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G세대로 ‘빛나거나’88만원 세대로 ‘빚내거나’그 양극화의 틈새에서 불안한 줄다리기를 하는 20대. 무언가 잘못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불안에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20대.”

 10일(수) 고려대에 게시된‘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라는 제목의 대자보의 첫머리다. 최근 한 대학생이 소위 SKY인 고려대 경영학과를 스스로 자퇴하면서 게시한 대자보가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기자가 듣는 교육학개론 수업에서도 자보에 대해 학생들과 토론하기도 했다.

자보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자신이 그 위치에 올라가서 바꾸면 되지 않느냐”,“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뒷바라지를 해준 부모님은 생각하지 않았느냐”,“현실도피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등을 보이는 반응과“우리들은 하지 못하는 일을 한 용기 있는 행위다”,“암묵적으로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최초로 사회 화두로 던졌다”,“이런 사람들이 사회를 변화시킨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수많은 반응들을 뒤로하고 그 학생이 대자보를 통해 전하려던 본연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20대인 우리는‘빛나는’G세대다. G세대는 푸른색을 뜻하는‘Green’과 세계화를 뜻하는‘Global’의 영어 첫문자에서 따온 것으로. 건강하고 적극적이며 세계화한 미래지향적인 젊은 세대를 지칭한다. G세대 용어 자체만 보면 우리 20대의 미래가 밝아 보인다. 

그러나 우리 세대를 지칭하는 또 다른 용어 88만세대가 있다. 88만원 세대는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2007년 전후 한국의 20대를 말한다. 88만원은 비정규직 평균 급여 119만원에 20대 평균급여에 해당하는 73%를 곱한 금액이다.

우리들은‘빛나는 G세대가 되기 위해,‘빚내는’88만원세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아등바등 살고 있다. 그 수단으로 우리는 명문대 대학졸업장과 각종 자격증, 어학점수 등을 사용한다.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명문대 대학졸업장을 갖기 위한 입시 경쟁을 했다. 대자보 안에서는 이를 이렇게 표현한다.“친구들을 넘어뜨린 것을 기뻐하면서, 나를 앞질러가는 친구들에 불안해하면서. 그렇게‘명문대 입학’이라는 첫 관문을 통과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학 입학 후에도 변한 것은 없다. 우리들은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 학점관리, 각종 자격증 취득에 여념이 없다. 거기다 의학전문대학원, 약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은 우리의 발걸음을 학원으로 돌리게 한다.

필자의 전공 생명과학과의 특성상 필자 주변에는 의학전문대학원과 약학전문대학원 준비생으로 넘쳐난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기자의 전공을 듣고 항상 묻는 말은“의전, 약전 준비해?”다. 어느 누구도 자연과학이 재밌는지, 어느 분야가 가장 흥미로운지는 묻지 않는다.

대학(大學, college)은 여러 학문분야를 연구하고 지도자로서 자질을 함양하는 고등교육기관이라고 사전은 표현한다. 진정 우리나라 현실의 대학들이 이를 위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이러한 회의가 한 대학생에게 명문대 졸업장을 포기하게 하지 않았을까. 한 학생의 대자보는 사회에 맞춰 살아가려는 안일한 20대에게 자각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대학생이라면 대학을 다니면서 이 학생과 같은 생각을 했음에도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묻어두었을 것이다.

현실이 두려워 넣어뒀던 이야기를 당당히 현실에게 따지는 용기있는 그 학생의 행동은 현재의 우리를 성찰하게 한다. 한 대학생의 결정의 옳음과 그름은 우리가 아니라 그 학생이 판단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자보의 끝부분을 적어본다.

“더 많이 쌓기만 하다가 내 삶이 시들어버리기 전에, 쓸모있는 상품으로‘간택’되지 않고 인간의 길은‘선택’하기 위해, 생각한대로 말하고 말한대로 행동하고 행동한대로 살아내겠다는 용기를 내련다. 이제 대학과 자본의 이 거대한 탑에서 내 몫의 돌멩이 하나가 빠진다. 탑은 끄떡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을 버리고 진정한 대학생의 첫발을 내딛는 한 인간이 태어난다.”


‘빛나는’G세대,‘빚내는’88만원세대 보다 자신의 진정한 꿈과 행복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자유로운’세대가 우리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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