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아란 편집국장
어디 먼 곳에 다녀온 기분이다. 빗발이 거세지 않아 조금은 다행이다.

2010년 1학기가 드디어 개강했다. 독자분들도 서로 오랜만에 뵙고 인사는 나누셨는지 모르겠다. 혹시 매일 보던 얼굴이더라도 이번 주는 새로운 마음으로 인사해보자. 서로의 웃음 속에 때아닌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수 있다.

올 겨울은 유난히 길고 추웠다. 다들 주어진 생에 허덕이느라 고생 많으셨으리라.

말하지 않아도 안다. 알게 되기 마련이다. 뉴미디어 세대인 대학생들은 가만히 앉아서 마우스질만 해도 세상 돌아가는 꼴을 쉽게 알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기 자신의 처지를 매 순간 깨닫게 된다는 것 또한 곤욕이 아닐 수 없겠다.

20대의 취업률, 자살률은 물론이고 아침밥을 먹는 비율, 아르바이트를 하는 비율,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다면 왜 하지 않는지의 비율까지…. 최근 언론은 20대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 중에서도 대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거의 매일을 기점으로 조사, 분석되고 보도된다. 대학생은 언제나 도마 위에 상주한다.
경북일보 등 언론사 14곳은 2월24일(수)~25일(목)‘취업난에 고학력 아르바이트 지원자 늘고 있다’는 주제를 연달아 보도했다.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가 운영하는 ‘인크루트 아르바이트’가 2월24일(수)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였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인크루트 아르바이트 지원자 이력서 약29만건을 분석한 결과 4년제 대학과 석·박사 이상의 고학력 아르바이트 지원자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 시장에서 차지하는 인력의 비중이 고학력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세대는 이 시대의 News다.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컴퓨터 모니터, 신문 지면, 텔레비젼 브라운관 등 News 보도가 가능한 모든 매체에서 우리 세대를 이야기한다. 우리 세대는 곧 셀러브리티(celebrity·유명인사)다.

필자는 줄곧 유명한 것이 곧 좋은 것이라고 배워왔다. 그런데, 왜 이상하리만치 삭신이 쑤시지? 마치 아르바이트를 세 탕은 뛰고 온 사람처럼….

우리 세대에 정말 필요한 것은 ‘각인’이 아닌 ‘망각’이다. 철학자 니체가 이야기한 ‘망각’이란 “불행한 기억을 초월하려는 능동적인 힘, 어둡고 우울한 정서의 감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치열한 투쟁”을 의미한다.
일명 ‘88만원 세대’는 제대로 ‘망각’해야만 재생할 수 있고 능동적 태도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이 ‘망각’은 오히려 자기 자신을 이겨내고 새 삶을 살아가게 한다.

모든 매체의 촉이 20대를 향해 있는 상황에서 ‘망각’이란 이뤄질 수 없다. 인터넷 탐색이라도 한 번 할라치면 괜시리 숙연해지는 것이 요즘 20대다. 취업, 연애, 학점 등 모든 경쟁구도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들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망각을 모르는 20대들은 종종 인적 없는 설원에 갇혀 운다. 자기 자신 안의 골짜기를 지칭하는‘설원’에는  찬바람이 분다.

필자는 그러다 신문을 사랑하게 됐다. 삶을 치열하게 이겨내기 위해서는 소통을 해야하기 마련인데, 이보다 훌륭한 운송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막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침대에 몸을 누이다가도, 기사를 끄적이다보면 금방 생기 있는 얼굴이 되곤 하니까.

필자에게 필요했던 것은 결국 ‘사실 그대로의 사실’이었던 것이다. 필자는 사실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개강 첫 주를 기념하듯 봄비가 촉촉하게 내린다. 봄비 한 방울 방울 모두 소중하다. 필자는 소중하다. 그러므로 당신도 소중하다.

필자는 독자가 몇 분이면 눈으로 훑어내릴 글을 두 시간 동안 붙잡고 있었다. 우리, 앞으로의 세월은 이런 방식을 지향하며 살아가는 건 어떨까.

비관하지 말자. 자신을 귀애(貴愛)하자. 적어도 먼 훗날 이 지면이 썩어들어가 바스라질 날까지는.

최아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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