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복수 전공 사실상 불가능, 교사 외 진로 모색 힘들어

 

#ㄱ(사생·08)씨는 최근 회계사로 진로를 바꿨다. 임용시험 경쟁률이 갈수록 높아질 뿐만 아니라, 회계사가 적성에 더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곧 고민에 빠졌다. 경영학을 복수 전공 하려면 학교를 최소 1년은 더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법학에 관심이 많은 ㄴ(사생·08)씨는 듣고 싶었던 법학개론, 민법총책 수업을 들을 수 없게 됐다. 교재까지 샀지만 막상 전공 이수 학점, 졸업학점을 계산해보니 학점이 모자라 수강을 포기했다.

임용시험의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사범대 학생 중 취준생(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사범대학(사범대)는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전공학점이 많아 사범대 취준생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이 작년 10월19일(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등교사임용시험 경쟁률은 2009년도 24:1에서 2010년도 41:1로 급상승했다. 지난 3년간 서울시 중등교원 공채 합격률은 5.2%→4.1%→2.4%로 감소세를 보였다. 선발인원 역시 작년 780명에서 올해는 402명으로 378명 감소했다.

대학정보공시제(academyinfo.go.kr)에 따르면 본교 사범대 졸업생 중 전공과 무관하게 취업한 학생의 비율은 2008년 약11%에서 작년에는 약23%로 12%포인트 증가했다.

△사범대 교과목 이수 체계, 복수 전공 이수에 어려움…취업 준비 힘들어

사범대는 필수 이수 학점이 많아, 복수전공을 하기가 쉽지 않다. 사범대 조연순 학장은 작년 3월9일(월) 1349호 3면에 실린 본지와의 인터뷰에서“교사 수급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임용고사 합격이 어려우므로 학생들이 여러 진로를 탐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범대 교과목 이수 체계에 따르면 사범대의 필수 전공 학점은 73~93학점으로, 사범대 학생들의 복수 전공 이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범대의 필수 전공 학점은 다른 학과 전공 학점의 약2배에 달한다.

특수교육과(특교), 과학교육과(과교), 사회생활학과(사생)는 세부전공, 연계전공 이수로 사범대 타 학과에 비해 이수해야할 학점이 더욱 많다. 작년 개정된 교육과정에 따르면 특교과 학생은 세부전공을 포함해 81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연계전공이 필수인 과교과는 93학점, 사생과는 연계전공 선택 여부에 따라 82~91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ㄷ(사생·08)씨는 독어독문학(독문) 복수 전공을 이수하기 위해 재학 연한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김씨는“독문 전공은 12학점을 들은 상태”라며“한 학기를 더 다녀야하는 부담감에 포기를 고려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방송영상학 복수전공을 포기한 ㄹ(과교·09)씨는“전공 이수 학점이 높아 추가 학기를 등록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며“학부를 졸업한 후 관련 대학원에 진학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교과 여성희 학과장은“교사 외 다른 진로를 목표로 하는 학생에게 사범대 교육과정은 불편함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과목 이수, 사실상 불가

전공 수업을 듣기에도 벅찬 사범대 학생들은 타학과 전공, 교양 수업 이수도 자유롭지 않다. 학기마다 수강해야 하는 전공과목을 듣다보면 자유 학점, 소위 남는 학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김수연(사생·08)씨는“경영학과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남는 학점이 거의 없어 관련 교양 수업을 듣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술사에 관심이 있던 이지수(사생·08)씨는“지난 학기‘한국 전통 미술의 이해’수업을 재미있게 들었다”며“다른 교양과목도 수강하고 싶지만 전공 수업 듣기도 빠듯해 엄두가 안난다”고 말했다.

특교과 박지연 학과장은“수강해야 할 전공과목이 많아 학생들이 다양한 교양 과목을 들을 수 없다”며“다양한 지식을 습득해야하는 시기에 그러지 못하는 학생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공 학점 많은 법대와 약대, 학기당 21학점 이수 가능

전공 필수 학점이 많은 법학대학(법대), 약학대학(약대)은 초과학점제를 실시해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법대는 2학년 1학기부터, 약대는 1학년 1학기부터 성적에 관계없이 한 학기당 21학점 수강이 가능하다. 법대는 졸업학점이 136학점, 전공학점은 81학점이며 약대는 졸업학점이 155학점, 전공학점은 108학점이다. 사범대는 졸업학점이 135~140학점, 전공학점은 73~93학점이다.(2008년도 기준)

ㅁ(사생·08)씨는“사범대도 초과학점을 듣게 해준다면 원하는 과목을 들을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범대 관계자들은 초과학점제의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교과 박지연 학과장은“성적 기준이 없는 초과학점제는 낮은 학업 성취도, 수강 철회 등의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사생과 차미희 학과장은“일정 성적 기준을 부여하면 학점이 부족한 사범대 학생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며“사범대에 걸맞은 방안을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jh5619@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