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속에서도 당당한 아웃사이더
집단 속에서도 당당한 아웃사이더
  • 이한나 기자
  • 승인 2010.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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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취재부 이한나 부장

 

캠퍼스를 유심히 살펴보면 혼자다니는 ‘당당한 아웃사이더’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과, 동아리와 같은 집단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자신의 할 일만 조용히 하는 이들에게 ‘아웃사이더’라는 수식어는 왠지 부적절해 보인다. 그들 자신이 그런 대학 생활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소위 ‘아싸’라고 불리는 아웃사이더는 동기나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주로 혼자 대학생활을 하는 학생들을 지칭한다.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가 대학생 528명을 대상으로 2월25일(목)~3월2일(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4.5%(182명)가 ‘자신을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하나’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대학생 3명 중 1명꼴로 홀로 대학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위의 질문에서 ‘그렇다’고 응답한 학생 중 ‘본인이 아웃사이더라는 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편인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라는 답변이 67.1%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아웃사이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이 66.7%에 달하는 점도 앞의 질문에 대한 답변과 일맥상통한다.

이제 아웃사이더는 ‘왕따’와 같이 숨겨져야 하는 대학 내 병폐적 모습이 아니다. 본인이 아웃사이더가 된 이유로 ‘불필요한 학과 행사가 싫어서’, ‘혼자 다니는 것이 더 편해서’와 같은 답변이 많이 꼽힌 것은 자신의 의지로 아웃사이더가 되고, 그 위치를 즐길 줄 아는 요즘의 대학생의 모습을 대변하기도 한다.

아웃사이더가 증가한데에는 디지털 휴대기기의 등장과 확산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휴대폰, 피엠피(PMP), 엠피쓰리(MP3) 등 혼자서도 여가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디지털 휴대기기의 소유가 20대층에게 당연시되면서, 언제 어디서든 혼자 있어도 심심할 겨를이 없게 됐다.

또한 요즘 자기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시되는 추세 또한 아웃사이더 형성에 한 몫 한다. 본인이 설정한 목표나 활동을 위해서는 굳이 다른 사람과 다녀야하는 수고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각종 학원 수강부터 취업 스터디, 인턴활동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보니, 대학 내에서 누군가와 어울린다는 것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안쓰럽기도 하다.

이렇듯 대학 내에 아웃사이더가 많아지고 당연시되는 추세는 우리 사회에 개인주의가 확산되는 것이 결코 이상한 흐름이 아님을 말해준다. 이제는 개인주의가 부정적이 아닌 자연스러운 사회 흐름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90년대까지 지배적이었던 집단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개인주의문화가 지배적이 돼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필자는 개인주의 문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는 것만큼 멋있어 보이는 것도 없다. 필자 또한 혼자 여행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고, 혼자만의 여유로운 삶을 동경하는 아웃사이더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개인주의가 집단주의 문화의 미덕마저 무너뜨릴까봐 걱정이 된다. 이번 제42대 총학에 당선된 ‘Real 이화’의 정윤지 정후보는 인터뷰에서 대동제 계획과 관련해 “영산줄다리기는 참여율이 점점 저조해져, 이를 부활시킬지 여부는 논의를 해봐야한다”고 답했다. 필자는 그 대답을 들은 후, 신입생 시절 과친구들과 영산줄다리기를 만들기 위해 새끼줄을 꼬았던 때가 떠올랐다.

왠지 모르게 서글퍼졌다. 개인주의의 온상이라 불리는 이화에서 보기 드물게 존재했던 집단문화 중 하나인 영산줄다리기가 이화에서 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 이유가 개인주의로 인해 학내 행사 참여율이 적어지는 것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한 교수는 일간지에서 “아웃사이더가 부정적으로 봐야할 대상은 아니지만, 대학생으로서 가져야할 정치적, 사회적 관심을 놓치는 학생들이 늘어난다면 그것은 우려할 일”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소신대로 삶을 영위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것이 다른 문화의 미덕을 위협한다면 마냥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대학생으로서 가져야할 정치적, 사회적 관심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이화 안에서 이화인들과 하나가 되는 그 어떠한 것에라도 참여하는 작은 움직임 하나 하나가 이에 해당된다.

이화의 당당한 아웃사이더들이 이화인들 안에서도 그 위풍당당함을 보여줄 날을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