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우체국 옆 서울센트럴빌딩 18층 손해보험회사‘차티스(Chartis)’. 기자가 들어서자 김소희 재무총괄 전무가“반가워요”라며 쾌활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그의 책상 양 옆에는 서류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손해보험업계(손보업계) 최초로 여성 재무총괄 전무에 오른 김소희(비서학·85년졸)씨를 5일(금)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소희 재무총괄 전무는 국내 손보업계 재무관리 분야에서 최초 여성 CFO(Chief Financial Officer, 회사의 자금부분 전체를 담당하는 총괄책임자)다. 그가 전무자리에 오르기까지는 14년 간 쌓아온 다양한 재무 관리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김씨는 1996년부터‘모토로라 코리아’,‘알리안츠 생명’등 여러 회사에서 재무 관련 업무를 맡아 경력을 닦아왔다. 김 전무는 수많은 회사에서 이사, 부장 등의 굵직한 자리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다양한 기업의 재무 상황을 겪으며 실적을 쌓을 수 있었어요. 직책이 주어질 때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덧 전문가가 됐죠.”

여러 기업에서 재무 분야 경력을 쌓아 온 김 전무에게도 어려움은 있었다.‘어머니’라는 삶의 또 다른 직책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결혼 후, 아이를 기르면서 직장에 다니는 그를 회사는 이해해주지 않았다.

김씨는 모토로라 코리아에서 일했을 때를 회상했다. 그는“업무시간에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가려고 하니, 직장 동료들이 가지 말라고 했다”며“당시에는‘아이는 엄마만이 아니라 사회의 책임이기도 하다’는 나의 주장을 납득하는 동료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겪었던 시련은 차티스를 여성 친화적 기업으로 이끄는 밑바탕이 됐다. 차티스 재무팀 직원 중 95%는 여성이다. 그는 야간근무 축소를 시작으로 여성을 배려하는 차티스의 기업문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여성 직원들이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죠.”김 전무의 노력으로 재무부 직원들의 야근시간은 2007년부터 작년까지 연 3천시간에서 980시간으로 2천20시간 줄었다.

김 재무총괄 전무는 실적이 높은 여성 직원의 근무시간을 줄여주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그는“성과가 좋은 여성 직원의 근무시간을 줄여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했다”며“여성 직원이 가정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업무 효율성이 높아져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친화적 일터 만들기와 더불어, 조직의 지도자로서 사내 직원 간 협동심 다지기에도 열심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하프마라톤 대회 출전을 제안해 완주에 성공했다.“처음에 그렇게 참가하기 싫어했던 직원들도 서로를 격려하면서 뛰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어요.”

김 전무는 직원들과 소통도 활발하게 한다. 특히 김 전무는 팀에서 직급이 낮은 직원들과 자주 소통한다.“그 분들부터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효율적인 조직이 됩니다.”

김 재무총괄 전무는‘아름다운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그에게‘아름다움’은 단지 외적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내·외적인 면에서 자신을 관리해 아름답게 늙어간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차근차근 자신의 경력을 쌓아 최고의 자리에 오른 김 재무총괄 전무. 일과 가정,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일에 열정을 쏟는 그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한보민 기자 star_yuka@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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