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일기

과거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신분증 확인 요청을 하니 학보사 기자증을 보여준 학생이 있었다. 그는 학생증이나 주민등록증이 아닌 기자증으로 자신을 증명했다.


당시 그 기자증이 얼마나 빛나 보였는지 모른다. 그 일을 계기로 학보사 기자에 대한 부러움과‘나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아마 그때부터 였을 것이다. 이대학보사 신입기자 모집공고를 찾아 눈빛을 번뜩인 것이.


그 후 한 학기가 지나고, 드디어 이대학보사 신입기자 모집공고가 났다. 학과 공부와 학보사 생활을 병행할 수 없을까봐 처음엔 지원을 주저했다. 당시의 학보사 기자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면 어땠을까.


나는 지금처럼 당당할 수 있었을까. 그때 나는 2학년 1학기를 마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학보사 기자의 임기가 4학기임을 고려하면 잠시라도 주저할 여유가 없었다.


신입기자가 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명함을 받았다. 이대학보사에서 제공하는 기자 명함은 왼쪽 상단에 녹색 교표가 박힌 단순한 모양이다. 과거 영화관에서 보았던 것처럼 목에 거는 형태의 기자증은 아니었지만, 이명함 또한 그것과 같이 나를 증명하는 것이리라.


학생이 아닌 기자로서 사람들을 만날 땐 쉬이 명함을 건네곤 했다. 대상은 취재처 소속 직원이 되기도 했고, 인터뷰이가 되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명함을 받으면 인상을 찌푸리고 달가워하지 않았다.
또 어떤 이들은 웃으면서 명함을 받아들었다. 그러나 나는 항상 웃으면서 명함을 건네야 했다. 그것이 바로 명함을 가진 기자의 숙명이었다.


학보사 신입기자로서의 현실을 온몸으로 느낀 한 학기, 명함을 갖는다는 것의 희비를 알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실수투성이 신입기자를 벗어나 정기자가 된 지금, 나는 과연 명함에 적힌 직함 만큼의 책임감을 가지고 지냈는가를 생각해본다. 창간호가 나간 이후에도 나는 많은 사람에게 명함을 건네고 학생신분보다는 기자신분으로 많은 순간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대학보사 기자로서의 책임감과 기쁨을 모두 느낄 수 있기를.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명함을 건넬 순간이 오기를.

한주희 기자 hjh230@ewhain.net
사진: 안은나 기자 insatiable@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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