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기획자·보컬·작곡가…동아리 경험 통해 이룬 문화계 꿈
공연기획자·보컬·작곡가…동아리 경험 통해 이룬 문화계 꿈
  • 문호은 기자
  • 승인 2010.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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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획 경영인력 양성하는 고주영(신방·98년졸)씨, 보컬리스트 이미지(국문·07년졸)씨, 작곡가 박순영(물리·03년졸)씨


<편집자주> 통계청은 2월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10년 만에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나날이 치솟는 청년실업률은 대학가에 취업동아리 열풍을 불러왔다. 취미활동을 중심으로 결성돼 대학생활의 즐거움 중 하나로 꼽혔던 대학 동아리가 취업 준비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대학보는 이런 현실 속에서도 취미동아리 활동을 통해 진로를 찾은 고주영(신방·98년졸)씨, 이미지(국문·07년졸)씨, 박순영(물리·03년졸)씨를 만나봤다.

△총연극회…현장경험 바탕으로 공연기획경영인력 양성하는 고주영씨

 

 

“누가 제 전공을 물으면 전‘연극반 동아리’라고 대답해요. 연극을 하면서 공연기획이 진짜 내 길이라는 걸 찾게 됐으니까요.”대학시절 연극동아리 활동을 계기로 현재 공연기획경영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고주영(신방·98년졸)씨를 4월2일(금)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가 지금의 일을 하게 된 데는 대학시절 중앙동아리‘총연극회’활동의 영향이 컸다. 연극 활동 경험이 거의 없었던 고씨의 총연극회 지원은 새로운 시도였다.

“연기로 내 안의 무언가를 표출해보고 싶었어요.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총연극회에 가입했죠.”

총연극회에 처음 들어간 그는 배우뿐만 아니라 기획, 극작가 등의 일도 경험해볼 수 있었다.“공연 일정, 배우, 예산 등을 직접 조절하는 기획자 일이 재밌었어요. 무엇보다도 내 문제의식을 작품 속에 녹여낼 수 있다는 게 멋졌죠.”

연극에 푹 빠진 고씨에게 동아리활동은 학과공부보다 우선이었다. 연극 일에 열중하다 보니 학과 성적이 좋지 않았다.“동아리 지도부를 맡았을 때는 일이 많아 결국 중도휴학까지 해서 졸업을 한 학기 늦게 할 수밖에 없었어요.”

고씨는‘여성문화예술기획’에서 자원활동을 하기도 했다. 일은 연극 무대보조 등 허드렛일이 전부였지만 그는 행복했다.“실제 연극현장에 가까이 있을 수 있는 게 좋아 무급임에도 졸업 때까지 일을 계속했어요.”

졸업 후 방송아카데미를 거쳐 MBC 예능국에서도 일했던 고씨는 연극 기획을 하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지 못했다. 예술의 전당,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영화사 등을 전전하다 일본 유학을 다녀온 고씨는 2006년 문화관광부 산하의 예술경영지원센터 창립멤버로 들어가게 된다.

그 후 5년동안 공연기획경영인력을 양성하고, 예술단체를 지원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여태까지 해온 일들 모두가 각자의 매력이 있는 과정이었지만, 지금의 일이 내가 원해 온 분야에 가장 잘 맞는다”고 말했다.

고씨의 목표는 지금의 일을 변함없이 하는 것이다.“지금까지 겪어 온 경험이 있었기에 예술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었어요. 지금의 제 위치에서 지원이 필요한 예술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예술경영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진 고씨. 그의 손을 통해 끊임없이 피어날 새로운 공연들을 기대해 본다.

△릴리즈…음악공연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이미지씨

 

클럽 리디안에서 공연중인 이미지씨

 

‘넘실넘실 넘칠듯한 소란이 도시를 잠식할 때면 새까만 눈빛으로 몽롱한 하늘 속 별을 찾을거야….’4월30일(금) 오후8시 홍대근처 클럽 오뙤르에서 열린 <가사미학 vol.1>. 이미지(국문·07년졸)씨가 어쿠스틱기타 선율과 함께 몽환적인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개인앨범‘Uncanny reality(이상한 현실)’의 발매를 앞두고 있는 그를 만났다.

3월 즈음, 그는 다니던 대기업에 사표를 냈다. 공개채용에 수석으로 합격해 3년을 일해오던 곳이었다. 모든 걸 내려놓기란 쉽지 않았다.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음악활동은 할 수 있었다. 병행하기 쉽지는 않겠지만, 3년을 해온 일이었다. 간간히 새로운 곡을 만들고 작은 무대에도 정기적으로 올랐었다. 회사를 한 걸음에 박차고 나가기가 힘들었다.

“작품 활동과 작품을 위한 학업에 집중하고 싶어서 결정을 내렸어요. 이렇게 배불러서는 제 안의 것들에 대한 절실함이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서….”

그는 결정한 일을 단행했다. 회사를 나왔고, 3월27일(토) 홍대 상상마당에서 열린 사회적 공연‘미러볼쇼 같이+가치’무대에 섰다. 이날 7개 뮤지션팀은 각각 1곡씩 기부해 제작한 음악CD를 장애우들이 생산한 A4용지 포장에 넣어 판매했다. 기뻤다. 사람이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순간의 기분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이미지씨는 중앙락동아리‘릴리즈’의 창단멤버다. 고등학생 때부터 밴드활동을 해왔던 이씨는 2002년 이화에 갓 입학했을 무렵, 학교에 락 동아리가 없다는 걸 알고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학교 커뮤니티 홈페이지에 락 동아리를 만들고 싶다는 글을 올리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밴드 연습을 시작한 것이 릴리즈의 첫 한 발이었다.

동아리 구성은 했으나‘릴리즈’를 중앙동아리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꾸준히 중앙동아리 인준 신청을 했지만 계속 거절당했어요. 학교 안에서 시작할 수 없다면 반대로 밖에서부터 뚫고 들어오기로 계획을 수정했죠.”

그 후로 릴리즈는 각종 외부공연, 행사 등에 출연하며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2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직접 만든 곡‘소유와 감각’으로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외부에서 조금씩‘이화여자대학교 락 동아리=릴리즈’라고 알아주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외부에서 인지도를 쌓고 나니 학교에서도 중앙동아리로 승인해 줬죠.”

릴리즈 시절 하나둘씩 만들어둔 곡은 지금까지도 그에게 든든한 재산이다. 릴리즈 창단 당시 만난 친구들은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1기 친구들이 지금도 제 공연을 보러 자주 찾아와 줘요. 힘이 나죠.”

당분간 그는 연세대 대학원에서 방송영화 공부를 하며 앨범 준비를 할 예정이다. 음악, 영상, 글 등 다양한 예술매체를 이용해 사람들과 가치를 나누는 것이 이씨의 목표다.“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행착오를 겪어 가며 지금까지 왔고, 앞으로도 이렇게 조금씩 새로운 시도를 해 가며 나아가지 않을까 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언어가 음악인 만큼 이 시도는 계속할 겁니다.”

무엇을 하든 즐거우려고 노력한다는 이씨. 릴리즈 시절 그가 배운 것은 무엇일까. 세상과는 조금 다른 빛깔로 살아가는 그의 노래에서 별 하나가 반짝인다.

△ESAOS…8년간 다양한 음악 작곡해 무대에 올린 박순영씨

 

 

 

5박자 계통의 빠르고 상쾌한 곡이 장충체육관에 울려퍼진다.‘숲과나무통오케스트라’의 공연곡 중 하나인‘봄이 달린다’다. 박순영(물리·03년졸)씨가 녹색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뛰는 듯한 느낌을 모티브로 작곡한 곡이다. 박씨는 의뢰를 받고 연주곡을 작곡해주는 8년차 프리랜서 작곡가다. 1분짜리 간단한 곡부터 7분이 넘어가는 비교적 긴 곡까지, 그는 무용, 앙상블, 오케스트라 음악 등 길이와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음악을 작곡해 왔다.

박씨가 작곡가의 길을 걷게 된 데는 재학시절 교내 아마추어 관현악동아리‘ESAOS’에서의 활동이 큰 영향을 줬다. 어려서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재학기간 4년 내내 ESAOS의 연주자로 활동했다.“음악을 계속하고 싶어서 2년의 임기가 끝난 후에도 비올라 파트에서 활동을 계속했어요. 공연무대에 최고 네 번 오르면 명예롭다고 해서‘골드메달’이라고 부르는데, 저는 졸업 후까지 포함해서 무대에 10번 이상 올랐죠.”

물리를 전공한 박씨의 대학시절 성적표에는 음악과목이 가득 기재돼 있다.“물리도 항상 음악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했어요. 음악전공 수업은 복수전공 신청하지 않은 것이 아까울 정도로 많이 수강했죠.”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은 졸업 후에도 식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한양대 작곡과에 학사편입해 2년간 작곡을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뉴미디어음악을 전공했다.

그는 3월 ESAOS 퇴임기수들 중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모여 ESAOS OB(Old Boys) 오케스트라를 결성했다. OB단원은 총 25명으로, 93학번부터 06학번까지 다양하다.“요즘 멤버들과 함께 올해 9월 가질 연주회 연습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죠.”

그는 작곡 이외에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사운드 제작 연구원으로도 활동하는 중이다. 박씨는 현재 KIST에서 인간형 로봇을 위한 2~3초짜리 감정표현 사운드를 제작하고 있다.“‘음악’이 생활 속에서 차지하는 범위는 미디어를 통해 점점 넓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음악의 다양한 활용범위를 모색하기 위해 공부하는 중이구요.”

문득 마음이 불안해질 때면 베토벤 교향곡 2번 2악장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는 박씨. 뼛속까지 음악인인 그는 하루 중 빈 오선지를 마주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그가 세상을 향해 펼쳐든 오선지는 앞으로도 다양한 음악으로 채워질 것이다.

문호은 기자 he@ewhain.net
사진:안은나 기자 insatiable@ewhai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