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선수가 은빛 빙판 위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작고 반짝이는 왕관 모양 귀걸이가 연기하는 김 선수를 더욱 빛나게 한다.

밴쿠버(Vancouver) 동계올림픽 피켜스케이팅 종목 금메달리스트가 착용한 귀걸이는 인터넷 누리꾼 사이에서 일명‘연아 귀걸이’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다.

화제의 귀걸이를 만들어낸 숨겨진 주인공은 쥬얼리 디자이너 정지영(서양화 석사)씨다.
“태몽도 특별했어요. 쥬얼리 디자인을 할 운명이었나봐요”

정씨는 떡잎부터 달랐다. 그의 어머니는 손에 커다란 진주반지를 끼는 꿈을 꾸고 정씨를 낳았다.
“하나하나 사서 모으다보니 내가 직접 만들고 싶어졌어요”순수 미술인 서양화 전공생이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것은 욕심 때문이었다. 정씨는 학부 재학시절, 벼룩시장에서 저마다의 사연이 담긴 중고 장신구를 모으기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자신이 직접 쥬얼리를 디자인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도전이 시작됐다.

디자인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본교에서 서양화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떠났다. 뉴욕주립대 산하의 패션 전문학교인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에 입학해 2년 교육과정을 1년 만에 마쳤다.

정지영씨가 입사해 2년째 다니고 있는 쥬얼리 회사 제이·에스티나(J.ESTINA)는 그가 선택한 회사다. FIT 과정을 마치고 뉴욕 패션회사 리즈클레이본(Liz Claiborne)에서 근무하던 정씨는 현재 회사에 입사했다.

“휴가차 한국에 오면서 여러 회사 중 나에게 맞는 회사를 고르고 이력서를 보냈어요”
정규 채용 시기는 아니었지만, 정씨는 면접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의 능력을 높이 산 회사는 정씨에게 합격통지를 보냈다.

정씨는“이력서를 10곳에 보내면 적어도 8곳에서는 면접을 보라는 연락이 왔다”며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얻을 수 있을 때까지 도전하는 정씨는 결국 한국에서 다니고 싶었던 유일한 회사를 직접 선택한 셈이 됐다.

쥬얼리 디자이너는 실제로 쥬얼리를 제작할 때 색감, 보석의 특성 파악 등 다양한 역량이 필요한 전문직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패션과 트렌드를 읽는 능력.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착용하는 쥬얼리가 달라지잖아요”
정씨는 새로운 패션을 파악하고 쥬얼리를 디자인하려고 노력한다. 무턱대고 커피를 들고 거리에 앉아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도 있다. 이 과정에서 정씨는 사람들이 어떤 스타일을 즐겨하는지 살펴보고 아이디어를 얻는다.

“매 계절 새로운 패션 추세를 예상하고 분석, 기획하는 점이 제 장점인 것 같아요”
‘연아 귀걸이’도 그의 기획력이 한 몫했다. 귀걸이는 김연아 선수의 카톨릭 세례명 스텔라(Stella, 은하수를 의미)에 착안해서 디자인했다. 그는 은하수 모양으로 보석을 박아 귀걸이를 제작했다.

“내가 힘들게 디자인한 제품을 착용한 사람을 보면 보람을 느껴요”
디자이너 평균 초임은 연 2천만원대. 출근은 오전9시, 퇴근은 보통 오후11시~자정이다. 많은 업무량에도 정씨는 행복하다. 평생 즐기면서 할 일을 찾았고 지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씨는 디자인한 제품을‘자식’이라고 생각한다. 예쁜 디자인이 나오면 밥을 안 먹어도 절로 배가 부르다.
정씨는 이화의 후배들에게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이 되라고 전했다.

“학부 시절 국내,외 여행과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이 저의 재산이에요. 후배들이 많은 경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았으면 좋겠어요”

그는 27살에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한 때를 떠올리며“목적이 없는 스펙쌓기에 열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끊임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장 중요한 것은“생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배우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정씨. 그의 최종 목표는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문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스스로를‘쥬얼리 디자이너’로 한정 짓고 싶지는 않아요. 제 행보를 기대해주세요”
정씨에게 쥬얼리는‘반짝이는 것’이 아니다. 추억을 담는 그릇이다.

정씨에게‘연아 귀걸이’는 딸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됐고, 김연아 선수에게는 올림픽 금메달을 얻었을 때 착용한 의미있는 귀걸이가 됐다.
사람을 빛나게도, 추억을 담아내기도 하는 쥬얼리. 정씨의 귀걸이에는 또 어떤 사연이 담길까.

 

글·사진: 김아영 기자 momonay@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