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경영감각으로 성공 이룬 마음산책 정은숙(정외·85년졸)대표, 푸른 숲 김혜경(영교·75년졸)대표, 김영사 박은주(수학·79년졸)대표

출판계에서 특유의 경영 철학으로 회사를 성장시킨 동문들이 있다. 이대학보는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출판해내며 안정적인 경영 능력을 펼치고 있는 ‘마음산책’ 정은숙(정외·85년졸) 대표, ‘푸른 숲’ 김혜경(영교·75년졸) 대표, ‘김영사’ 박은주(수학·79년졸) 대표를 만나 이들의 출판사 경영 성공담을 들어봤다.

△인연의 힘이 마음산책을 키운 밑거름…마음산책 정은숙 대표

“책을 볼 때 내용보다 글꼴이나 표지 색깔, 촉감에 관심이 많았어요.”

어릴 적부터 책에 대한 남다른 관심으로 출판사 ‘마음산책’을 창립해 경영하고 있는 정은숙(정외·85년졸)대표를 3월30일(화) 홍익대 인근의 본사에서 만났다.

정 대표는 대학 졸업 직후인 1985년 홍성사를 시작으로 삼성출판사, 열림원 등을 거치며 약15년간 편집자로서의 관록을 쌓았다. 외환위기로 인한 경제 위기가 닥쳐 출판업계가 얼어붙었던 2000년 8월, 그는‘마음산책’을 세웠다. “어려운 시기였지만 25년간의 경험을 살려 이제는 나만의 색깔을 담은 책을 내야할 때라고 판단했어요.”

정 대표는 ‘마음산책’만의 책은 사진과 글을 융합하는 데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시각적 요소와 정보 간 상호작용을 극대화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간직하고 싶어지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그 바람은 프랑스 유명 사진작가 베르나르 포콩의 사진집『사랑의 방』을 출판하며 이뤄졌다.

포콩 사진집은 이미 세계 각지에서 사진만으로 구성돼 출판되고 있었다. 그러나 정 대표는 끈질긴 설득으로 사진집에 작가의 글을 함께 수록해 2003년 한국에서 발간했다. “종래 예술 서적의 틀을 벗어버린 새로운 시도였어요. ‘나의 모국 프랑스로 역수출하라’는 포콩의 농담을 들을 정도였죠.”

정 대표는 소중한 인연을 밑거름 삼아 ‘마음산책’을 성장시켰다. ‘마음산책’ 창립 전 이해인 수녀와 인연을 맺은 그는 직장암 진단을 받고 잠적해버린 이해인 수녀를 끝까지 찾아내고 설득해 시집『희망은 깨어있네』의 출판을 이끌어냈다.

김용택 시인과의 인연으로 ‘대박’이 나기도 했다. 김용택 시인의『시가 내게로 왔다』1, 2권이 60만부의 판매 부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출판계 ‘대박’의 기준인 10만부를 훌쩍 뛰어넘는 쾌거였다. 

인연의 힘은 ‘마음산책’에서 ‘영화감독 시리즈’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우연한 기회에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의 영화 평론집과 에세이를 출판하게 된 ‘마음산책’은 박 감독의 소개로 ‘장화, 홍련’ 김지운 감독의 작품도 출간할 수 있었다. 이후 류승완 감독, 봉준호 감독에 이르기까지 저명한 영화감독들을 소개 받고 그들의 책을 출판할 수 있었다. “책이 스스로 다른 책을 불러오는 운명과도 같은 일을 경험한 셈이죠.”

정 대표의 굳은 창립 의지도 ‘마음산책’의 성장에 한 몫을 했다. “‘마음산책’이라는 이름만으로 독자가 주저 없이 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어요. 그 생각이 지금의 출판사를 있게 한 것 같아요.” 창립 초, 정 대표와 디자이너 1명으로 시작된‘마음산책’은 현재 약180 종의 책을 출판한, 작지만 힘 있는 출판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는 출판업계에서 당당히 자리잡은 그는 ‘김영사’ 박은주 대표, ‘푸른 숲’ 김혜경 대표를 ‘쫓아야 할 롤모델’이라고 꼽는다. “글자 하나에도 세심함을 기울이는 편집자로서의 감각과 위기에도 굴하지 않는 담대함을 갖춘, 균형 잡힌 경영자로서 출판사를 이끌어 가고 싶어요.”

좋은 편집자란 ‘날카로운 평론가의 눈과 따뜻한 시인의 가슴, 성실한 농부의 손을 가진 사람’이라는 정 대표. 아직 작품에 대한 날선 눈빛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은 오히려 생생하게 빛나고 있었다.

△남보다 반 발짝 앞선 감각이 성공의 비결…푸른 숲 김혜경 대표

“책이야말로 정보가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현대 사회에서 자기 몸을 가눌 수 있게 해주는 튼튼한 다리입니다.”

도서출판‘푸른숲’김혜경 대표(영교·75년졸)의 또렷한 목소리에서 그의 책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20년째 출판사를 경영하고 있는 그를 5월3일(월), 파주 출판단지 내 푸른숲빌딩에서 만났다.

푸른숲은 현재 일 년에 약50권의 책을 출판하며 연매출 1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푸른숲의 대표적 베스트셀러인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2008년 100쇄를 돌파했고『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은 2009년 총 판매량 200만 권을 넘어섰다. 그는 한비야 시리즈의 성공을 두고 “젊은이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남보다 반 발짝 앞서서 세상을 관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학부시절 공부만 열심히 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이화보이스 기자 활동을 비롯해 원어연극동아리, 국제 심포지엄 통역가이드, 영어회화클럽 등 다양한 교내외 활동을 통해 사람을 만나왔다.

“영자 신문사 활동으로 코리아헤럴드에 방문해 직접 조판 작업을 하며 기획과 편집의 기본적인 과정을 익혔어요. 그 때의 경험이 출판업을 하게 된 계기로 이어졌죠.”

그가 졸업 후 처음 입사한 곳은 현대중공업이었다. 故 정주영 회장의 비서로 일하며 경영진의 최측근에서 경영을 배웠다. 박 대표는 열심히 뛰어다니며 일하는 동안 회사는 꾸준히 성장하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연봉밖에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을 느끼자 허무했다. “전문적이면서 사회에 도움이 될 일을 찾다보니 출판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에서 받은 퇴직금 4천만원으로 1991년푸른숲을 인수했다. 강태형 등 젊은 시인들이 창립한 푸른숲은 사회과학 책을 꾸준히 펴냈지만 인수 당시 경영난에 처해있었다.

“지인들마다 출판사 인수를 말린 탓에, 사람 만나는 게 싫어질 정도였어요. 하지만 푸른숲이라는 출판사 이름이 정말 마음에 들었고 그동안 좋을 책을 냈던 회사라는 사실에 끌려 반대를 무릅쓰고 인수했죠.”
김 대표는 빚 때문에 문 닫을 위기의 회사를 인수해 기존 9명의 직원과 함께 업무를 이어나갔다. 초기에는 그저 배운다는 생각으로 빚을 갚아나가며 경영했으나, 그 후 푸른숲은 꾸준히 성장해 나갔다.

인수한 해 류시화 첫 시집『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1997년에는 잭 캔필드의『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공지영의『봉순이 언니』, 한비야의『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중견 출판사로 발돋움했다. 2009년에는 청소년부와 어린이부를 통합해 푸른숲주니어를 신설해 아동도서에도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김 대표는 “아직 우리나라에는 100년 된 출판사가 없다”며“좋은 책으로 독자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출판사로 이끌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정성스레 가꿔나가고 있는 푸른숲이 나날이 그 푸르름을 더해가길 기대한다.

△식지 않는 열정으로 성장 일궈…김영사 박은주 대표

 “하루 25시간 이상 일하는 것 같네요. 모든 열정을 다해 일하기 때문이죠.”

‘밀리언셀러 제조기’라 불리는 도서출판 ‘김영사’의 박은주 대표(수학·79년졸)는 하루 종일 글에 둘러싸여 산다. 원고를 꼼꼼히 살피고 출간 마무리 단계의 책을 검토하며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한 시도 눈에서 글을 떼지 않는다. 일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으로 김영사 편집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박 대표를 4월6일(화) 북촌 한옥마을의 김영사 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학창시절 책을 무척이나 사랑한 학생이었다. 전공은 수학이었지만 부전공인 철학에 심취해 철학 서적에 푹 빠져 살았다. “세상의 모든 지혜를 가지고 싶었어요. 제게 책은 세상을 알아가는 통로였죠.”

졸업 후 1979년, 평화출판사 입사를 시작으로 그는 출판업에 첫 발을 디뎠다. 1982년 김영사에 스카우트 돼 편집장으로 일하던 그는 1989년 창업자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았다. 박 대표는 “맡은 분야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을 만큼 열정적으로 일했다”며 “책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는 것이 즐거워 일에 몰두하다보니 회사에서도 인정받아 대표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일을 사랑하고  열심히 한다고 자부했던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언젠가 이 일을 그만둘까 고민하며 밤새 뒤척이던 순간이 있었죠. 나의 한계에 부딪힌 순간이었어요.”
1995년 1월, 박 대표는 고민 끝에 미국 뉴욕대(New York University)로 유학을 떠났다. 이미 사장에 임명된 후였지만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굳은 결심이 필요했다.

“정보화 사회가 돼가던 그 당시, 출판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었어요. 그 때문에 출판의 중심지인 뉴욕으로 갔죠.”

그는 약 3년간, 미디어와 컴퓨터 공부를 마친 후 현지 출판사에서 경험을 쌓은 뒤 한국에 돌아왔다.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마친 김영사는 대형 출판사로의 대열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스티븐 코비의『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과 기영노의『수학이 수군수군』,『물리가 물렁물렁』등의‘앗!시리즈’를 연속 히트시킨 것이다. 현재는 사장 부임 초에 비해 8배에 이르는 420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김영사의 성장은 책 한 권마다 정성어린 노력이 가득 베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은 2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탄생된 베스트셀러다. 번역과 구성이 미약하다는 판단을 한 그는 저자인 스티븐 코비의 워크숍에 사원을 직접 참가하게 해 책의 완성도를 높였다. “번역까지 다 마쳐서 책을 내기만 하면 되는 순간이었는데 뭔가 부족하다 싶었어요.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저자의 워크숍에 사원을 보내 재편집했더니 훨씬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왔네요.”

늘 가치 있는 책을 만들어 독자에게 선사하는 것이 최고의 기쁨이라는 박 대표. 그는 “평생 책과 함께 살면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슬기 기자 redwin2026@ewhain.net
표정의 기자 pyo-justice@ewhain.net
사진: 안은나 기자 insatiable@ewhain.net
배유수 기자 baeyoosu@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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