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창조학교’이어령 멘토가 인터넷으로 원숭이 이야기를 했다.

숲에 사는 원숭이 8마리를 잡아 와 우리 안에 가둔다. 천장에는 바나나가 있고 천장에 닿을 수 있는 사다리도 있다. 8마리 원숭이들은 바나나를 보고 열광한다. 그 중 가장 용감하고 행동력 있는 원숭이가 사다리를 타고 바나나에 손을 뻗자 천장에서 물벼락이 떨어져 사다리를 타지 않은 원숭이까지 물벼락을 맞았다. 무리에 있던 다른 원숭이가 다시 도전했으나 다시 물벼락만 맞을 뿐이었다.

두 번이나 물벼락을 맞자 원숭이들은 바나나를 향해 도전하려는 원숭이들을 막고 때렸다. 잠시 후, 밖에 있던 원숭이 한 명과 우리 안에 있던 원숭이를 바꿔 넣는다. 새로 들어온 원숭이도 천장의 바나나를 보자 사다리를 타려 했다.

주위 원숭이들은 다시 올라가지 못 하게 그 원숭이를 끌어내리고 때렸다. 다시 원숭이 한마리가 교체됐고, 그 원숭이도 사다리를 타려 했다. 그러자, 영문도 모른 채 맞았던 원숭이도 새로 온 원숭이를 같이 때렸다. 8마리 모두 다른 원숭이로 바뀌었을 때 아무도 바나나를 보지 않았다.

그들은 사다리가 있음에도 왜 자신이 사다리를 타면 안 되는지 영문도 모른 채 침묵을 유지했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도전’이다. 이 도전에는‘물벼락’이라는 위험이 따른다.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 이야기의 원숭이들은 다른 원숭이가 막는다는 이유 하나로, 도전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대학생들은 어떤 행동을 할까.

요즈음 대학생 세대를 일컬어 일명 ‘G세대’라 부른다. G세대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태어나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된 2000년대에‘글로벌마인드(global mind)’를 갖추고 자랐으며, 한국이‘G20 의장국’이 됐을 때 어른이 된 88~91년생이다.

G세대의 특징은 세계를 무대로 삼고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연세대 정형일 교수(생명공학과)는“강대국에 대한 열등의식이 없고 어떤 분야에서든 앞서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세대가 G세대”라고 말했다.

이번 벤쿠버 동계 올림픽에는 빙상 영웅들의 활약이 빛났다. 이번 올림픽으로 스타가 된 김연아, 이정수, 이승훈 등도 88~91년 사이에 태어난 G세대다.

이번 동계올림픽 G세대 선수들도 이러한 자신감을 어김없이 보여줬다. 김연아는 여자 피겨선수 최초 3.5회전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킨 마오 앞에서도 당당하게 연기 했다. 이정수도 역대 쇼트트랙 최악체라는 평가 아래서 벤쿠버라는 세계 무대에서 금메달을 따 한국의 위상을 높혔다.

TV속 G세대들은 전형적인 G세대 특징처럼 당당하며 자신의 길을 가는 듯하다. 하지만 정작 G세대 중 한명인 나, 그리고 우리 주위는 정말로 글로벌 마인드와 자신감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G세대는 세계를 자신의 무대로 여기는 세대지만, 나 자신은 세계가 아닌 서울, 한국에서 아등바등 거린다. 마음 속에는 세계 무대를 누비고 다니는 위풍당당한 나가 아니다. 당장 졸업 후에 직장에는 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 직장에 취업하기 위한 공인 영어 성적이 더 크게 자리잡고 있다.

10일(수) 취업포털 스카우트에 따르면 신입 및 경력 구직자 679명을 대상으로‘스펙으로 인한 스트레스 유무’에 대해 조사한 결과 신입 구직자의 각각 93.6%가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G세대들은 자신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알지 못한 채 ‘취업이 잘 될 것 같다’는 이유로 스펙에목매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들은 시류에 휩쓸려‘바나나’에 도전조차 하지 못하는 원숭이와 다를 바가 없다.

기자 생활을 해오면서 필자는 ‘지선아 사랑해’의 저자 이지선씨를 인터뷰 했던 적이 있다. 이지선씨는 불의의 사고로 화상을 입었음에도 현실에 굴하지 않았다. 불편한 몸에도 이씨는 미국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가 사고가 났을 당시 사람들은 물벼락을 맞은 원숭이처럼 그를 편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씨는 스스로 물벼락을 감수했고 주위의 우려와 달리 혼자 힘으로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자. 두려워하지 말자. 도전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원숭이에 불과하다.


전하경 문화학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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