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교양교육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0.6%, 인터넷 자료 짜깁기해 보고서 작성한 경험 있다고 답해

한국전통문화학교 송영대(문화유적학과·06)씨는 2006년 9월8일(금) 한 포털사이트에 동북공정에 관한 글을 올렸다. 그 후 송씨는 우연한 기회에 인터넷을 검색하다 자신의 글이 3개의 레포트 공유 사이트에서 유료로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뿐만 아니라 그의 글은 작성자까지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송씨는 “내가 쓴 글을 자신이 쓴 글인 척하면서 남에게 판매하는 행위는 도저히 용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영대 ㄱ씨는 2008년 11월 과제 제출을 위해 레포트 공유 사이트에서 자료를 구매했다. 그는 내려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과제를 작성해 제출했다.

ㄱ씨는 “과제를 제출할 때, 다른 자료를 참고했다는 말은 쓰지 않았다”며 “그 후 양심의 가책을 느껴 다른 레포트를 표절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의 학습표절이 위험 수위에 도달하고 있다.

가톨릭대 교양교육원에서 2008년 11월20일(목)~12월9일(화) 실시한 학습윤리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2008년 2학기 재학생 1천162명 중 80.6%의 학생들이 ‘인터넷 자료를 짜깁기해 보고서를 작성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대학생들의 표절의식 역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여대 교육대학원 서윤경 교수(멀티미디어교육전공)의 ‘대학생의 표절 지식 및 행위에 대한 조사 연구’논문에 따르면 학생들이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하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경우’가 표절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90.24%에 달했다.

반면 ‘다른 사람이 쓴 문장은 인용하지 않았지만, 글의 전개 구조를 본떠서 보고서를 작성한 경우’가 표절이라고 응답한 학생은 전체의 24.92%에 그쳤다.
‘다른 과목에서 제출했던 보고서를 또 다른 과목에 약간 수정하여 다시 제출한 경우’가 표절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비율도 24.09%로 나타났다.

서 교수는 논문에서 “학생들이 적절하지 못한 인용만 표절이라고 생각한다”며 “글의 구조를 본떠서 보고서를 작성한 경우나 동일한 글을 다른 과목 수업시간에 내는 것을 표절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대학의 경우, 표절 규정 기준은 우리나라보다 엄격하다.

미국 하버드대(Harvard University)는 ▲출처를 명시하지 않고 정보나 데이터를 무단으로 실은 경우 ▲인용 부호 없이 다른 사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인용한 경우 ▲출처를 밝히고 원저자의 주장을 요약하는 축약문을 썼으나 인용부호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 ▲출처와 다른 단어, 표현을 썼더라도 글의 구조와 전개방식을 본뜨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경우를 표절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버드대는 표절 방지 교재 『출처를 인용하는 글쓰기 가이드북(Writing with Sources-A guide for Students)』을 이용해 재학생들에게 옳은 인용 방법도 설명하고 있다.

국내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표절을 줄이기 위해 프로그램 및 강의를 실시하고 있다.
부산대 조환규 교수(정보컴퓨터공학부)는 2008년 한글판 표절 예방 프로그램인 ‘DeVAC(Document eVolution Analyzing Center)’을 개발했다.

DeVAC은 비교 문서들을 함께 입력시켜 유사 단어 표절 여부를 퍼센트로 나타내주는 프로그램이다.
조 교수는 “DeVAC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학생들의 표절 정도가 1% 이내로 급격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현재 DeVAC은 외부인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의 공유를 허용하고 있다.

그는 “요즘 학생들은 표절을 했다는 사실을 들키지만 않는다면 표절해도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윤리교육이나 학생 개인의 양심에 호소하는 것보다 제도적 장치로서 해법을 찾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기초교육원은 2008년 1학기부터 ‘진리탐구와 학문윤리’라는 강의를 새롭게 개설했다. 이 강의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표절의 폐해와 학습윤리 전반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강의를 수강한 서울대 권나림(경제·09)씨는 “이 강의를 통해 비판적 지성과 학습윤리에 관한 도덕적 안목을 기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본교에는 현재 학습윤리를 다루는 교양강의는 없는 실정이다. 교양교육원장 최민숙 교수(독어독문학과)는 “교양과목 중에서 학습윤리 관련 강좌를 개설할 계획은 아직 없다”며 “교수와 강사들이 리포트를 비롯한 각 종 논문의 작성법에 대해 강의를 진행할 때 자연스럽게 학습윤리 의식을 주입시키고 교육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남궁곤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최근 들어 저하되고 있는 학습윤리는 학생들의 잘못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연구윤리의 중요성을 알리지 않은 현 교육제도의 문제”라며 “학습윤리 교육을 강조하는 커리큘럼과 함께 학생들의 자발적인 움직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보민 기자 star_yuka@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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