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이겨내고 학원 교사로 교육의 꿈 실천하는 최빛나(성악·09년졸)씨

 

<편집자주> 본지는 4월20일(화) ‘장애인의 날’을 맞아 본교를 졸업해 사회에 나가있는 장애학생 1명을 만났다. 본교는 1995년부터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을 실시해 장애학생 약10명 내외를 뽑고 있다.

 

계단을 오르는 데는 30분이 걸리고 양말 두 짝은 혼자서 못 신는다. 류마티스 관절염(자가 면역 질환의 일종. 관절 곳곳에 통증이 심해 보행이 어렵다)을 15년째 앓고 있는 최빛나(성악·09년졸)씨를 3월30일(화) 본교에서 만났다.

그에게 장애가 생긴 건 11살 무렵이다. 열이 39도까지 올랐고 소아 전신성 류마티스 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이날 이후 최씨의 삶은 줄곧 누워있는 것이 전부였다.

“하루 종일 먹기 위해 일어날 때를 제외하고, 잠만 자는 나날의 연속이었어요.”

최씨는 초, 중, 고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1달 단위로 계산해보면 출석 일수를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거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등교하지 않는 날에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음악 감상이었어요. 그러다 노래도 꽤 잘 부르게 됐죠. 고등학교 2학년 때, 지인으로부터 성악과 진학을 권유받았어요.”

당시의 권유로 그는 이화에 오게 됐다. 그는 2005년 본교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에 합격해 이화인이 됐다.

이화에 입학한 최씨는 자신의 장애를 숨기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신의 장애를 드러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단상 위에 올라 말했어요. 혹시 계단을 오를 때 앞으로 잘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재촉하지 말아달라고요.”

그는 자신의 장애로 인해 사람들과 수월하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제 몸이 남들과 다르다보니 교수님께 직접 다가가 말씀을 드려야했어요. 자연스레 교수님들은 제게 더 관심을 가져주고 배려해주셨죠. 친구들 눈에도 많이 띠었나봐요. 많은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줬어요.”

안씨의 대학 생활은 마음은 외롭지 않았지만 몸은 괴로웠다. 기숙사에서 매일 홀로 맞아야했던 아침은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밤새 관절이 굳어져서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어요. 부모님과 같이 살지 않아 혼자서 몸을 풀 수밖에 없었죠.” 강의실을 이동할 때마다 넘어야하는 가파른 언덕도 그를 힘들게 했다.

“기숙사에서 30~40분 일찍 나와도 저에게는 학관이 너무 멀었어요. 학관에 있는 강의실 수업에는 항상 10~20분 정도는 지각할 수밖에 없었죠.”

다행히 몸의 괴로움은 대학생활 1년 만에 한결 나아졌다. 최씨는 대학교 1학년 겨울, 인공관절 치환술(관절을 인공관절로 바꾸는 수술)을 받았다. 병이 완치되지는 못했지만 일반인처럼 걸을 수 있게 됐다.

최빛나씨는 최근 학원에서 초, 중학생들에게 수학, 국어 등을 가르치고 있다. 졸업 후 피아노 학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던 최씨는 지인이 운영하던 학원을 넘겨받아 학원 원장과 선생님을 겸하고 있다.

최씨의 꿈은 독일로 유학을 가 음악 교육을 배우는 것이다.

“주입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음악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자신을 개발하도록 이끌어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몬테소리처럼요.”

장애로 인해 좌절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인 최씨. 그는 장애를 넘어 희망의 선생님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전하경 기자 jhk0712@ewhain.net

사진: 안은나 기자 insatiable@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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