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매시(Mesh·망사직물) 소재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델이 런웨이를 걸어가자 안송은(패디·06)씨의 굳은 표정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혔다. 디자이너의 긴장된 눈빛과 심사위원의 매서운 눈초리가 런웨이(Runway·패션쇼장의 무대) 위에서 교차되는 20초 남짓의 시간. 안송은씨의 생존과 탈락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안씨는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에서 방영 중인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2’에 최연소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가 참여한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2’는 미국에서 6시즌째 방영되고 있는 ‘프로젝트 런웨이’의 한국판 프로그램이다. 매회 디자이너들은 의상 제작과 관련된 과제를 수행하고, 심사위원들은 최후 1인이 남을 때까지 매주 1명의 탈락자를 선정한다.

안씨는 함봉희 강사(패션디자인과)의 권유로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2’에 지원했다. 포트폴리오 심사, 자기PR 인터뷰, 작품 프레젠테이션, 5시간 내 재킷 제작 과제 등 3차까지 이어진 심사과정은 그야말로 치열했다.

그의 런웨이 진출까지는 이화에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4학년 1학기 실습 전공수업에서 만들었던 포트폴리오가 그에게 1차 합격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실습 전공 수업 과제를 규격, 레이아웃을 맞춰 하나의 시리즈 브로슈어(Brochure·책자)로 만들었어요. 과제 제출을 목적으로 만든 것들이‘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2’합격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죠.”

도전자 15인 중 한 명이 된 후에도 안씨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작년 10월26일(월) 합숙소에 들어간 그는 일주일이 넘도록 짐을 풀지 못하기도 했다.

“1회 탈락자는 3일 만에 합숙소를 떠나야 했어요. 처음부터 탈락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3회 분량의 촬영이 끝난 후에야 짐을 풀 수 있었죠.”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2’ 촬영이 시작되면서 안씨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동대문시장을 이 잡듯 돌아다니며 원단을 구입하고, 재봉틀과 손바느질을 이용해 옷을 만들면서 방송용 개인 인터뷰도 소화해내야 했기 때문이다. 모델이 런웨이에 올라가는 순간까지 그의 손에서는 바늘이 떠날 날이 없었다.

“8~9시간 동안 한 작품을 완성해야하는 탓에 작업대에서 벗어나질 못했어요. 런웨이 직전에는 화장실을 가려는 모델을 못 가게 붙잡고 마무리 바느질을 하기도 했죠.”

안씨는 “미션을 통해 만든 9벌 중 8회 미션에서 제작한 웨딩드레스에 가장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그의 웨딩드레스는 ‘완벽하게 균형이 맞는 드레스다’, ‘반짝이는 매시 소재를 사용해 크리스털을 박은 것보다 강한 효과를 나타냈다’등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다.

방송 이후 안씨는 런웨이에서 선보였던 웨딩드레스의 대여문의를 10건이나 받았다. 새로운 웨딩드레스 제작문의를 받기도 했다.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요. 저의 디자인적 잠재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고,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용기도 얻었죠.”

하지만 그는 ‘남자모델에 어울리는 여자모델의 파티의상을 제작하라’는 9회 미션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탈락의 순간,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냉철했다. ‘처음으로 떠오르는 단어는 오피스 룩(직장 여성 의상)’, ‘여자 친구의 옷이 남자모델의 패션 세계관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안씨에게 날아들었다. 탈락 통보를 받고 런웨이 뒤로 퇴장한 안씨는 동료들의 위로를 받으며 눈물을 흘렸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미련은 없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디자이너로서의 연륜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앞으로 다양한 실무 경험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숙된 디자이너로 발전해나가야겠죠.”

촬영 덕분에 안씨는 졸업 후 의류 회사 취직과 유학 등의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게 됐다.

안씨는 최근 ‘서울패션위크 춘계 컬렉션’에서 컬렉션 디렉터(Collection director)로 일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기회에 도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생각이다.

“팔레트 안에 다양한 색이 있을수록 아름다운 그림이 나오잖아요. 저도 한 가지 경험만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활동으로 저만의 팔레트를 가득 채워나가고 싶어요.”

한주희 기자 hjh230@ewhain.net

사진: 배유수 기자 baeyoosu@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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