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에서 국가 고등고시(행정·외무), 법무부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비싼 학원비와 집세로 생활고를 겪고 있다. 학원 수강료와 월세를 포함한 수험생들의 월 생활비는 130만원~200만원 사이다.

△3대 고시 학원 학원비 올려, 부담 가중돼

고시생들이 학원 수강료로 지불하는 금액은 한 달 생활비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올해는 고시촌 3대 학원이 수강료를 올려 수험생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됐다.

고시촌에 위치한 고시 학원들은 한 과목씩 수강하는 단과반, 모든 과목을 수강하는 종합반으로 나눠 운영된다. 단과반의 경우, 과목 수강료는 회당 1만6천원~1만9천원 사이다. 종합반은 460~500만원 정도다.

최근에는 일반 종합반 수강료보다 6배 비싼 종합반이 등장하기도 했다. 고시촌에 있는 A학원(관악구 대학동 소재)은 올해 3월부터 소수 정원의 종합반을 개설해 수강생 80명을 모집 중이다. 학원 강의 외에 자습실, 합격 수기를 전해줄‘멘토’가 제공된다. 소수 정원 종합반 12개월 수강료는 2천960만원이다.

빠듯한 형편의 고시생들은 2천만원대 종합반 등장을 부담스러워 한다. B학원(관악구 신림2동 소재)에서 490만원을 내고 일반 종합반을 수강하는 ㄱ씨는“소수종합반은 강사 1명과 3~4명의 학생만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들었지만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ㄱ씨의 어머니는“2년 동안 매달 180만원 정도의 학원비와 생활비를 힘겹게 지원했다”며“2천만원대의 학원비를 지불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 위치한 다른 학원도 고시생의 부담을 덜어주지는 못한다. B학원에서 사법시험 필수 과목인 민법60회, 형법42회, 헌법40회를 수강하려면 255만6천원을 내야한다. 종합반 12개월 과정 학원비는 490만원이다. B학원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ㄴ씨는“대부분의 학생들이 단과반을 듣는다”며“비용은 종합반보다 비싸지만 자신의 학습진도에 맞추기 위해 단과반을 등록한다”고 말했다.

사법시험을 2년째 준비중인 임이슬씨는“종합반 수강료는 단과반에 비해 저렴하지만 5개월간 월 98만원을 분납하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는“올해 고시촌 3대 학원이 학원비를 올려 작년보다 비싸졌다”고 말했다.

△식비, 집세 등 생활고 여전해

월세와 식비, 교재비를 포함한 고시생들의 한 달 생활비는 100만원 이상이다.

원룸식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임이슬씨는 월세를 포함해 부모님께 매달 생활비 100만원을 받고 있다. 41만원은 월세를 내는데 사용하고 60만원은 식비, 교재비 등에 쓴다. 임씨는“학원비를 포함하면 매달 드는 돈이 200만원이 넘는다”며“교재비가 많이 드는 달에는 용돈을 더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아끼고 아껴‘짠돌이’처럼 생활해야 130만원으로 한 달을 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시촌의 원룸 주거비도 고시생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고시촌 지역 주거비는 16㎡원룸 기준 평균 보증금 500만원, 월세 45~50만원 수준이다. 개인 화장실이 있고 길가에 위치한 원룸식 고급 고시원은 한 달월세비가 최고 50만원이다.

청담공인중개사사무소(관악구 대학동 소재) 김현진 이사는“사법시험 1차가 끝났지만 빈 방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고시촌 근처 아파트에 2~3명이 모여 살기도 한다”며“전세 시세는 1억5천~1억8천만원 사이”라고 덧붙였다. C공인중개사무소(관악구 대학동 소재) ㄷ씨는“최근 고시원, 원룸을 리모델링하면서 월세가 비싸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달 식비도 만만찮다. 고시생들이 주로 식사를 해결하는 고시식당은 한 끼 3천8백원 정도다. 식권 100장을 한 번에 구매하면 27만원, 한 끼에 2천7백원에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매일 고시식당에서 식사해도 매달 27만원을 내야한다.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ㄹ씨는“친구들과 가끔 고시식당이 아닌 다른 음식점에 가거나 커피를 마셔 생활비가 많이 든다”며“고시촌 물가가 싼 편이지만 생활비는 만만찮다”고 말했다.
고시생들은 현재는 고통스럽지만 시험 합격을 위해 견디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임씨는“2년 동안 사법시험을 준비하기로 부모님과 약속했다”며“생활비가 부담스럽지만 내년에 꼭 붙을 생각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시원에서 지내며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ㅁ씨는“힘든 고시 공부에 적지 않은 생활비도 고통스럽다”며“고시에 합격하기만 한다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momon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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