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 자켓에 빨간 머플러가 눈에 띄는 여대생이 목에 두르고 있던 머플러를 휙 펼쳐든다. 머플러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으로 변한다. 은행잎이 날리는 신사동 가로수길 한복판에서 촬영된 이 포털사이트 광고의 주인공은  빨간색 머플러가 잘 어울리는 정노경(불문·07)씨다. 정씨는 20초짜리 광고를 위해 하루 15시간을 촬영했다. 한 장면을 200번 이상 연기하기도 했다.

정씨는 우연히 광고에 출연하게 됐다. 그는 5일(목) 편한 운동복 차림으로 신촌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 때 말로만 듣던 ‘길거리 캐스팅’을 당했다. 당일 연세대 교정 한복판에서 카메라 테스트를 받은 정씨는 광고모델로 발탁돼 이튿날 광고를 촬영했다.

갑작스러운 캐스팅과 카메라테스트 요구에 당황할 법했지만 그는 카메라에 익숙했다. 고교시절 방송반과 중앙일보사에서 리포터 활동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가장 도움이 된 경험은 3월경 일본 기상 방송국 ‘웨더뉴스’에서 ‘글로벌 웨더 자키’로 4개월 동안 활동한 것이다. 정씨는 당시 하루 3개~5개 기상방송을 통해 한국의 날씨를 한국 사람들과 일본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정씨는 “광고 현장에 있던 자신이 믿기지 않는다”며 촬영하던 날을 “꿈 같았던 날”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실물보다 뚱뚱하게 나온 것 같아 마음에 안 들었지만 내 모습이 TV에 나와 신기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광고 앞부분에 소속이 밝혀져 이화인들에게 의도치 않게 피해를 주진 않을까 걱정 됐다. 그의 이미지가 본교 전체의 이미지로 대중에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씨가 찍은 광고는 포털사이트의 새로운 검색 방법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그는 그 중 ‘검색 한 방에 레포트 다 썼어요’라는 문구가 가장 염려스러웠다. 정씨는 “검색 한 번으로 어떻게 레포트를 다 쓸 수 있겠느냐”며 “오해의 여지가 있다고 감독님께 말했지만 강한 문구가 필요해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의 마음에 드는 광고였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광고가 나간 후 정씨는 몇몇 연예기획사로부터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그는 “연예인을 할 만한 사람은 못 된다”며 “광고 촬영은 재밌었지만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정씨는 광고 촬영 상황에 대해 “굽 높이가 20cm가 넘는 하이힐을 신고 15시간 이상 촬영하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며 “온 몸이 퉁퉁 부어 이틀 동안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정씨의 꿈은 아나운서다. 뉴스를 전달하면서 세상 사람들과의 끈을 이어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직접 전하고 싶다”며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학업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설책 녹음, 영화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아나운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아나운서는 이루고싶은 가장 큰 꿈”이라며 “대중들이 그리워하고 보고싶어하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아영 기자 momonay@ewhain.net
사진: 안은나 기자 insatiable@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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