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유나(서양화·01년졸)씨의 ‘2010 F/W 뉴욕컬렉션(가을, 겨울용 고급 여성 의류 패션 발표회)’발표작이 4월6일(화)자 <WWD(Women’s Wear Daily)> 1면에 단독으로 소개됐다. WWD는 기사에 “소재, 조직, 색조의 미묘한 혼합과 단순한 형태미가 영리한 대조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양씨는 뉴욕의 패션 디스트릭트(패션 중심구역)에서 현지 매장에 자신의 브랜드를 입점 시키고 쇼룸(Showroom, 의상을 판매하거나 전시하는 곳)을 운영 중인 신인 디자이너다.

1910년 창간해 100년 역사의 전통을 이어온 <WWD>가 한국인 디자이너를 단독으로 소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2010 F/W 뉴욕컬렉션’컨셉은 1920년대 무성영화시대를 대표하는 배우 ‘루이스 브룩스(Louise Brooks, Lulu)’에서 따왔다. 양씨는 그가 출연한 영화 ‘판도라 박스(Pandora Box)’와 책 「룰루 인 헐리우드(Lulu in Hollywood)」에서 영감을 받아 의상을 제작했다.

“소재를 쓰는 데에 있어 모험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색상과 재질을 특이하게 쓰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 같아요.”

양씨가 특히 많이 사용하는 소재는 실크저지(silk jersey, 부드러운 소재의 천)와 레이스다. 그는 스타일 뿐 아니라 의류의 질까지 만족시켜줄 수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는 학부 시절 서양화를 전공했다. 졸업 후 오페라와 이태리 문화를 동경하는 마음으로 이탈리아 밀라노로 떠났다. 몬테나폴레오네(Monte Napoleone, 밀라노의 명품거리)의 이태리 명품 브랜드 발렌티노 매장에서 오뜨 쿠띄르(고급 맞춤복)와 마주한 순간, 그는 패션에 눈을 떴다.

“30년을 넘게 일한 이태리 할머니가 보여줬었죠. 순간‘나도 이런 옷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느꼈고 곧 밀라노의 패션학교 마랑고니에 입학했죠.”

마랑고니에서 1년을 공부한 뒤, 양씨는 이태리 명품 브랜드 ‘알비에로 마르티니(alvieromartini)’에서 이브닝드레스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더 깊은 학문을 위해 세계3대 패션학교인 영국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 Martins)’에서 여성복을 전공했고, 여성의류 브랜드 앤소피백(Ann-sofie back)과 클레멘트 리베로(Clement Ribeiro)에서 경험을 쌓았다.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준비를 마친 양씨는 작년 5월 미국 뉴욕으로 건너왔다. 뉴욕은 세계 최대의 패션시장이며, 신인디자이너에 대한 관심과 후원이 많은 도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양씨는 인맥도, 자본도 없는 뉴욕시에서 무척 힘들었다. 그는 컬렉션 준비기간에 직접 수많은 천 가게와 공장들을 매일 둘러보는 등 성실한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점차 주변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갖은 노력 끝에, 작년 가을 자신의 브랜드 ‘Yuna Yang’을 뉴욕 맨하탄의 패션 디스트릭트에 설립할 수 있었다. ‘2010 S/S 뉴욕컬렉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뉴욕패션계에서 인정받는 편집샵 ‘데보라 스미스’, 뉴욕 소호의 편집샵 ‘데뷰’등에 자신의 브랜드를 입점하기도 했다.

양씨에 의하면 디자이너란 ‘상상하는 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것’이 매력인 직업이다. 그는 이 직업을 평생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세계를 누비는 그의 옷에 이화의 향기가 묻어있다.          

정서은 기자 west_silver@ewhain.net
사진제공: 김진엽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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