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무대 위에 여섯 개의 의자가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있다. 조명이 꺼지고 어둠이 내린다. 5초 간 암전. 다시 여섯 개의 스포트라이트(spotlight)가 켜진다. 여섯 명의 여자들이 앉아 제각각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총연극회(총연) 동문들이 모여 만든 극단 이후(EWHO)의 창단 및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공연 ‘여자 이야기’가 8일(월)~14일(일) 종로구 동숭동 정보소극장에서 열렸다.

총연은 1985년 각 단과대 연극반이 모여 창단된 이래 24년간 50회가 넘는 공연을 무대에 올린 연극 동아리다. 동문공연은 2006년 봄 70학번~06학번 동문들이 모여 올린 개교 120주년 기념 ‘루나자에서 춤을’ 이후 두 번째다. 동문들은 작년 11월 ‘극단 이후’를 창단했고, 4개월 만에 창단공연 ‘여자 이야기’를 만들게 됐다.

‘여자 이야기’의 극 중 배역들은 모두 이름이 없다. ‘직장여성’, ‘연극배우’, ‘주부’,‘점원’,‘백수’,‘인턴’이 그들의 이름을 대신한다. 무대 위 의자는 인물들의 내면 공간을 상징한다. 여자들은 의자에 앉는 순간 현실의 거짓을 벗고 내면의 고백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직장여성’은 일과 육아를 고민하다 승진에 실패하고 ‘연극배우’는 항상 조연에 머물며 ‘주부’는 남편의 외도로 고통스러워한다. 비정규직인‘점원’은 정규직이 되고 싶어 하고 ‘백수’는 취직 때문에 골머리를 앓으며 ‘인턴’은 혼전임신을 한다.

극 속 이야기들은 상당 부분 20대~40대 여성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총연극회 극원들이 총연 홈페이지 익명게시판에 털어놓은 이야기들이 대본 초벌작업의 기반이 됐다. 극에 등장하는 ‘연극배우’ 역은 실제로 직장과 육아때문에 14년간 배우의 꿈을 접고 살아야 했던 강한민(전자계산학·96년졸)씨가 맡았다.

공연에는 현재 총연에서 활동 중인 학부생도 참여했다. 극 중‘인턴’역을 맡은 윤영수(경제·06)씨는“아직 학생이라 서툴고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특히 임신 장면에서는 실제로 그런 상황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감정연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스태프로 일한 송민경(독문·07)씨는“대학시절 총연 활동을 하며 공연기획 분야에서 일하고자 하는 꿈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집필과 연출을 맡은 김명화(교육심리학·88년졸) 연출가는 연출의 글에서 “대학시절에 ‘연극’이라는 황금양털을 간직했던 총연 동문들과 특별한 연극적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며 “나라는 개인을 떠나 보편적 여성성에 대해 고민을 할 수 있었던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한보민 기자 star_yuka@ewhain.net
사진제공:극단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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