로 재학한 안드레아 슈미츠씨 외 21명의 독일인 학생은 국제교류처가 주최한 ‘2010 Ewha Global Festival’ 행사에 참여해 확보한 수익금 21만3천원을 6월17일 변날에 전달했다. 변날은 해당 기부금을 10월 중 개최할 레즈비언 문화제의 예산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본지는 1381호 9월1일자에도 기부에 관한 기사를 보도했다. 북미지역 동문들이 2007년부터 파주캠퍼스 건립 사업을 위해 ‘1만 달러 기부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으며, 최근까지 모금한 금액이 65만 달러(한화 약7억7천만원)에 이른다는 내용이었다.

독일인 학생들이 변날에 전달한 기부금 21만3천원은 북미지역 동문들의 모금액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지만 그 뉴스 가치는 덜하지 않다.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은 국내에서 이러한 미담 기사는 뉴스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학생들이 특정 집단의 운동 방향에 뜻을 같이한다는 이유로 선뜻 기부금을 내는 일은 국내 대학가에서 찾아보기가 거의 힘들다.

독일에서 기부는 일상이다. <한겨레21>의 2006년 2월 16일자 보도에 따르면 독일인들의 자선 기부문화와 그 규모는 기록적이다. 조사 결과 1년에 5회 이상 자선 기부금을 내는 가구의 비율이 약 50%였으며 2004년 한 해 독일 민간 자선 기부금의 총액은 약 50억 유로(약 5조6천억원)에 다다랐다. 이 중 빈민, 사회 약자, 구호단체 후원금이 10억 유로에 이르렀다.

가진 자들이 가지지 못한 자들을 위해 희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에서 공부해온 독일인 학생들이 변날에 기부금을 전달한 것은 어쩌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다만 한국 사회가 아직은 이를 놀라운 일이라고 여길 뿐이다.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한 움직임은 중앙에서부터 일어나야 한다.  <한겨레21> 강정수 전문위원은 독일의 기부 문화에 대해“전쟁 및 경제 부흥기를 겪고 현재는 연금을 받아 생활하는 독일 노년층이 사회 봉사와 자선 기부금 문화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도 기부와 관련한 미담 기사가 하루에도 몇 개씩 보도되지만 그것이 기부 문화 확산으로 직결되지는 못한다.

오히려 기부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일부 대학생이다. 고정 자산이 없는 대학생들은 비교적 획기적인 방식으로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작년 야구 점퍼 판매 사업을 진행한 ‘스쿨 유니티(School Unity)’가 그 예다. 본교, 연세대, 고려대, 경희대 등 각 대학의 일부 학생들은‘스쿨 유니티‘를 결성해 학교 로고가 새겨진 야구 점퍼를 제작·판매했다. 이들은 이 사업의 수익금을 전액 ‘캄보디아 생명의 우물 파기 캠페인’에 기부했다.

기부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이다. 기부가 일상이 될 수 있도록 기부 문화를 확산하고 새로운 기부 방식을 창안 및 개선해야 한다.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나라가 곧 제2의 로마제국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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