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쿠폰·물품배송 등 SSM의 고객 유인책, 영세상인들에게는 그림의 떡

 

서대문구, 마포구 영세상인들이 대기업 직속 슈퍼마켓인 SSM(Supersupermarket)의 출현으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본교 인근 지역에 작년 5월 개점한‘롯데슈퍼’(공덕동 소재)를 시작으로 SSM의 입점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SSM이란 대기업이 운영하는 소매점으로‘롯데슈퍼’,‘마켓999’,‘이마트 에브리데이’등이 있다.
현재 서대문구와 마포구에는 롯데슈퍼 마포대흥점, 공덕점, 마켓999 창천점, 이대점 등 SSM 4곳이 운영되고 있다. 
 


△경쟁에서 뒤쳐져가는 영세상인들

SSM과의 경쟁에서 밀린 일부 영세상인들은 급격한 매출 감소로 폐점을 고려하고 있다.
신촌 현대백화점 맞은편에 위치한 신촌 다주상가 사무실에 따르면 최근 1달간 폐점한 소매점은 5개다. 신촌 다주상가에서 채소 도,소매 가게를 30년째 운영하고 있는‘가나안상회’박상엽(서울시 마포구·56)씨는“몇십년 장사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더 이상 못 버티겠다며 가게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폐점을 하지 않는 소매점도 사정은 좋지 않다. 기자가 SSM 인근의 소매점 14곳을 조사한 결과, 매출은 SSM 등장 이후 평균 30% 이상 줄었다.
마켓999 창천점 인근 소매점인‘상가식품’은 마켓999 창천점이 입점한 후 매출이 40%까지 떨어졌다. 상가식품과 마켓999의 거리차이는 고작 열 발자국.


상가식품 주인 ㄱ씨는“대형마트, 편의점에 이어 이제는 SSM까지 출범했다”며“우리 소매점들은 굶어죽으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롯데슈퍼 마포대흥점 맞은편에 위치한‘대한슈퍼’주인 장순이(서울시 마포구·63)씨도 “롯데슈퍼가 지난해 8월 입점한 이후 나날이 수입이 급감하고 있다”며“이제는 하루 평균 수입이 15만원을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마켓999 이대점 인근에 있는‘선영마트’주인 ㄴ씨는 SSM에 대해 말하기 전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선영마트는 마켓999 이대점 입점 이후 매출이 20% 줄었다.
ㄴ씨는“단골 손님들마저 마켓999 봉투를 들고 지나가는 것을 보면 속상해죽겠다”고 말했다.

 

△영세상인들 손님 유인하려 변화 시도하지만 불황 여전


영세상인들은 SSM과 경쟁하기 위해 일부품목 할인, 운영시간 연장 등 변화를 시도하지만 매출회복은 여전히 어렵다.

영세상인들은 SSM과 경쟁하기 위해 일부품목 할인, 운영시간 연장 등 변화를 시도하지만 매출회복은 여전히 어렵다.


SSM은 다양한 할인쿠폰 제도, 물품배송과 같은 고객 확보 전략을 고수함으로써 고객들을 유인한다.
반면 일반 소매점들은 고객 확보 전략을 펼치기가 어렵다. 가격할인을 하면 가게 유지비조차 벌기 힘든데다, 물품배송 역시 추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주상가에 위치한‘지현식품’이상근(서울시 서대문구·50)씨는 얼마 전부터 음료수 품목에 한해 반값할인을 시작했다.
이씨는“손님들이 얼마나 더 올지는 모르겠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할인을 한다”고 말했다.


선영마트주인 ㄴ씨 역시 마켓999가 입점한 이후 가게를 24시간 운영하기 시작했다. “줄어든 매출을 메워보려고 온종일 가게에 앉아있지만 떨어진 매출을 회복시키는 게 쉽지 않네요.”


△정부, 소상공인들 지원하지만 어려움 여전해


정부는 2005년부터‘소상공인 창업 및 경영개선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영세상인들은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 창업 및 경영개선 자금’은 도·소매 및 영세 자영업자의 창업 및 경영 안정을 돕기 위한 정책 자금이다. 정부는 영세상인들에게 금리 연 4.5%로 최고 5천만원까지 자금을 대출해준다.


자금 대출 수요에 비해 정부가 공급하는 자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작년 7월 소상공인센터가 소상공인들의 수요를 조사한 결과 180건, 금액으로는 70억원이 신청됐으나 이들에게 지급된 금액은 1/4 수준이었다. 선착순으로 이뤄진 신청접수는 사람이 몰려 첫날 마감됐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1월6일(수) 중소기업청이 소상공인에게 지원한 2천억원은 하루도 못가 소진됐다.


다주상가 옆에 위치한‘대림마트’주인 ㄷ씨 역시 가게 경영에 어려움을 느껴 정부의 지원을 받아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다음번에 기회가 오기를 기다려야죠” ㄷ씨는 힘없이 말했다.


자금지원을 받은 상인들도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마포구 대흥동에서 소매점‘베스트 스토어’를 경영하는 전직 군인 안상철(서울시 영등포구·53)씨는 정부로부터 5천만원을 지원받았다. 그는 세 달에 한 번 원금 230~240만원과 이자 20~60만원을 내야한다. 안씨는“롯데슈퍼가 생긴 이후 매출이 감소해 원금과 이자를 갚기가 더 힘들어졌다”며“군인 연금 200만원으로 원금과 이자를 갚기에는 벅차다”고 말했다.


“이제는 대학 간 아들도 있는데, 살고있는 집을 팔아야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는 안씨의 얼굴에 그늘이 짙어졌다.

 

최은진 기자 perfectoe1@ewhain.net
사진: 배유수 기자 baeyoosu@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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