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월25일(목) 사형제도 합헌 판결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1996년 11월 헌법소원에서 사형제도 합헌 결정을 한 지 13년 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다시 한 번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언론사들은 300여건에 달하는 관련기사를 쏟아냈고 국제인권단체들과 종교단체들은 합헌 결정에 반발하며 앞다투어 입장을 표명했다.

일반 시민들도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서 사형제도 존속의 실효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일부 네티즌은‘사형제도가 존속해야 흉악 범죄가 줄어든다’며 사형제도 합헌 결정을 반겼고 또 다른 네티즌들은‘사형제도와 범죄율은 아무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등 대립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사형제도 존속이 어느 정도의 실효성이 있는지는 사실 그 누구도 확답을 내리기 힘들다.
한 번 상상을 해보자. 의도적인 혹은 우발적인 살인을 한 범인이 사형제도로 인해 자신의 행위를 고려하거나 참을까?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살게 된다면 한 번 살인을 해볼만하다고 생각할까?

결과적으로 사형제도 존속으로 범죄율이 줄어들거나 늘어난다는 접근방법은 근시안적이고 어설프다.
때문에 사형제도는 제도 자체의 실효성보다는 원칙과 상징의 문제로 넘어가게 된다.

그러나 원칙과 상징도 사람마다 엇갈리게 마련이다.

사형제도를 합헌이라고 판단한 재판관들은“사형은 정당한 응보를 통하여 정의를 실현한다”며 정의를 사형의 원칙과 상징으로 삼았다.

반면 사형제도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4명의 헌법재판관과 인권, 종교단체들은 사형제도의 상징이 생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사형제도는 인간의 기본권인 생명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야만을 사형제도의 상징으로 삼은 사람도 있다.

빅토르 위고는“사형제도는 야만의 특수하고 영원한 상징”이라며“사형이 집행되는 곳은 야만이 지배하고 사형이 없는 곳은 문명이 지배한다”고 말했다.

사형제도에 대한 다양한 원칙과 상징 중 어떤 상징이 더 가치 있는지는 개인 판단의 문제다. 절대적 가치와 선은 없다.

다만, 13년 전 헌재 결정문 일부를 보면 사형제도의 결론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 알 수 있다.
‘한 나라의 문화가 고도로 발전하고 평화롭고 안정된 사회가 실현되는 등 시대 상황이 바뀌어 생명을 빼앗는 사형의 위력에 의한 범죄 예방의 필요성이 거의 없어진다거나 국민의 법 감정이 그렇다고 인식하는 시기에 이르게 되면 사형은 곧바로 폐지되어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벌로서 사형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당연히 헌법에도 위반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즉, 답을 내리는 것은 그 시대의 시대상과 국민들의 보편적인 가치일 뿐이다.
현재 법률상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독일, 프랑스 등 34개국이다.
전시범죄(戰時犯罪), 군범죄를 제외한 일반범죄에 대해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스위스, 영국 등 18개국이다.

그리고 사실상 사형집행을 하지 않는 국가는 벨기에, 그리스 등 26개국이다.
우리나라는 국제적 인권단체인 국제엠네스티에 의해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될 만큼 사형집행에 조심스럽다. 1996년부터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사형제도 합헌 판결이 났다고 해도 실제로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것이 현재 시대의 흐름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 사실만은 기억해야 한다.

국가가 형벌권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의 생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는 함부로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인간의 존엄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17살때인 2006년 부모가 살해당한 미국인 에릭 로저스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에게 살인의 부당성을 살인을 함으로써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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