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은 본교 이향숙 교수(수학과)가 한국연구재단 기초과학연구본부의 수리과학단장으로 임명됐다고 1월3일(일) 밝혔다.


이 교수는 본교 교수 중 최초로 한국연구재단 연구단장직을 역임했다. 공직 진출이 활발하지 않았던 여성과학계에 활력을 불어넣은 이 단장을 2월26일(금) 그의 연구실 종합과학관 A동 525호에서 만났다.


“연구단장은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사안을 보고받고 검토해야 해요. 바쁜 중에도 더욱 신중해야하죠.”


한국연구재단은 국가의 연구지원, 관리 기관으로 각 분야의 연구 사업을 평가, 지원, 관리한다. 한국연구재단이 관리하는 사업 예산은 2012년까지 약 4조원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그 중 이 단장이 이끄는 수리과학단은 수학, 통계학, 물리학, 천문학, 지구과학 등을 지원한다. 그는 수리과학분야의 과제들을 선정하기 위한 심사를 총괄하고 3∼5월에 시행될 전반기 사업을 평가한다. 그는 “내 전공은 수학이지만 분과별로 전문위원을 두고 사업기획, 평가, 관리 등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단장직을 제안 받고 망설이던 그가 마음을 굳힌 데에는 본교와 여성과학기술계의 열렬한 지지가 한 몫을 했다.

 


“단장이 되는 과정에서 많은 여성과학자들의 관심과 응원이 있었어요. 그들이 진심으로 격려하고 축하해줬던 이유는 아직도 여성과학자들의 사회적 여건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이 단장은 여성의 원활한 사회적 진출과 활동을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여성 지원 정책 및 제도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2009 글로벌 성 격차 보고서’에서 한국의 성 평등 수준과 인식이 전체 134개국 가운데 115위라는 수치를 보여주면서 정부가 이 지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장은 가산점이나 여성인력할당제 등 여성에게 특혜를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에 앞서, 여성들 스스로 남성 못지않게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성 동료로부터“여자는 특혜 받을 때는 ‘여자라는 이유’를, 어려운 일 앞에서는‘여자라는 핑계’를 댄다”는 지적을 떠올리며“여성이라는 것을 자신의 한계로 인식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대전에서 한국연구재단 업무를 마친 후, 금요일에는 이화로 돌아와 평범한 교수로 시간을 보낸다. 그는 학교에서 대학원생의 논문을 지도하고, 연구원들과 세미나도 가진다. 이 단장은 “학교에서 학생, 연구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가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본교 재학 당시 4년 동안 채플에 참석했던 것을 값지게 여겼다.
“졸업 후에 돌아보니, 채플을 통해 사랑, 감사, 나눔의 정신을 배운 것 같습니다. 이화에서 얻은 기독교 정신은 내 삶의 소중한 지표가 됐죠.”


그는 사회 진출을 앞둔 이화인을 위해“여성이 정부, 공공기관의 고위직에 많이 진출해야 여성의 목소리를 사회에 잘 전달할 수 있다”며“과감하게 도전하라”고 당부했다.


“대학 4년은 평생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예요. 자신의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설계해서 널리 존중받는 사회의 리더로 활동하기 바랍니다.”

표정의 기자 pyo-justice@ewhain.net
사진: 배유수 기자 baeyoosu@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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