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경계 시대, 인문적 상상의 힘으로 소통


“문화적 획일화를 방지하고, 차별의 경계를 없애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방향을 함께 고민했으면 합니다.”

이화인문과학원이 주최한 국내학술대회‘경계 위에 서라 : 소통을 위한 인문적 상상’이 4월30일(금) 오전10시~오후5시30분 이화·SK텔레콤관 컨벤션홀에서 개최됐다.

학술대회에서 국내 학자들은 탈경계적 문화현상 속에서의 바람직한 소통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학술대회는‘경계의 안과 밖 : 소통의 환상’,‘탈경계 시대의 문화소통 : 자연·인간·매체’두 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강연자로는 오정화 이화인문과학원장, 서숙 인문과학대학장, 김수자 HK교수 등 국내 학자 6명이 참여했다.

진은영 HK연구교수는‘소통, 그 불가능성 안의 가능성’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진 교수는 함께 먹는 행위란 삶을 유지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 가치를 드러내고 확인하는 활동이라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이어 소통의 인문학을 정립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네 가지 사안을 제안한 뒤“불가능하다고 판정된 실존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열어주는 것이 소통의 인문학”이라며 기조강연을 마무리했다. 이후 두 가지 핵심주제에 대한 강연자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1950년대 한국정치현실 통찰…해외 입양인들의 정체성 형성 과정 분석

‘경계의 안과 밖 : 소통과 환상’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는 김수자 교수(한국문화연구원)와 한양여대 이소희 교수(영어과)가 각각‘통합과 배제의 장치: 1950년대 대한민국의 지배와 저항 담론의 불협화음’, ‘초국가적 시민주체 : 귀환한 해외 입양인들의 탈경계적 정체성’을 주제로 강연했다.

김수자 HK교수는 1950년대 한국정치의 지배담론과 저항담론을 통해 당시의 정치상황을 분석했다. 김 교수는“1950년대 한국사회는 지배담론과 저항담론의 균열이 폭발적으로 일어난 시기였다”며“한 시기 담론의 내용은 그 사회를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말했다.

이소희 교수는 해외로 입양됐다가 성인이 돼 한국 사회로 돌아온 귀환 해외 입양인들의 정체성 형성 과정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입양인들은 성인이 된 이후 정체성 확립 과정에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며“소외된 감정이 고통스런 자각을 가져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귀환한 해외 입양인들이 한국 사회 내에서 탈경계적 정체성을 지닌 초국가적 시민주체로서 자리매김하는 현실을 설명하기도 했다.

△자연·인간·매체…소통 방향 논의

‘탈경계 시대의 문화소통 : 자연·인간·매체’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는 강연자들이 자연, 인간, 매체를 소재로 구체적인 소통의 사례와 바람직한 소통의 방향을 논의했다.

‘인간과 자연의 소통 - 샐리 멕페이그와 해월 사상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강연한 차옥숭 HK연구교수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을 넘어서 인간과 자연의 소통에 주목했다. 차 교수는 자연 세계를 하느님의 몸으로 보는 셀리 멕페이그의 입장과, 인간과 자연의 하나됨을 추구하는 해월의 사상을 소개했다.

그는“현재까지의 그리스도교 신학은 역사와 자연의 상관관계는 인정하지만 역사와 자연의 하나됨을 인식하지는 못했다”며“해월의 사상은 역사는 자연을 통해서 이뤄진다는 사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 이명호 교수는‘문화번역의 정치성 : 이국성의 해방과 혼성의 지대’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벤야민의 번역 개념을 통해 보편문화의 창조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문화번역은 한 문화가 다른 문화의 부름에 응답하면서 자신을 변형시켜 이웃이 되는 실천적 행위”라고 말했다.

문화번역은 닮음과 차이라는 이분법적 대립을 넘어 타 문화의 다양성을 대면하고 자신을 변용시키는 적극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각각의 문화는 번역을 통해 서로를 변화시키는 이웃으로 존재하면서 윤리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성윤 HK연구교수는‘정보혁명과 소통: 가능성과 장벽들’이라는 주제로 정보혁명이 가져온 새로운 가능성과 그 가능성을 가로막는 장벽을 분석했다. 김 교수는 정보혁명으로 인류가 자신의 창조성을 더욱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그러나 온라인 세계가 오프라인의 모순을 재생산할 수 있으며, 인터넷에 대한 접근성이 불평등하다는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이러한 한계 극복 방법에 대해“정보혁명이 가져온 새로운 가능성에 일방적으로 환호하기보다는 오히려 현실의 불평등을 인식해야 한다”며“소통의 광경을 기술하고 거기서 드러나는 문제점들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화 이화인문과학원장은“소통의 문제를 분석하고 새로운 문화소통의 담론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학술대회를 개최했다”고 말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MBC뉴스(http://news.imbc.com)→풀영상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이유지 기자 yujilee225@ewhain.net                                                                                                                                                        사진: 배유수 기자 baeyoosu@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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