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 후드’공구 수요 조사부터 진행할게요!”

작년 10월30일(금) 야심한 새벽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이화이언(ewhaian.com) 익명게시판‘비밀의 화원(비원)’에 이화 후드(Hood·모자가 달린 티셔츠) 공동구매(공구)를 위한 수요 조사 글이 올라왔다.

디자인은‘Ewha’가 멀리서 튀어나오는‘띠용이화’등 총 5가지였다. 비원에 접속한 이화인들은 원하는 디자인의 번호를 댓글로 달기 시작했다. 이 글에는 순식간에 댓글 약200개가 달렸다. 작년 10월31일(토), 11월24일(화), 올해 1월15일(금) 3번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이화 후드를 만들어 판‘이화 후드 벗’은 이수민(국제사무·08)씨다. 이씨를 9일(화) ECC에서 만났다.

이씨가 처음부터 이익을 목적으로 비원에서 공구를 시작한 건 아니었다. 학교를 상징하는 티를 직접 만들어 입고 다니고 싶었다.“처음에는 저 혼자 입으려고 디자인이 어떤지만 봐달라고 글을 남겼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자기도 입고 싶다며 공구해보자고 댓글을 남겨주셨죠.”

그는 공구를 추진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이화인들의 지지로 공구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다. 후드 디자인, 후드 가게 및 나염 공장 물색, 배포 등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그의 몫이었다. 처음해보는 것이었기에, 실수도 고생도 많이 했다. 그는“후드를 분류한 뒤 나눠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진행이 늦어졌다”며

“사람들을 3시간 이상 기다리게 했다”고 말했다.“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했어요. 잘못 나눠진 경우도 많아 나중에 한 분, 한 분 전화를 해 원래 신청한 것으로 돌려 드려야 했죠.”

1차의 경험이 밑거름이 돼 2, 3차 공구는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공구 3번 동안 그가 판 후드는 약 천벌이지만 이윤은 남지 않았다. 그는“1차 때는 소량이었고, 2차 때는 잘못 주문된 후드가 많아 개인 돈을 써야 했다”며“3차 때는 가격을 넉넉하게 책정해 남으면 다시 돌려드리려 했지만 후드 운송비, 배포하면서 도와주셨던 분들과 먹었던 밥값으로 써 돈이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화 후드를 통해 그는 따뜻한 이화인들의 성품을 느낄 수 있었다.“배포날 오신 몇몇 분들이 주먹밥 등의 간식거리를 주셨어요. 너무 감사했죠.”

후드 배포 날마다 이씨와 함께 ECC 나무계단에서 후드를 나눠줬던 것도 이화인이었다. 공구를 위해 만든 홈페이지(ewhaianhoody.cafe24.com) 질문 게시판에서도 이화인들은 이씨를 응원했다.“구입해주신 분들이 예쁘게 잘 입고 있다고 수고해줘서 고맙다는 글을 많이 써주셨어요.”

이화인들의 지지를 받았던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이화여신대학교 티’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소식에‘학교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 같다’는 반대 글이 올라온 것이다.

후드는 논란의 대상이 됐다.“처음에는 사람들이 먼저 만들자고 하다가 막상 만든다고 하니까 반대하는 사람이 생겨 속상하기도 했죠.”이씨는 여신대학교 후드를 만들지 않으려고 했지만 원하는 사람이 있어 약50장을 만들었다.

이화 후드를 통해 그가 배운 건‘신뢰’의 중요성이다. 후드 공구를 통해 개개인에게 신뢰를 주는 법을 깨달았다.

“제 입장에서는 일대 다수지만 구매자 입장에서는 일대일 대면이잖아요. 구매자 각각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비원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화 후드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11일(목) 이씨는‘이화 후드 홈페이지에 4차 공구를 하지 않겠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게 견디기 힘들다”며“책임지지 못할 일을 크게 벌인 것 같은 마음이 들어 취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의 작은 소망에서 비롯됐던 후드는 이화인을 하나로 연결하는 강한 끈이 됐다. 후드 한 벌로 비원에 있는 이화인들에게 소소한 기쁨을 안겨준 이씨는 이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따스한 기운을 퍼트릴 것이다.

 

전하경 기자 jhk0712@ewhain.net
사진: 안은나 기자 insatiable@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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