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멕 지리 역으로 2010 더 뮤지컬 어워즈 신인상 후보 오른 정단영씨

“무대 위의 영광, 당신에게 무릎 꿇고 간청해요, 팬들의 환호를 잊었나요, 당신에 대한 열정….”

잠실 샤롯데시어터 안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삽입곡‘프리 마돈나(PRIMA DONNA)’가 울려퍼진다. 무대 위 배우들 사이에서 정단영(무용·05년졸)씨가 흰 발레복을 입고 맑은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여주인공 크리스틴의 절친한 친구 멕 지리 역을 맡은 정씨는 5월12일(수) ‘제4회 2010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미스코리아 이하늬씨,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씨 등과 함께 여자 배우 신인상 후보에 올랐다. 인터뷰 당일에도 오후8시 공연을 앞두고 있던 그를 5월25일(화) 오후4시 잠실 샤롯데시어터 앞에서 만났다.

언론에서 그를 평가하는 수식어는 화려하다. 데뷔 8년차인 그를 언론은 ‘맑고 투명한 목소리와 수준급의 발레 실력을 보유’, ‘‘준비된 맥 지리’라는 평을 들을 만큼 상당한 실력파 인재’라 평가한다.
“좋게 평가해 주시고, 더 뮤지컬 어워즈 신인상 후보에까지 오르니 아직 얼떨떨해요.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정씨가 어렸을 적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꿨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대학생 때까지 발레리나 지망생이었다.
“클래식 발레를 전공했고 발레단에 들어가는 게 꿈이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발레를 시작해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거쳐 우리 학교 무용과에 입학하기까지 다른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죠.”

그런 그에게 대학교 2학년 때 슬럼프가 찾아왔다. “불현듯 규격화, 공식화된 틀이 있는 클래식 발레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홀로 방황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신상미 교수(무용과)의 교양수업에서 안무가 매튜 본(Matthew Bourne)의 ‘백조의 호수’공연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분명 음악은 익숙한 클래식인데 안무는 현대식이었어요. 발레라곤 클래식밖에 모르던 제게 획기적인 발견이었죠. 단번에‘이게 내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장르를 알아보니‘댄스 뮤지컬’이라고 하더군요.”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매력에 매료된 정씨는 이후 뮤지컬에 대해 닥치는 대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기회가 찾아왔다. 친척 오빠가 뮤지컬 ‘킹앤아이(King and I)’의 스탭으로 일하던 지인을 소개해 준 것이다. “당시 뮤지컬 ‘킹앤아이’는 이미 오디션이 끝나서 캐스팅을 다 마친 상태였는데, 앙상블(군무를 담당) 중 한 자리가 비어서 급히 무용 경력자를 구하고 있는 상태였죠. 학교에 다니고 있었지만,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덥석 그 자리를 잡았어요.”

그 후, 그는 낮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저녁에는 공연 무대에 올랐다. “공연 기간 중에는 따로 연습을 하지 않으니까 공부와 공연 두 가지를 병행할 수 있었어요. 뮤지컬을 정말 하고 싶어서 필사적이었던 것 같아요.”

배우 초창기, 정씨는 주로 대사가 없는 앙상블 역할을 맡다가 2005년 ‘풋루스’이후 조금씩 비중 있는 역을 맡기 시작했다. 그는 ‘풋루스’공연에 대해 “남들 앞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연기와 노래를 했는데, 잘 하지 못해 혼났기도 많이 혼났다”며 “정말 힘들었기 때문에 잊을 수 없는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그때 같이 혼나며 친해졌던 배우들은 지금까지도 제일 친한 친구로 남았다.

뮤지컬배우로서의 경험이 많아질수록 잊을 수 없는 기억도 하나 둘 늘어갔다. 2004년 공연한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배우 황정민씨와 함께 무대에 섰을 때의 에피소드는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다.

“의상 담당이 황정민씨 의상 사이즈를 잘못 재단해 바지가 너무 작게 나왔었는데,  황정민씨가 그걸 모르고 무대에 올라갔다가 공연 도중 솔기가 터지면서 바지가 훌렁 내려간 거예요. 관객 앞에서 얼마나 당황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식은땀이 나요.”

처음부터 끝까지 라이브로 진행되는 뮤지컬의 특성상 실수를 했던 경험도 적지 않다. 처음으로 대사가 있는 역할을 맡았던‘풋루스’공연 도중 갑자기 다음 대사를 잊은 일도 있었다.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대사가 생각나지 않았어요. 2~3초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몇 시간은 그 자리에 멈춘 것 같았죠. 다행히 상대 배우가 알아채고 재빨리 다음 대사로 넘어가 줘서 큰 탈 없이 지나갔어요.”

오랫동안 꿈꿔온 진로를 바꿨지만 정씨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그때 뮤지컬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어요. 앞으로도 할 수 있을 때까지 뮤지컬 배우를 계속 해나가고 싶어요.”

정씨는 최근 보컬학원에 다니며 노래실력을 키우고 있다. 발레 전공인 그에게 노래는 정복해야 할 산이다. “요즘 들어 예술이라 할지라도 무언가를 해내려면 재능 1%에 노력 99%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하는 정씨. 끊임없는 노력으로 미래의 뮤지컬 무대 위에서 계속 빛날 그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글·사진 : 문호은 기자 he@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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