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78세인 이정선 동문(영문·54년졸, 전 영문학과 교수)은 오랜만에 찾은 모교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게 됐다. 가까운 곳에 홍승현(한국음악·08)씨도 친구들과 자리를 잡고 앉았다. 관객들은 ‘이화챔버오케스트라’단원들을 향해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번 연주회에는 동문들과 재학생들이 저마다의 악기를 들고 한 무대에 섰다.

‘이화챔버오케스트라’가 13일(목) 오후7시 음대 김영의홀에서 10주년 기념음악회를 열었다. 음대 졸업생들로 이뤄진 ‘이화챔버오케스트라’는 이번 음악회에서 재학생들과 함께하는 특별한 공연을 선보였다. 이날 공연에는 동문 37명과 학부 재학생 17명이 심포니 연주를 함께 했다.

첫 곡으로 ‘G. Rossini’의 현악합주곡 ‘String Sonata No.3’가 연주됐다.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더블베이스는 완벽한 호흡으로 서로의 멜로디를 주고 받았다. 첼로 연주자들이 가볍게 뜯는 피치카토 기법으로 멜로디를 연주하자,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현을 짧게 켜며 이어 받았다.

콘트라베이스에 최지원(관현·01년졸)씨, 플롯에 태승희(관현·06년 졸)씨, 하프에 길정은(관현·05년졸)씨는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특색 있는 음색을 마음껏 뽐냈다. 오케스트라 연주와 잔잔한 오보에 소리는 숲 속에서 지저귀는 산새 소리를 연상케했다. 최지원씨가 연주하는 정적이면서 묵직한 콘트라베이스의 음색이 그 위에 얹어졌다. 플롯과 하프의 선율은 현악 합주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동문과 재학생의 심포니 연주는 훌륭한 하모니를 이뤄냈다. 이택주 교수(관현악 전공)의 지휘 하에 팀파니와 트럼펫, 호른 소리가 높아지자 공연은 클라이맥스로 다다랐다. 현악 군단들이 활을 높고 길게 켜며 웅장한 멜로디에 합세했다. 힘찬 연주가 끝나자 관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지휘를 마친 이 교수는 무대 앞으로 성큼 걸어 나와 다같이 교가를 부를 것을 제안했다.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동문과 재학생들이 부르는 교가가 홀 가득 울려 퍼졌다. 바이올린을 연주한 이서원(관현·08년졸)씨는 “재학생들과 동문들이 한 달 반 동안 매주 주말마다 호흡을 맞췄다”며“연주회를 준비하던 순간부터 무대에 선 순간까지 모두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얼마 전 음반을 발매한 김효근 교수(경영학 전공)는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다소 커졌음에도, 욕심을 부리기보단 전체적인 조화를 추구한 모습이 멋졌다”고 말했다.

‘이화챔버오케스트라’는 2000년 5월 창단한 이래 수준 높은 연주를 선보여왔다. 이번 연주회에는 이배용 총장을 비롯해 8명의 교무위원과 많은 동문들이 참석했다.

성진희 기자 tongil2580@ewhain.net
사진: 안은나 기자 insatiable@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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