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드디어 슈롤 벗의 빵을 먹었어요! 먹어본 적이 없는 맛, 정말 강력 추천입니다.”“초콜릿. 이건 정말 최고예요! 듬뿍 뿌려진 코코아 가루와 쫄깃하면서도 보들보들 진한 초코!”“내일 먹으려고 아껴놨는데 너무 맛있어서 통째로 다 가져와 먹고 있어요.” 같은 학교 학생이 직접 만든 빵을 맛본 사람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본교 커뮤니티 이화이언(ewhaian.com) 비밀의 화원(비원)에서‘슈롤벗’으로 알려진 김예나(법학·04)씨는 작년 11월 처음으로 학생들에게 슈롤 케이크, 초코 케이크, 초콜릿, 브라우니(Brownie·사각 형태로 잘린 진한 초콜릿 케이크), 치즈 머핀(muffin·종이 컵 포장 안에 든 작은 케이크를) 등을 만들어 팔았다. 비원에서 전화번호를 공개해 80개 수량을 예약받은 후였다.

저렴한 가격에 정성이 듬뿍 담긴 빵을 맛본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주문이 쇄도했고 5일 뒤 2차 판매가 이뤄졌다.

빵은 정해진 시간에 학교에서 전달했다. 휴학생들은 김씨의 빵을 먹기 위해 먼 거리를 달려 학교로 일부러 찾아오기도 했다. 김씨와 직접 만난 학생들은 김씨가 직접 한 포장과 맛에 감동했다. 학생들은 직접 사진을 찍어 비원에 후기를 올리기도 했다.

“이렇게 잘 팔릴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그저 취미삼아 만든 빵을 좋아해주시니 기쁠 따름이죠.” 김씨는 수줍은 듯 웃으며 말했다.

 

 

재료를 듬뿍 넣는 것은 그의 주된 인기 요인이다. 김씨는 브라우니나 초코 케이크 등에는‘커버춰(Couverture·카카오 콩에 발효, 분쇄, 건조 등의 가공을 한 것)’제품을 사용한다. 초콜릿을 듬뿍 넣은 덕분에 진하고 부드러운 그만의 브라우니와 초코 케이크가 탄생했다.

김씨는 학생들이 자신의 빵을 좋아하는 이유를‘무언가를 공유하는 즐거움’때문이라고 생각한다.“요즘에는 학교 밖에서 다양하고 맛있는 빵을 구입하기 쉽잖아요. 그렇지만 같은 학교 학생이 취미로 만든 빵을 캠퍼스 안에서 직접 구입하고 맛을 공유한다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원래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김씨는 누군가 좋아하는 재료를 말하면 머릿속에서 맛을 조합, 그를 위한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 미식가인 아버지 덕에 어릴 적부터 맛을 느끼고 상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종종 커피를 좋아하는 남자친구를 위해 에스프레소(Espresso·공기를 압축하여 짧은 순간에 추출한 커피)로 케이크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특별한 파스타(Pasta·스파게티 등의 이탈리아의 국수요리)를 대접하기도 해왔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본 김씨는 이 즐거움을 본교 학생들과 나누기로 했다.

김씨는 작년 6월28일(일) 슈크림 빵을 좋아하는 동생의 생일 축하를 위해 처음‘슈롤케이크’를 만들었다.“상큼한 맛을 좋아하는 동생을 위해 특별히 레몬을 사용해 만들었어요. 만들다 보니 슈크림에 비해 빵 부분이 빈약한 것 같아 롤 케이크 속에 슈크림을 넣은‘슈롤케이크’를 만들기로 했죠.”이후 레몬의 신 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초코 슈롤케이크’도 만들었다. 그가 개발해 낸‘슈롤케이크’덕에 그는 비원에서‘슈롤벗’으로 불리게 됐다.

학생들에게 완성된 빵을 선보이던 첫 순간에는 우여곡절이 있었다.“하루 종일 초콜릿 냄새를 맡으며 빵을 만들었어요. 다 구워진 브라우니가 쫀득쫀득하게 마르길 기다렸다가 옮기던 도중 그만 바닥에 엎고 말았답니다.”김씨는 오래 기다린 학생들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해 굉장히 미안해했다. 비원의‘벗’들은 김씨를 위로하며 응원했고, 이에 힘입어 김씨는 다시 빵을 구워 다음 날 전달할 수 있었다.

졸업을 앞두고 있어 앞으로는 빵을 구울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 같다는 그는 “작은 카페를 차리고 싶다”며“사람들에게 취향에 맞는 특별한 빵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성진희 기자 tongil2580@
사진: 배유수 기자 baeyoosu@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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