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1일(목) 오후10시50분. 본교 커뮤니티 이화이언(ewhaian.com) 비밀의 화원(비원)에는 1천404명이 접속 중이었다.

곧‘벗들 학교생활 잘들 시작하셨나요? 저 왔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일명 ‘음악방송벗’ㄱ(생명·08)씨는 최근 밤마다 비원을 음악방송으로 채우고 있다.

방송 시작을 알리는 그의 글을 열어보면 ‘방송 계정을 곰플레이어(동영상이나 음악 등을 재생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실행 후 ctrl + U(인터넷 라디오 주소 열람창을 여는 단축 명령어) 누르고 주소 붙여넣기 하라’는 안내가 뜬다. 열람창에 주소를 붙여넣기하면 ㄱ씨의 음악방송이 시작된다.

이날 방송은 “2주 만에 돌아왔어요”라는 인삿말로 시작됐다. 비원 접속자 중 약 30명의 이화인이 이날 방송을 청취했다.

지난 1월7일(목) 시작된 ㄱ씨의 방송은 오후10시~11시가 되면 이화인을 찾아온다.
그가 거의 매일이다시피 방송하던 1월7일(목)~31일(일)에는 청취자 수가 인터넷 라디오 방송 무료 계정 정원인 50명을 넘겼다.

ㄱ씨는 “방송을 시작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정원을 100명으로 늘리기 위해 유료 계정을 써야할 정도로 청취자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음악방송 계정 접속이 수강신청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내용의 글도 게시됐다. 비정기적으로 방송을 한 2월에는 평균 30명이 그의 방송을 청취했다.

그는 우연한 계기로 방송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마이크(Microphone)를 구입해 친구와 인터넷 메신저(Messenger)로 음성 통화하던 중, 비원 접속자를 대상으로 음악 방송을 하면 이화인들과 보다 즐겁게 소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첫 방송에서는 실수를 많이 했다. 말없이 음악만 틀기도 했고 간단한 인사를 해도 더듬거렸다.
방송 체질이 아니란 생각에 회의감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더 재미있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ㄱ씨는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그는 방송에서 사연을 읽기 시작했다. 이화인들의 남자 친구와의 기념일 이야기, 일상의 고민 등이 방송에 소개됐다. “며칠 뒤에 취업 면접 보는데 떨려. 응원해줘요”라는 사연이 올라 왔을 땐 꼭 붙었으면 좋겠다는 응원도 보냈다.

전화 연결도 했다. 청취자들이 개설한 채팅방에서 약 80명이 대화에 참여한 가운데, ㄱ씨는 전화 연결된 이화인과 함께 노래 자랑, 성대모사 등을 진행했다.

이윽고 ㄱ씨는 본인이 직접 개인기까지 선보였다.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한‘페이퍼 타올이 요기 잉네’는“비슷하다”, “잘한다”는 호응을 얻었다. 이는 미국 드라마 Lost(로스트)에 등장한 외국인 배우 존 월컷(John Walcutt)의 서툰 한국말이 화제가 돼 인기를 끌었던 대사다.

“방송을 하다보면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는 ㄱ씨는 오후10부터 다음날 아침7시까지 연속 9시간 동안 방송한 적도 있다.

ㄱ씨는 비원의 화젯거리를 그날 방송의 테마로 선정하기도 했다.
하루는 옛 아이돌 가수에 대한 이야기가 비원에서 화제로 떠올라, 10년 전 활동했던 가수들부터 최근에 활동하고 있는 가수들의 노래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곡을 선곡해 방송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최고 이화인 100명이 듣는 방송의 진행자다. 그는 항상 무언가를 얻는다기 보다는 즐기자는 마음가짐으로 방송에 임하고 있다.

“학생들이 심심할 때 편한 친구처럼 수다 떨 수 있는 방송을 하고 싶어요.”

개강하면 학업 때문에 방송 횟수가 줄겠지만 자신을 찾는 애청자들을 위해 헤드셋(음악 등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는 전자제품)과 마이크를 놓지 않겠다는 ㄱ씨.
늦은 새벽, 갑자기 수다가 떨고 싶어진다면 비밀의 화원의 음악방송벗과 함께 밤의 시간을 유영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소현 기자 sohyunv@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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