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 수업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자신이 몇 가지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강의실에 있던 학생들 80%는 자신이 4가지 이상의 얼굴을 가졌다고 답했다. 자신이 한 가지의 얼굴만을 가지고 있다고 답변한 학생은 단 한명도 없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타인과 교류하며 다양한‘얼굴’을 형성해간다. 타인과 교류하며 형성되는 얼굴은 부모를 대할 때와 친구를 대할 때, 직장 상사를 대할 때, 각각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인간이 본래적으로 가지고 있는‘인정에 대한 욕구’에 근거한다.

인정에 대한 욕구란 개인이 그가 소통하고자 하는 타인 또는 집단이 요구하는 것을 만족시켜줌으로써 그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소통의 상대가 요구하는 모습에 완벽히 들어맞는 모습을 갖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개인은 항상 현실적 요구와 불일치되는 스스로에게 좌절하며 인정에 대한 갈증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러한 현실세계에서의 괴리감을 요즘 세대들은 포털 사이트들의 블로그, 혹은 싸이월드와 같은 ‘소셜 미디어(Social media)’에서 또 다른 자신을 만들어 해소하고자 한다.

지난 4월 인터넷조사기관 코리안클릭의 설문결과에 따르면 현재 2~30대 인터넷 이용자 16,264,806명 중 93.4%는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다. 이들은 하루 평균 30분 이상을 소셜 미디어에 투자한다.

소셜 미디어는 대부분 홈페이지 형태로 구성돼있으며 사용자 개인이 타인에게 스스로를 알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소셜미디어 속에서 개인은 자신의 일상사를 적거나, 특정 이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며, 사진첩에는 자신의 생활을 담은 사진을 업로드 한다. 그와 소통하고자하는 다양한 집단의 구성원들은 그의 미디어 페이지에 접속함으로써 그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며, 그와 교류하고자 한다. 

온라인에서 형성된 소셜 미디어 속에서 개인은 ‘자신에 대해 어떤 정보를 공개할 것인가’의 여부에서 선택권을 가진다. 선택권의 부여는 개인이 또 다른‘나’의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을 용이하게 한다.

포토샵을 통해 미화된 독사진과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차려 입고 찍은 사진, 그리고 다이어리에 올려져있는 유명인의 모토(motto)들은 모두 홈페이지의 주인이‘아름답고, 능력 있으며, 진취적’이라는 것을 방문자들에게 보여준다. 개인들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방문하는 사람의 수와 자신의 게시물의 조회수가 증가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업그레이드된 모습이 상대 집단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만족감을 얻는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네이버(Naver), 다음(Daum) 등의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블로그, 싸이월드(Cyworld), 트위터(Twitter), 페이스북(Face Book) 등 다양한 소셜 미디어들을 통해 그들의 여가시간을 즐기며 타인과 교류하고자 한다. 글쓴이 또한 여기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며 좀 더 이상적인 자신을 만들어 타인과의 소통하려는 노력을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우리는 가상 속 공간에서 만들어진 우리들의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특수성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가상공간 속 개인의 모습들은 현실의 개인이 구비하고 있지 않은 요소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 속의 ‘인정받는 나’에서 눈 돌려 ‘현실 속의 정체되어있고 소외된 나’를 마주하는 순간 이것은 개인에게 또 하나의 좌절감을 안겨줄 소지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소셜 미디어 이용자가 1000만 명을 넘는 시대. 이러한 소셜 미디어들은 개인들에게 자신을 재창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서 그들의 ‘인정에 대한 갈증’을 풀어준다. 하지만 여기에서 이용자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해 확신을 가져야 한다.

“과연 어느 것이 나의 진짜 모습인가? 어느 것이 주체가 되어야하는가”
이용자들이 이 질문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답변을 가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소셜 미디어는 1000만 명이 넘는 개인들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서 개인들의 진정한 욕구 충족의 장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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