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학년도 2학기 겨울방학 특집 인턴 체험기

 

18일(목) 교육 봉사활동 중인 김경은 신입기자
 

 

“얘들아 여기서 x절편, y절편이 뭐고? 일차함수 그래프가 x축하고 y축하고 만나는 교점이다. 알겠나? 그래프에서 보면 이게 절편이겠다. 맞제?” “맞제, 맞제, 히히히.”

학생들이 내 사투리를 따라하면서 재밌어한다. 수업보다 내 말투에 집중하는 것 같아 괘씸하지만 학생들을 보면 뿌듯하다. 수업 초창기, 학교로 따지면 새로 부임해 온 선생님인 나에게 일종의 ‘기 싸움’을 걸던 중2 꼬마 녀석들이 이제는 어미닭을 따르는 병아리처럼 내 수업과 지도를 따르기 때문이다.

내가 맡은 중2 학생들은 ‘배나사’ 학생들이다. 배나사는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결성된 비영리 공익 단체다.
배나사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겨울이었다. 교육관A동 2층 게시판을 기웃거리던 나는 언제라도 아이들을 가르칠 준비가 돼있었다.

그러다 ‘소외계층에게 양질의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자원봉사단체’라는 다소 익숙한 문구가 쓰여 있는 포스터를 발견했다. 나는 단 1초의 머뭇거림 없이 지원했다. 그리고 나는 1월14일(목)부터 배나사의 정식 수학 선생님이 됐다.

배나사는 말 그대로 편도 버스비 900원 조차 지급되지 않는 무료 봉사다. 과외할 때 교통비까지 감안해 까칠하게 과외비를 올리던 나였음에도 배나사의 독특한 매력은 자꾸 나를 ‘봉사의 세계’로 끌어당겼다.

배나사는 배나사 대표 운영진 이준석씨가 서울과학고 동문회 홈페이지에 ‘소외된 계층의 아이들을 가르치는게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제목의 글을 띄운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그 후 2007년 5월 서울과학고 동창생 10여 명이 모여 배나사의 기반을 만들었다.

동문들은 ‘과외를 해서 가장 성적을 올리기 쉬운 시기는 중학생 때’라는 결론을 내리고 중2 학생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중1은 겨울방학 때 초등학생이라 중학교 교사의 추천을 받기 힘들고 중3은 고등학교 가기 전 성적을 올리기엔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나사는 현재 중3 학생도 가르치고 있다. 2학년 때 배운 학생들이 다음해에도 배우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배나사의 가장 큰 매력은 봉사단체와 IT기술의 결합이다. 서울과학고를 졸업하고 카이스트나 서울대의 컴퓨터 또는 전자공학과를 다니는 동문들은 시스템 개발팀을 결성해 온라인 봉사도구를 개발했다. 그래서 배나사는 현재 원격으로 봉사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밖에 일반 회사와 견줄 만한 분업화 시스템도 매력적이다. 모든 교사들은 기획예산, 교사관리, 교육지원, 대외홍보, 교재개발팀으로 분화돼 각각의 업무를 맡는다. 개별팀에 가입하면 그곳에서 또 세분화된 임무가 주어진다.

나는 홍보팀에 참여해 배나사 블로그 관리를 맡았다. 학보 기자로 일할 것을 맹세함과 동시에 ‘배나사 블로그 기자직’에도 서명한 셈이다.

‘봉사의 방학’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배나사에 애정을 쏟아 부었던 이번 겨울방학. 봉사를 갔다가 어떤 날은 오후 6시~9시까지 목이 쉴 정도로 강의하기도 했다. 가끔은 11명의 병아리들 앞에서 화이트보드에 판서하며 선생님 흉내를 내고 온 내가 우습지만 11개의 시선이 쏠리는 순간, 나는 무한한 행복을 맛본다.

김경은 기자 kke1206@ewhain.net
사진: 배유수 기자 baeyoosu@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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