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배운 의료 기술을 이웃들에 베풀 수 있어서 좋아요”

본교와 가톨릭대, 관동대, 경희대, 서강대, 연세대 의학대학, 한의대학, 치의과대학, 약학대학, 간호대학 학생들이 모인 ‘생명경외클럽’. 슈바이처 박사의 생명경외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이 봉사동아리는 1958년 창립돼 서울 시내 복지 시설과 농촌에서 무료 진료 활동을 펼쳐왔다. 올해 51주년을 맞은 이 동아리의 103기 회원으로는 박혜령(간호·07)씨, 이혜원(약학·08)씨 등 5명이 있다.

이들은 현재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북부사회복지관 주민들을 대상으로 2주일에 한번 무료 진료를 하고 있다. 진료는 보통 오후1시∼5시까지 진행되며 하루에 30∼40명의 환자가 찾아온다. 이들은 환자의 체온과 혈압, 혈당 등 기본적 신체 사항을 측정한 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양방 또는 한방, 치과 진료를 진행한다. 환자들 대부분은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의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다.

동아리 회원들은 오랫동안 활동해온 만큼 환자들과 오랜 세월을 공유한다. 토요일마다 다정히 손을 잡고 복지관을 찾아오던 모녀는 이제 세월이 흘러 중년의 딸만 복지관을 찾고 있다.

박혜령씨는 2008년 동아리에 가입해, 4학기 째 활동 하고 있다. 오래 활동하다 보니 이제 복지관을 찾아오는 주민들과 서로 눈에 익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00이는 왜 안 왔냐?’며 친손녀처럼 찾으시기도 한다. 박씨는 “환자에 따라 식단, 운동 상담을 통해 개인 건강관리를 도와준다”며 “오랜 시간동안 기록된 차트를 보면 우리 동아리를 통해 환자의 건강이 꾸준히 관리되고 있는 모습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환자의 건강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환자와의 소통이다. 진료를 기다리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다가가 근황을 물으며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혜원씨는 “무뚝뚝해 보이시던 분들과 이제는 친구 얘기까지 털어놓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환자의 건강이 나빠 복지관까지 찾아오기 어렵거나 일 때문에 복지관을 찾을 시간이 없는 경우 따로 시간을 내 환자의 집으로 찾아간다.

이씨는 3월에 독거노인의 집을 방문했다. 할머니는 폐휴지를 모아 번 생활비로 다섯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난방도 잘 되지 않고 어두운 방에 쓸쓸히 앉아 ‘늙은이는 얼른 죽어야한다’던 할머니는 관절염과 고혈압, 당뇨를 함께 앓고 있었다. 이씨는 “진료도 중요하지만 할머니가 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사셨으면 하는 마음에 어깨를 안마해드리며 밝게 대했다”고 말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몸의 질병을 진료하는 것보다 마음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다”고 이씨는 덧붙였다.

이들은 매년 방학마다 의료기관이 드문 농어촌 지역을 찾아가 진료하고 약품을 후원해왔다. 지난 여름에는 전라도 장수군을 찾아 4일간 진료 봉사를 했다. 진료 활동은 입소문을 타고 먼 곳에까지 소문이 퍼져 하루에 150∼200명의 환자가 찾아왔다. JBC 전북방송 뉴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집에서 손수 음식을 챙겨 와 이들의 손을 꼭 잡으며 응원해줬다.

박씨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고맙다는 말을 진료소에 도착해서부터 진료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실 때까지 끊임없이 하신다”며 “의료진을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그분들을 통해 오히려 내가 더 많은 것을 얻어간다”고 말했다.

생명경외클럽의 회원들은 3년 간의 회원 활동이 끝나면 GF(Graduatted Fellowship)로 활동한다. GF는 학부생들이 처방전 작성이나 치과 진료 등 학부생들이 할 수 없는 부분을 도와준다.

이씨는 “학교 공부에만 몰두해 사회에 대해 무관심할 수 있었는데 동아리 활동을 통해 내 주변을 돌아보고 이웃들의 삶에 대해 알게 되었다”며 “졸업한 후에도 GF로 활동하며 이웃에게 무료 진료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표정의 기자 pyo-justice@ewhain.net
 사진제공: 생명경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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