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글빛문학상 심사위원 김미현 교수(국어국문학과)


‘주례사 비평’이라는 용어가 있다. 과분한 칭찬으로 작품을 띄워 권력을 남용하거나 이익을 구하는 비평을 말한다. 소위 추천의 말이나 심사평에서 흔히 발생한다. 하지만 올해의 이화글빛문학상 수상작인 「불가사리 전선」은 의례적인 주례사의 차원이 아니라, 당선작의 영예에 값하는 수준과 내용을 고루 갖춘, 진정으로 놀라운 작품이다.

장편소설다운 갈등 구조와 뚜렷한 주제의식,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문장들이 어우러져 절대적으로-상대적 평가가 아니다- 평가해도 완성도가 아주 높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유선(有線)에서 무선(無線)으로 변하는 2030년을 배경으로 점점 인간 간의 유대와 접속마저 사라져 가는 병적 징후를 안면 마비 증세로 풀어내면서, 재벌 중심의 경제 논리에 의해 위협받는 환경 문제와 장애인 복지 문제, 무엇보다도‘내년기(來年期: 대학을 졸업하기 전의 청년들이 취업이나 졸업을 내년으로 미루면서 방황하는 시기)’로 대표되는 청년 백수들의 당대적 아픔 등을 알레고리적으로 맞춤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문제점들을 심온(心溫)의 상승, 즉‘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따듯한 마음으로 극복하려는 꿈이나 의지 또한 건강하게 그려져 있어, 이 작품을 대하는 독자들의 심온도 상승할 듯하다.
결점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대학생이 썼다고 믿기 어려운 작품의 당선을 통해 이화글빛문학상의 밝은 미래와 이화 출신‘대형’신인의 출현이 동시에 이루어졌음을 예감한다. 고맙고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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