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학 연구소가 주최한 ‘영화제에서 길 찾기’ 강연이 26일(목) 오후4시∼5시30분 이화­포스코관 454호에서 열렸다. 연사는 부산국제영화제 안수정 전(前) 홍보 담당자였다. 이번 강연에서는 영화제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영화제 업무소개, 영화제 관련 직종 취업 방법에 대한 설명이 진행됐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는 무엇일까요?”
강연회는 영화제에 관한 기초상식을 묻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는 1932년부터 시작된 ‘베니스영화제’다. 국내에는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가 최초로 제정됐다.

 안씨는 “세계 각지의 영화제가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러한 경향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음악과 영화를 결합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건축적 상상력이 발휘된 영화들을 중심으로 구성한 건축영화제, 극장용 성인영화가 중심인 핑크영화제 등 참신한 아이디어로 구성된 영화제들이 늘어나고 있다. 

안씨는 “최근 영화제는 새로운 영화를 상영한다는 개념을 넘어서 영화작업에 필요한 요소들이 거래되는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 작가들은 영화제를 통해 감독을 구하고, 감독 역시 영화제를 통해 프로듀서나 투자자를 만난다.

안씨는 영화제 직종 구직 시 이 시장을 잘 활용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화계는 대부분의 인력이 비공개적으로 공급된다”며 “공채를 통해 뽑기는 하지만 아직도 소개, 추천을 받아서 취업하는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화계 인사들이 모이는 영화제에서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일하는 자원봉사자나 스텝들이 스카웃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영화제 업무 중 가장 주축이 되는 일은 프로그래밍과 인사초청이다. 프로그래밍은 영화제에서 상영할 영화를 선정하는 일 부터, 감독과 상의해 영화 상영을 허락받기까지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인사초청 담당자는 영화 감독과, 배우들을 초청한다. 감독과 배우들의 비행기 좌석과 호텔예약은 물론이고, 약품이나 음료 구입 같은 사소한 일들도 이들의 업무다. 유명인사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모두 관여하다보니 독특한 경험도 많다. “반드시 ‘Evian’ 생수를 마셔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배우 때문에 주변 편의점들을 샅샅이 뒤졌던 일도 있었어요.”

영화제는 일종의 축제이기에 업무가 지속적이지 않다. 안 팀장은 이 때문에 “밤샘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화제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짧은 기간에 강도 높은 일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계는 돈을 목적으로 종사하기는 힘든 곳이죠.” 안씨는 “흥행하는 영화제에서조차도 팀장급의 연봉이 2천500만원 정도”라며 “야근수당과 같은 특별수당은 기대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도 영화제는 영화계 내에서 ‘연봉의 귀족’이라고 불리고 있다. 영화제의 경우 영화에 비해 무산될 확률이 낮아 안정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해외의 영화제 관련 파티에 참석해 유명인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경우도 있지요.” 그러나 안씨는 “그런 일이 언제나 있지 않기에 이런 것들을 기대하고 영화제에서 길을 찾고자하는 것은 오산”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말해도 영화계에서 종사하고 싶은 사람은 다들 발을 들이게 돼있어요.” 영화제 업무는 다른 직업보다 상대적으로 위계 질서가 약하다. 안씨는 “팀제를 통해 업무가 이뤄져 구성원들 간에 친밀도가 높다”고 말했다.

또 영화제업무는 남녀차별이 적은 분야라 여성들이 활동하기 좋다. 그는 “한 팀을 구성하는 15명중 13명 정도가 여성” 이라며 “언어능력이나 태도적인 측면을 중요시하다보니 여성이 많이 종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씨는 “영화제는 여성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분야” 라며 “능력있는 여성들의 활발한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은진 기자 perfectoe1@ewhain.net
사진: 안은나 기자 insatiable@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