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물이 있다?
달에 물이 있다?
  • 우정원 교수(물리학과)
  • 승인 2009.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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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은 불, 물, 공기, 흙이 만물을 구성하는 4개의 기본요소라고 생각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만물의 변화과정을 설명하면서, 2종류의 직각삼각형을 서로 붙여서 정삼각형 또는 정사각형을 만들고, 그것으로 이루어진 4개의 기본 정다면체가 각 기본요소에 해당한다는 기학학적 모델을 제시하였다. 물은 20면체의 정다면체에 해당한다.

그리스 시대의 이러한 모형에 근거하여 중세에는 흙으로부터 금을 만들고자하는 연금술이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18세기에 전기를 이용하여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밝혀지면서 플라톤의 모형은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즉 물은 기본요소가 아니라 다른 기본요소의 결합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물은 온전한 개체로서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하고, 얼음과 수증기로 그 모습을 바꾸면서 인간생활에 필수적이다. 또한 큰 바다의 물은 지구 생명의 기원이며, 강물의 흐름과 하늘의 구름은 시인들의 소재로 늘 등장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상선약수"라는 문구를 통해 높은 곳에 낮은 곳으로 흘러내리는 물에 비유하여 최고의 선을 설명하기도 했다.

11월14일 미국 항공우주국은 달 충돌 실험결과 달에 상당한 양의 물이 있다고 발표했다. 달에서는 혜성 충돌이 자주 일어나는데, 혜성의 상당 부분은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혜성 충돌로 생긴 달의 분화구에는 얼음의 형태로 물이 존재할 것이라는 추측이 있어왔다. 그러나 태양빛을 받은 얼음은 녹아 물이 되어 증발하거나 산소와 수소로 분해되어 기체로 되지만, 달의 인력이 지구에 비해 1/6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대기권을 형성하지 못하고 우주 밖으로 도망가 버린다.

그러나 달은 지구처럼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어 달의 남극은 태양빛을 전혀 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달의 남극 부근 분화구의 깊은 안쪽에는 얼음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있어왔고, 1998년 남극 부근에 물의 분해물인 수소가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다는 것이 달 탐사선을 통해서 밝혀졌다. 10월초 약 2톤에 달하는 인공위성과 추진체를 남극 부근에 있는 한 분화구에 충돌시켜 발생한 파편과 먼지 기둥에서 100킬로그램 가량의 얼음 알갱이가 발견되었다. 추정에 따르면 달에 있는 얼음의 총량은 수맥만 톤에서 어쩌면 수십억 톤에 달하며, 이것은 흔히 보는 작은 호수를 가득 채우기에 충분한 물의 양에 해당된다.

달에 물이 존재하면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영구기지를 만들 수 있다. 물을 분해하여 생기는 산소는 호흡용으로, 수소는 지구로 가끔 휴가를 다녀 올 때 로켓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또한 식물을 수경 재배할 수 있어 식량을 해결할 수 있다. 벌써부터 환경론자들은 달의 물이 인간에 의해 오염되는 것을 걱정하고, 생수회사들은 달의 물을 병에 담아 팔 수 있는 전략을 짜고 있다고 한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칼립스편에는 구름이 태양을 천천히 가려 어두워지는 광경에서, 생명을 잉태하지 못하는 대지, 벌거벗겨진 폐허, 움푹 꺼진 채 있는 화산으로 이루어진 연못, 물고기도 없고 수초도 없는 죽은 바다, 즉 생명체가 완전히 사라진 지구의 모습을 주인공 블룸이 연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순간 블룸은 자신이 생명체로 현존해있다는 사실을 바로 상기하면서 일상으로 되돌아온다.

달에 물이 있다는 사실은 생명을 잉태하지 못하는 달에 생명체를 불어 넣을 수 있게 한다. 이제 달은 운석과 혜성의 충돌로 점점이 박혀있는 움푹 꺼진 죽은 분화구가 아니며, 분화구의 심연으로부터 생명체는 물에서 다시 흙을 만들고 공기를 만들며, 불을 만들 것이다. 달에서는 불과 물과 공기와 흙이 서로 춤을 추면서 새로운 생명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며, 머지않아 인간은 달에 절구를 찍는 두 마리의 토끼를 투영하지 않고, 새롭게 잉태된 생명이 자아내는 아름다운 노래를 달에서부터 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