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기숙사 B동 앞 등 6곳, 규격 기준에 미달…학생들 불안

 

3월16일(화) 오후11시 기숙사 셔틀버스를 놓친 ㄱ(국문·09)씨는 한우리집까지 걸어가다 입학관 앞에서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친 후부터 남자는 손에 긴 물체를 든 채 ㄱ씨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ㄱ씨는 남자를 피하기 위해 법학관 앞에서 황급히 한우리집 쪽으로 뛰어올라가야 했다. ㄱ씨는 “기숙사로 이어지는 길이 너무 어두워 남자가 손에 들고 있던 물체조차 제대로 보기 어려웠다”며 “밤에 어두운 곳이 있어 교내 범죄 발생 가능성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교내 가로등, 보안등 중 일부가 적정조도 기준에 미치지 못해 학생들이 밤길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한국산업규격에 따르면 간선 도로변에 설치된 가로등의 적정 수평면 조도(보도의 노면 상 평균 조도) 기준은 10~20lx(룩스, 빛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 보안등의 수평면 조도 기준은 3~5lx다.

기자가 3월30일(화)~31일(수) 오후9시~오전12시 학생문화관(학문관), 학관, 한우리집, 중앙도서관(중도), 조형예술관A동 등 본교 건물 20곳에 설치된 가로등(폭이 12m 이상인 도로에 설치된 등)과 보안등(폭이 12m 미만인 도로에 설치된 등) 65개를 조도계로 측정한 결과, 적정 조도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가로등과 보안등이 33개였다.

적정 조도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가로등은 이화역사관 근처, 학문관 후문길, 대학원기숙사B동과 신촌기차역 사이길, 진선미관 앞, 중도 옆문, 아령당 앞에 있었다.

이화역사관 근처, 대학원기숙사B동에서부터 신촌역 가는 길에 설치된 보안등의 조도는 1lx를 넘지 않았다. 이화역사관 근처 보안등 4개의 조도는 0.65~0.81lx였다. 보안등 최소적정조도인 3lx보다 0.9~1.3lx 낮은 수치였다. 대학원기숙사B동을 통해 신촌 기차역 방향으로 가는 약30m 길이의 길에 설치된 보안등 조도도 0.07lx로, 적정 기준보다 2.93~4.93lx 낮았다.

중도 옆문으로 나와 조형예술관A동으로 가는 길도 적정조도를 만족하지 못했다. 중도와 조형예술관A동 사이에 설치된 가로등에서 측정한 조도는 1.3~4.6lx였다. 가로등 최소 조도기준인 10lx보다 5.4~8.7lx 낮은 수치였다.

학문관 후문길과 진선미관 앞, 아령당 앞도 적정 조도기준을 미달했다. 학문관 후문길과 약학관A동 사이의 가로등 조도는 2~3.4lx, 진선미관 앞 가로등의 조도는 3.3~4.5lx, 아령당 앞 보안등의 조도는 1.5~2.2lx였다.

학생들은 가로등과 보안등의 어두운 조도 때문에 귀가길이 불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민정(국제사무·07)씨는 “기숙사에 갈 때는 포관에서 이화역사관을 거쳐 가는 것이 가장 빠른데, 그 부근이 너무 어두워 다른 길로 갈 때가 많다”고 말했다. 길아영(경제·09)씨는 “SK텔레콤관을 지나 신촌기차역 쪽으로 가던 중 한 남성이 쫓아온 적이 있다”며“그 부근이 너무 어두워 치안 유지가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교가 가로등을 더 설치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교내에는 간선도로, 오솔길, 건물 주변 등에 가로등, 보안등 534개가 설치돼있다. ECC 옥상에는 잔디등 131개가 설치돼있다. ECC 옥상 잔디등은 오후7시 점등돼 당일 오후11시 소등된다. 이밖의 교내 가로등은 오후7시에 켜져 다음날 오전6시에 꺼진다. 점·소등 시간은 겨울철과 여름철에 일몰, 일출의 시간 차이에 따라 수시로 조정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디지털전자표준과 연구사 ㄴ씨는 “도로 조명은 주로 야간에 안전하고 쾌활한 도로를 확보하기 위해 설치한다”며 “차나 사람이 다니는 길의 조도는 최소 3~7lx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설과 남석진 과장은 “현재 입학관과 헬렌관 사이에서 인도설치공사와 함께 가로등 신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민원이 있을 경우 현장 확인과 학생처, 총무처와의 협의를 거쳐 가로등을 추가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사임 기자 ssistory@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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