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희생자인가, 영웅인가
무고한 희생자인가, 영웅인가
  • 한주희 기자
  • 승인 2010.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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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6일(금) 오후9시30분경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긴급 구조 작업이 진행되어 승조원 58명이 구조되었지만, 46명은 실종됐다.

46명의 실종자를 기리기 위해 4월29일(목) 영결식과 안장식이 진행됐다. 이 날‘국가애도의 날’로 지정됐다. 이날까지 약 70만명의 조문객이 46명의 천안함 용사를 추모하기 위해 서울광장을 비롯한 전국 39곳의 분향소를 찾았다.

승조원 46명이 실종된 침몰 사건이후 1달의 시간이 흘렀지만 침몰 원인은 불투명하다. 원인 규명 작업은 현재도 진행 중에 있다. 이 작업에 민·군 전문가 108명으로 구성된‘민관합동조사단’과 미국, 호주, 스웨덴, 영국 조사단 24명이 참여 중에 있다.

천안함 이후‘KBS 9시 뉴스’는 북한의 개입 여부 가능성에 대해 수차례의 보도를 했다.‘KBS 9시 뉴스’가‘외부 타격 가능성… 북한군 도발은?’,‘북 소형잠수함, 음양 어뢰 공격 가능성’,‘북, 대청해전 이후 보복발언 수차례’등의 기사를 발표한 시기는 군 당국이 천안함 침몰 관련 육안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전이었다. 급작스런 침몰 이후, 천안함 침몰이 일어난 서해 일부 해역은 그야말로‘전선 없는 전쟁터’가 됐다.

실종자 수색의 지연 과정에서 북한의 개입 여부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북과의 긴장은 팽팽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4월19일(월) 특별연설에서 국가 안보의 의지를 천명하고, 국민적 추모와 단합으로 위기를 극복해야함을 밝혔다.

천안함 침몰 희생자가 왜 죽음이란 불행을 겪었는지, 그들이 어떠한 연유로 희생되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들은‘46용사’가 되었고, 전 국민적 애도와 추모를 받게 되었다.

북한의 소행임을 추정하는 언론의 보도, 희생자에 대한 국민적 추모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정부의 발표는‘순국병장’이라 칭해지는 희생자들에 대해 국민들의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정부는 휴전상태이지만,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일말의 확률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상기시켰다. 국민들은 북한과의 대치상태를 느끼기 시작했다. 정부는 침몰 원인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책임소재를 따질 수 없는 사건의 정황을 이용해 국가 외부로 원망의 화살을 돌렸다. 국민적 애국심은 정부로 비난의 화살이 향하는 것을 막았을 뿐 아니라 군력을 중시하는 현 체제로의 순응도 불러일으켰다. 

사회학자 루이 알튀세르는 국가의 통치수단은 억압적인 국가기구와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로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전자는 경찰이나 군대, 관공서와 같이 국가가 직접 그 권력을 행사하는 기구이며, 후자는 종교, 가족, 법, 정치, 언론처럼 사회구성원들에게 지배 이데올로기를 은밀히 주입하여 통치를 수월하게 하는 장치를 말한다.

정부와 언론에서 끊임없이 발표하는 천안함 사건은 그 자체가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로 작용해 전 국민적 애국심 고취를 불러일으켰다. 북한과의 대치상태도 자주 환기되는 문제로 떠올랐다. 이는 억압적인 국가기구인 군대, 경찰 등의 필요성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사용됐다.

이로써 침몰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46인 용사’의 희생은 무고한 것이 아니게 됐다. 국민들은 그들의 희생을 국가의 안보를 위해 불가피했던 것으로 인식되게 됐다. 불가피했던 희생에 대해 정부는 유가족들에게 경제적 보상을 제공했다. 70만명의 조문객은 분향소를 찾아 애도의 마음을 표현했고, 인터넷 주요 포털들도 애도의 물결을 이어갔다. 

해군들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갔지만, 그것을 불가피했던 것으로 나타나게 했던 국가의 지배 이데올로기는 진실을 보는 우리의 눈을 가려버렸다.

정부는 북한의 소행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침몰했을 지도 모르는 천안함 사건의 희생자들을 국민적 영웅으로 포장함으로써 군력, 국가에 대한 애국심과 충성심 등을 중시하는 기존 이데올로기의 고착을 이뤄냈다.

니체는 그의 저서인‘차라투스트라’를 통해 말했다.“너희가 국가라는 새로운 거짓 신을 숭배할 때 국가는 너희에게 모든 것을 주려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국가는 너희의 자랑스러운 두 눈을 매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