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는 2009년 1학기부터 수강신청 장바구니제도를 도입했다. 수강신청 전, 수강 희망 과목 목록을 미리 입력해두는 장바구니제도는 수강신청 당일 장바구니에 담긴 과목들을 클릭 몇 번으로 신청할 수 있다. 학수번호를 달달 외워 빠르게 타이핑하던 풍경은 이제 옛 일이 됐다. 이런 편리함으로 많은 이화인들은 장바구니 제도의 도입을 반겼다. 필자 역시 학수번호를 타이핑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져 무척이나 즐거웠다. 그러나 그런 즐거움도 잠시였다.

장바구니 제도의 도입으로 예전보다 더 편리하게 수강신청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다. 장바구니 제도는 이화인들이 수강신청에 대해 갖는 근본적 불만인‘학생들의 수요와 상관없이 개설되는 과목과 분반들’을 외면한 채, 조삼모사(朝三暮四)의 태도로 학생들을 기만하고 있다.

기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이화인들은 장바구니 제도의 도입을 강의에 대한 사전 수요조사로 생각해 많은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수강 신청 전, 장바구니를 통해 강의에 대한 수요를 파악하고 그 수요를 충족시킬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커리큘럼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제도 도입의 목적이자 의무가 아니었던가.

 장바구니 제도를 도입한 지난 3학기동안(계절학기 제외)의 교내 풍경을 살펴봐도 도입 전에 비해 달라진 점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특히 부복수전공생이 유독 많은 경영학과 전공과목은 여전히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들로 미어터질 지경인데,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의 분반이 개설되지 않아 강의를 듣지 못하는 학생이 태반이다. 교수들이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수강인원을 늘린다 해도, 이미 배정이 끝난 좁은 강의실에서 콩나물시루의 콩나물처럼 앉아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제도 도입 후에도 되풀이 되고 있다.

장바구니 제도의 도입으로 이화인들은 수강신청 대란이 어느 정도 호전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장바구니 제도는 유명무실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장바구니 제도가 본연의 목적과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보고 학생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는 제도로 개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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