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의 날을 맞아 이화리더십개발원이 본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성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책임감’이라는 답변이 80%로 가장 높았다. 그런데 성년이 된 20대 대학생들은 과연 자신의 책임에 충실하고 있을까?

최근 ‘경희대 패륜녀 사건’이 한창 이슈다. 요약하자면 한 여성이 화장실에서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께 사소한 이유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는 것인데, 경희대에서는 CCTV 분석을 통해 해당 여성의 신원을 파악했으며 필요할 경우 징계위원회를 통해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런 마당에 일부 손 빠른 네티즌들은 해당 여성의 신상을 모두 공개했으며 이른바 ‘마녀사냥’에 몰두하고 있다.

경희대 총학생회 측에서는 가해자의 부모님이 미화원에게 사과를 하고 그 여성도 사과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이미 국내에서 ‘패륜녀’로 낙인 찍혀 버린 이상, 그녀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사건으로 우리가 느껴야 할 것은 해당 여성을 매도하고 비난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다해야 함을 인식하는 것이다.

우리는 매 순간 말하고 행동한다. 히키코모리(방이나 집 등의 특정 공간에서 나가지 못하거나 나가지 않는 사람, 또는 그러한 현상)가 아닌 이상, 밖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상황에 부딪히고 사람들을 만나고 스쳐 지나간다.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보내는 욕, 교내 곳곳에 넘쳐나는 쓰레기. 어른이 되어가는 만큼, 자신의 언행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20대가 되어야 한다. 더러운 화장실과 여기저기 버려진 쓰레기는 결국 자신의 얼굴에 먹칠하는 꼴이 되고 만다.‘아무도 내가 한 거 모를걸’이라고? 당신이 들어간 화장실 칸이 쓰레기로 범벅이 되어 있어도 그런 말을 할 텐가.

동아리나 자원 봉사와 같은 기타 활동에서도 책임 의식은 문제가 되고 있다. 맡은 일과 소속이 있음에도 다른 일로 바빠서, 혹은 귀찮아서 잠적을 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팀플 무임승차를 하거나, 이력서에 한 줄을 쓰기 위해 몸만 담아두는 경우도 많다.

필자는 며칠 전 동아리 후배가 갑자기 중요한 공연을 앞두고 잠적을 하는 바람에 대신 자리를 메운 기억이 있다. 심지어는 공연 당일 ‘다른 일로 힘들어서 관두겠다’라는 문자 한통을 남겨놓고 사라져버린 후배도 있었다.

필자가 의아했던 것은 ‘내가 다른 일로 바쁘고 힘드니 이 일은 그만둬도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그들의 사고였다. 처음 동아리에 들기 위해 오디션을 볼 때, 앞으로 2년간 온갖 노력을 하겠다며 누구보다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그들의 모습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나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자원 활동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5번에 걸쳐 다양한 분야에서 자원 활동가로 일한 경험이 있는데 합격해 놓고서도 발대식 이후로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 무턱대고 잠적해 버리는 사람이 꽤 있었다. 많은 경쟁자들 중에서, 그 사람을 고심해서 뽑은 관계자 입장에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6.2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성인인 이상, 부모님이나 친구의 의견에 따라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고 투표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02, 2006 지방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은 각각 31.65%, 33.95%로 전체 평균 48.9%, 51.6%보다 현저히 낮았다. 그러나 전국 35개 총학생회가 참여한 ‘2010 대학생유권자연대 이유(2U)’가 전국 대학생 9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3.5%가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20대는 과거의 오명을 벗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책임의식을 가져 투표에 임해야 할 것이다.

칸트는 소크라테스의 ‘자족’이라는 관념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은 자유롭게 태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자유로운 결정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자유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의지를 바탕으로 내린 모든 결정은 자유롭다. 그러나 그 자유에는 책임감이라는 것이 딸려온다.

나의 언행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세상. 함께 사는 세상이기에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며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 현실이다. 당신, 현실을 바라보고 책임 의식을 느끼라.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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