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봐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처럼 되지 말아요.(Look at me, What’s happening to me, Don’t be like me)’라고 말해도 사람들은 슬프게도 그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하더라구요.”

이는 11월15일에 방영한 ‘SBS 스페셜 생명의 선택 1부-당신이 먹은 게 삼대를 간다’에서 당뇨병으로 고생 중인 메리 토마스 할머니의 말이다. 인슐린을 맞아가며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살고 있는 메리 할머니가 우리에게 보낸 진심어린 충고였다.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던 필자에게 메리 할머니의 말은 다시 한번 건강한게 가장 행복한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메리 할머니는 애리조나 사막지역 원주민인 피마(Pima)인디언의 후손이다. 그의 가족은 대대로 비만, 암, 당뇨병에 시달려왔다. 메리 할머니도 예외는 아니었다. 피마인디언은 세계에서 당뇨병 발병률이 가장 많은 종족으로, 피마 족의 남자 63%, 여자 70%가 당뇨병에 걸렸다는 보고가 최근 발표되기도 했다.

피마인디언은 우리나라 사람과 같은 뿌리를 가진 ‘몽골로이드계’로, 사막지대에 적응해왔었다. 사막지대에 살다보니 그들의 주식은 콩과 호박같은 식물이었고, 먹을 것은 항상 풍족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그들의 유전자는 못 먹는 상황에 적응해왔다. 즉, 조금만 먹어도 잘 생존할 수 있도록 몸속에 음식을 축적해 놓으려는 유전자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으로 이주한 그들의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못 먹는 상황에 유리하게 적응한 유전자가 비만을 초래해 각종 성인병을 유발한 것이다. 이것은 시작이었다. 식생활의 변화를 겪은 사람들의 자식, 그 자식의 자식들까지 비만, 당뇨병 등 성인병 발병률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에 이주해 오기 전까지 건강했던 피마인디언의 식생활이 변화한지 50년 만에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이유는 그들의 유전자가 변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유전자의 발현이 변한 것이다. 우리 인간의 유전자는 실이 실타래에 감겨있듯 히스톤이라는 원형 단백질에 감겨있다.

유전자가 발현되기 위해서는 실타래에 감겨있는 유전자가 풀려야만 하는데, 우리 몸의 세포는 가지고 있는 모든 유전자를 작동시키지 않는다. 각 세포들은 자신의 기능에 맞게 유전자를 작동시키기 위해 메틸기를 사용한다. 즉, 세포는 작동을 원하지 않는 유전자를 메틸기로 표시 해둔다. 그러면 표시가 된 유전자는 작동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마치 유전자 주변에 울타리를 쳐서 그 유전자가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 원리와 같다. 

중요한 것은 메틸기라는 분자가 유전자에 붙어 유전자의 작동을 조절하는 것이 우리의 식생활에 따라 크게 변한다는 사실이다. 비만인 사람들은 주로 뇌에 포만감을 전해주는 물질인 ‘렙틴’이 부족해 먹어도 포만감을 잘 느끼지 못한다. 이들의 서구식 식습관이 ‘렙틴’을 만드는 유전자의 작동을 억제하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도 식습관이 서구화 되면서 피마인디언처럼 유전자 발현이 변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과체중, 비만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33%로 10년 전보다 12% 증가했다. 비만 인구의 증가로 10년 전에 비해 비만으로 유발되는 각종 성인병 발병 확률이 올라간 것이다.

특히, 여성들의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후손들의 성인병 발병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테사  로즈봄 박사는 “임신한 여성은 자신의 자식 뿐만 아니라 손자에게 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한다. 뱃속에 있는 태아가 여자일 경우, 태아는 사춘기 이후부터 배란하게 될 난자를 미리 생성하고 있기 때문에 임신한 여성은 세포 차원에서 3대가 존재해 임신한 여성의 식습관이 3대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먼 훗날의 후손들을 위해 햄버거, 피자, 스테이크와 같은 서구식 식단을 버리고, 아름다운 우리 선조들의 식습관을 갖추어야 할 때가 왔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 있는 ‘나비효과’처럼 우리들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 하나가 후손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자각해야 할 때가 아닐까.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