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d a dream. I have had a most rare vision. (난 꿈을 꾸었어. 정말 정말 이상한 꿈을 꾸었어.)” 요정의 여왕과 사랑에 빠진 보텀(Bottom)역의 장유진(영문학 석사과정)씨가 막 잠에서 깬 듯 기지개를 켜며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왔다. 무대 위로 한 줄기 푸른 조명이 비춰졌다. 순식간에 여왕과 연못가 요정들이 자취를 감추고 한여름 밤 숲 속의 꿈나라가 사라졌다.

셰익스피어의 원작 ‘A Midsummer Night’s Dream(한여름 밤의 꿈)’을 현대화한 영어영문학과 원어연극학회 ‘Beings(빙즈)’의 공연 ‘’Mong’이 1일(목)~3일(토) 생활관 소극장에서 열렸다. 빙즈는 1930년 국내 영어연극 초연 이래 80년 동안 공연을 이어와 올해 70회 기념 공연을 맞았다.

관객들은 공연 내내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즐거워했다. 장난기 가득한 왕 오베론(Oberon)의 동작 하나하나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고 남장 배우의 연기에 감탄하기도 했다. 극 중 드미트리우스(Demetrius)역을 맡은 김수진(독문·06)씨는 “약 한달 가량의 연습 기간 동안 남성스러운 손 동작과 발걸음, 자세를 완벽히 익히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번 무대에는 음악, 무용, 미술 전공생들도 활약해 극의 즐거움을 더했다. 연극이 진행되는 내내 작곡 전공생이 만든 ‘Fairy theme’을 관현악 전공생이 마림바(실로폰의 일종으로 공명기가 달려있는 타악기)로 연주했고, 무용 전공생이 짜낸 다채로운 몸짓은 극 전체에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서양화 전공생은 천장에서 11단의 광목천을 흘러내리게 해 조명과 함께 무대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김수희(영문·97) 연출가는 “관객들이 봄 향기 가득한 이화 교정에서 한여름 밤의 꿈을 꿀 수 있길 바랐다”고 말했다. 연극을 관람한 세종대 박현배(나노공학·07)씨는 “극 중 배우들의 영국식 억양이 살아있어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진희 기자 tongil2580@ewhain.net

사진제공: Be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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