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학생시설 8개 항목 71개 기준 중 ECC 6개 항목 16개 기준 충족 못해

 

<편집자주> ECC는 2008년 ‘제26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한 본교의 랜드 마크(Land mark·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구별하는 표지가 되는 주요지형물)다. 본지는 20일(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기준으로 ECC의 장애 학생 시설 및 지원 실태를 조사했다.

 

작년 1학기 필수교양인 대학영어 수업을 듣기위해 ECC를 이용한 ㄱ씨는 출입구와 통로에 설치된 문을 이용하며 불편을 겪었다. 휠체어를 탄 ㄱ씨가 열기에는 문이 너무 무거웠기 때문이다. ㄱ씨는 “일반인이 열고 닫기에도 무거운 문을 나같이 휠체어를 탄 사람이 이용하기는 무리”라며 “사실상 이동권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는 ㄴ씨도 매번 ECC 승강기를 이용하며 불편을 겪었다. ㄴ씨는 “장애인용 승강기나 강의실을 찾아가기 위해 필요한 점자형 유도 블록이 없다”며 “시각 장애 학생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ECC의 일부 시설이 장애 학생들이 이용하기에는 불편한 구조인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ECC의 계단, 화장실, 경사로, 출입구, 장애인용 승강기, 주차구역, 접근로, 복도 및 통로를 자체 조사한 결과 ECC 장애인 시설은 8개 항목 71개 기준에서 6개 항목 16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계단 항목에서 가장 많은 기준이 충족되지 못했고 화장실, 경사로, 출입구, 주차구역, 장애인용 승강기가 그 뒤를 이었다.

계단 항목에서는 6개의 기준 중 6개 부분이 모두 부적합했다. ▲계단코(계단 디딤판의 끝 부분) 부분의 색상 구분과 ▲미끄럼 방지 ▲계단 전면의 점형블록이 없어 장애 학생들이 계단을 오르내리기에 어려웠고 ▲계단 시작부분의 수평 손잡이 길이와 ▲점자표식 기준이 지켜지지 않아 시각 장애 학생들이 계단을 이용하기에 어려운 상태였다. ▲챌면(계단과 계단 사이에 수직으로 놓이는 면)이 설치돼있지 않아 시각 장애 학생이나 지체 장애 학생이 계단을 이용하기에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화장실 항목에서는 23개 중 5개가 기준에서 벗어났다. ▲장애인용 화장실의 휠체어 측면 접근이 불가능했으며 ▲남자용 화장실에서는 여닫이문이 안쪽으로만 개폐가 가능해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활동공간이 확보되지 않았다. ▲수평 손잡이 높이와 ▲세면대 상단 높이도 규격에서 벗어났으며 ▲수도꼭지의 냉·온수 점자 구분도 없었다.

경사로는 5개 기준 중 2개가 기준에 어긋났다. ▲수평면으로 된 참(경사로 중간 지점에 수평으로 된 바닥)이 설치돼있지 않았고 ▲기울기가 30°이상으로 높아 휠체어를 탄 장애 학생의 이용이 불가능했다.

출입구와 장애인용 승강기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출입구에서는 ▲바닥면 점형 블록이 설치되지 않았고 승강기에서는 ▲층수 버튼 선택 시 시각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음성안내를 들을 수 없었다.

주차구역도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안내표지의 규격이 준수되지 않았고 내용 기재가 불충분했다. 강미선 교수(건축학과)는 “공공성이 강한 대학시설은 유니버셜 디자인(장애인이나 노약자에게 편리함과 유익함을 주는 것에 목적을 두는 디자인)이 반영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종호 교수(건축학과)도 “건물의 설계가 장애인에게 수치심을 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장애 학생들은 ECC 완공 전부터 학교 측에 장애인 시설 설계에 대한 배려를 건의했지만 개선된 곳은 없었다. 인권자치단위 ‘틀린그림찾기’ 전 대표인 정아영(소비·06)씨는 “당시 틀린그림찾기를 통해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의문점을 묻고 논의를 요청하기 위해 공문을 제출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며 “완공 후에도 장애인 학생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작년 8월24일(월) ECC가 ‘한국장애인인권포럼’에서 제공한 기준에 부합하는지 자체 조사한 바 있다. 그는 11월2일(월) 인권포럼 기자회견에서 “ECC는 장애인들의 실제 동선과 편리성을 무시했다”며 “장애인용 엘리베이터가 건물 양 끝에 떨어져있어 휠체어를 탄 장애 학생들이 이용하기 불편하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씨는 “이 자리에 장애학생지원센터 관계자 분들도 참석했다”며 “내 의견이 전달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애학생지원센터 ㄷ직원은 “ECC 장애인 시설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들어온 건의사항이 없다”며 “매년 6월, 12월 장애학생 간담회를 열고 있지만 ECC 사용에 관한 문제는 극소수거나 아예 없다”고 말했다.

사회복지학과 김미혜 대학원장은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장애 학생들의 요구를 인식하고 그에 대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장애인 학생도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명해 담당자가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은 기자 kke1206@ewhain.net

김한민 기자 hanmin@ewhain.net

이소현 기자 sohyunv@ewhain.net

글·그래픽: 성진희 기자 tongil2580@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