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물소리와 반짝이는 빛의 조각, 흘러가는 저기 빈 배, 따라가는 나의 눈길, 쉬어가도 좋아요, 누워봐도 좋아요, 잠들어도 좋아요….”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그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진다. 잔잔한 선율과 서정적인 가사의 노래‘Dream’은 독일 어느 한적한 곳 호숫가에서 만들어졌다.

지난달 25일(목) 첫 정규 앨범‘소요(거닐 逍, 거닐 遙)’를 발매한‘시와’(본명 강혜미, 특교·00년졸)씨를 지난 10일(수) 오후7시 홍익대 앞 한 카페에서 만났다.

관객과의 교감을 중요시하는 그는 주로 홍대 앞 클럽에서 라이브 공연을 한다.
3월에 들어서만 클럽 공연을 세 번 가졌고 6일(토) 공연에서는‘이대 나온 여자’오예리(국제·07)씨와 함께 협연을 하기도 했다.

첫 공중파 출연은 18일(목) SBS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프로그램에서 이뤄졌다.
그는 이날‘작은씨’,‘랄랄라’등 4곡을 차분하게 불렀고, 청취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시와’의 노래 인생은 학부 시절부터 시작됐다. 그는 본교 중앙노래패‘한소리’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보컬을 맡았었어요.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생각을 노래에 담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죠. 대학시절 노래를 계속 해보라는 선배들의 권유 속에서 막연하게나마 가수의 꿈을 키웠어요.”
2000년부터 9년 동안 특수교육교사직을 지낸 그는 서른 살이 되던 2006년부터 홍대 앞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작은 클럽에 공연을 보러 갔었는데 그날 무대 위 가수의 모습이 얼마나 행복해 보이던지, 바로 사장님에게 달려가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달라고 졸랐어요.”

그 클럽 무대에서 처음 불렀던 곡이‘길상사에서’다. 그가 자주 찾던 절인 성북동 길상사를 떠올리며 만든 곡이다.
클럽에서 부른 이 노래가 몇몇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조금씩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시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2009년 건강상의 이유로 휴직을 고민하던 중, 기회가 왔다.
클럽에서 함께 공연하던 가수 오지은과 함께 첫 정규앨범을 발매하게 된 것이다. 그는 10년차가 다 되어가던 특수교사직을 당장 휴직했다.

“5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마지막으로 해주신 말씀이 있어요.‘하고 싶은 거 하고 살라’시더군요. 워낙 완고하셨던 분이라 제 마음 속에 깊이 박혔답니다.”

그는 보통 기획사를 통하는 음반 제작, 홍보, 매니지먼트뿐만 아니라 앨범 배달도 직접 한다.
“가까운 거리에 사는 팬들에게는 직접 앨범 배달을 해요. 받아보시는 분의 반응을 가깝게 느낄 수도 있고, 배달될 주소를 보면 제 노래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어디에 사시는지 어떤 일을 하시는지도 알 수 있답니다.”

제작년 말 어느 팬이 LP판과 함께 보내온 쪽지는 그의 마음 한 켠에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쪽지는“소사 할머니처럼 오래오래 노래하라”는 내용이었다.

소사 할머니란 작년 임종을 맞는 순간까지도 음악활동을 했던 아르헨티나의 민중가수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를 말한다.
“노래하는 자체가 목적이니, 최대한 오래오래 노래하고 싶어요.”

그는 돌아오는 20일(토) 홍대 앞 프리마켓 야외공연과 27일(토) 정규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앞두고 있다.
하루 하루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지만 그는 아침에 일어나 일기를 쓰는 여유만큼은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앨범 한 곡 한 곡에 묻어있는 특유의‘쉼과 여유’가 바로 이 일기를 쓰는 작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오래도록 쉼과 여유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저의 노래 속이었으면 해요. 마치 사막에서 만난 ‘시와’ 오아시스처럼.”

 

성진희 기자 tongil2580@ewhain.net
사진제공: 주성용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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