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싱가포르 산학협력, 인재를 키우다
<2>일본 산학협력, 활발한 연구 장려
<3>한국대학, 산합협력이 살길이다

본지는 4일(수)∼7일(토) 일본 게이오키주쿠대(게이오대)와 와세다대를 방문해 산학협동 연구에 대해 살펴봤다. 산학협동 연구란, 교육기관이 기업·정부 등과 협동해 교육·연구활동을 하는 것이다.

 

2009년 10월 일본의 주간지 ‘동양경제’가 발표한 일본 대학 순위에 따르면, 사립대학 중 게이오대가 1위, 와세다대가 2위를 차지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사람대학인 게이오대는 2003년 수도권에 분산된 5개 캠퍼스의 산학 연구를 체계화하기 위해 종합연구주친기구(ORAA)를 설립했다. ORAA가 조직된 후 게이오대의 산학 연계 자금은 출범 초기 100억엔에서 2007년 164억엔으로 늘어 사립대 중 최고 수준이다. 기업·공공기관과의 공동연구는 매년 10% 정도 늘어나 2008년 3천942건이 이뤄졌다.

2009년 창립 127주년을 맞이한 와세다대는 2001년 연구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는 기술이전기구(WTLO)를 조직했다. WTL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2007년까지 105건의 기술을 기업에 이전했고 기술이전수입은 14억엔(한화 약 182억)이었다.

 정부와 기업의 보조금이 대학 연구 기금 중 80%이상 차지

일본의 산학협력은 정부의 재정 지원과 대학 내 산학협력 기구의 체계적 운영으로 학생이 연구에 직접 참여한다.

△정부의 지원으로 경제적 부담 적어
일본 대학들은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이윤창출이 어려워 기업의 참여가 저조한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간다.

와세다대와 게이오대의 연구기금은 80∼90%가 정부와 기업의 보조금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장기적이고 탐험적인 프로젝트에 연구자급을 집중 지원한다. 문부과학성은 2009년 ‘경쟁적 연구 자금’ 1천970억엔(한화 약 2조5천억원)을 기초연구와 응용연구에 지원했다.

해마다 약 2%씩 증가하는 정부지원 연구자금은 자연과학분야에 비해 이윤이 적어 산학연계가 활발하지 않은 인문, 사회과학분야에도 지급된다.

게이오대 의학부는 문부과학성으로부터 650억엔(한화 약 8천450억원)을 지원받아 줄기세포로 장기를 생산해 이식하는 IPS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게이오대 의학부, 제약회사, 3개의 거점대학이 공동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IPS 프로젝트 담당자 타카코 이시키씨는 “IPS처럼 연구 비용이 많이 들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는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오대 지적재산권센터 책임자 토모유키 후시미씨는 “이공계는 연구 규모가 커 정부나 기업의 지원 없이는 연구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지원받은 기금으로 진행된 연구에서 특허권을 판매하는 등 이윤을 낸다면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학 연계로 졸업논문작성, 현장 경험 할 수 있어
산학연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대학원생은 졸업논문을 작성하고 해당 기업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게이오대 김정훈 교수는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대학원생들이 지도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진행한다”며 “프로젝트 결과물을 학위 졸업논문으로 활용할 수 있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게이오대 미디어디자인대학원(Keio Media Design, KMD)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있는  한석주(KMD 전공 석사과정)씨는 “일반 기업의 사원처럼 회의를 하고 자료 조사를 한다”며 “직접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때문에 인턴십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와세다대 기술이전기구 책임자 마츠다씨는 “기업은 산학협력을 통해 직접적인 이윤을 얻고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 중 인재를 찾아 채용하기도 한다”며 “기업은 산학협력을 통한 인턴십으로 인재발굴이라는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을 기업에 어필해 취업난을 이기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체계적인 대학 내 산학협력 기구, 원활한 산학연계 도와
일본 대학의 산학협력은 연구협력진흥센터, 종합연구추진기구 등 대학 내 산학협력 기구에서 전담한다. 이 기구들은 연구 결과물에 대한 연구자들의 권리보호, 기업과의 원활한 의사소통 등을 돕는다.

와세다대는 연구협력진흥센터(RCPC)에서 연구자의 기술이전과 교직원이나 학생의 창업을 돕는다.
 RCPC에 속한 기술이전기구(WTLO)는 연구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는 역할을 맡는다. WTLO의 주된 업무는 연구자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기업과 연구팀 간 프로젝트를 주선하는 일이다. 현재(2009년 11월 기준) WTLO에서 진행 중인 산학협력 프로젝트는 과학영역부터 문화영역까지 150건이다.

WTLO 책임자 히로후미 야마다씨는 “WTLO는 기업과 학자 간 원활한 소통을 조정한다”며 “대학과 기업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WTLO가 산학협력을 할 때 발생하는 간격을 메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WTLO는 지난해 110건의 특허권을 판매했다. 2001년에는 휴대폰 액정관련 기술 특허를 8천만엔(한화 약 10억4천만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게이오대는 대학재정의 10%정도를 특허나 기술이전 수입으로 채운다. 게이오대는 2003년 연구 발전과 관리를 담당하는 종합연구추진기구(ORAA)를 설립했다. ORAA는 수도권에 분산돼 있는 5개 캠퍼스의 산학 연구 결과를 활용하기 위해 창설해 산하에 연구윤리위원회, 연구추진센터(CRP), 지적재산권센터(IPC), 창업센터(KIC), 연구행정사무소를 두고 산학협력을 지원하고 있다.

ORAA는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유치할 뿐 아니라 연구 결과물에 대한 연구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기업·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의 규모와 산학협력의 활성화 정도는 대학 평가에 반영돼 대학경쟁력 향상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IPC 책임자 토모유키 후시미씨는 “산학협력은 대학을 평가에 중요한 기준이다”며 “산학협력을 늘려 세계 대학 평가에서 100위권 내에 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일본 문부과학성, 다양한 분야 융합된 산합협력 장려

일본은 이공계 이외 학문에서도 산학협력이 활발하다. 정부가 앞장서 다양한 분야가 융합된 산학협력을 장려하기 때문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05년 10월 “정부 지원 학술연구 분야 중 학제적 융합 분야에 정책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부과학성은 학문 간 연계, 국제적 연구, 성별 다양성, 인종 또는 국적 다양성의  4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프로젝트에 연구 자금을 우선 지급한다.

이러한 정부의 연구비 지원 기준은 대학으로 하여금 다양한 분야가 융합된 연구팀을 구성하게 한다. 게이오키쥬쿠대(게이오대)  김정훈 교수는 “정부가 산학협력을 통해 다양한 학문 간 융합을 의도하는 것”이라며 “연구자들의 의식도 다각적 융합 방향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본지는 4일(수) 게이오대 미디어디자인대학원과 5일(목) 와세다대 경제학과를 찾아 산학협력 현황을 살펴봤다. 

△와세다대 경제학과 산학협력 프로젝트 ‘G-MaP’


 

와세다대 ‘Global Management Program for Japanese Leaders’(G-MaP) 프로젝트는 해외 파견 근무자에게 발생하는 문화 적응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으로부터 인적 자료를 받아 분석한 후, 솔루션을 만들어 실제로 파견자에게 적용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와세다대 경제학과와 고쿠시칸대 등 6개 대학의 교수 및 혼다, 도요타, 파나소닉 등 세계적 기업 72곳(9월 기준)이 참여한다. 일본재외기업협회, 일본생산성본사 등 7개 단체도 참여하고 있다. G-MaP 프로젝트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관할하고 기업의 지원과 더불어  문부과학성으로부터 4천500만엔(한화 약 6억원)을 지원받는다.

G-MaP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와세다대 미츠히데 시라키 교수(경제학과)는 “이 프로젝트는 정적인 경제학 연구를 실제 기업에 적용시킬 수 있는 동적인 연구로 전환하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시라키 교수는 “연구소는 공동세미나를 통해 기업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개발 모델에 대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며 “이는 현재 프로젝트의 연구 과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G-MaP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 와세다대 유키 한(경제학 박사과정)씨는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 인사 담당자로부터 아이디어를 제공받기도 했다. 그는 “다양한 기업의 인적 자료 분석을 통한 분석 기술과 기업 인사들과의 인터뷰는 박사 논문 자료로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게이오대 미디어 디자인 대학원(KMD)   


 

 게이오대의 미디어디자인대학원(Keio Media Design, KMD)은 디지털 콘텐츠 중 기술, 디자인, 경영, 정책 등 4가지 분야를 통합적으로 가르친다. 이곳에서 진행 중인 ‘디지털 키즈 프로젝트(Digital Kids Project)’는 교육, 예술, 미디어, 경영 등의 다양한 학문 간 융합을 바탕으로 기존 학교 교육 방식과는 차별화된 교육을 실현한다.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 카타야마 유스케(KMD 석사과정)씨는 “기업은 이 프로젝트의 기획 단계부터 이벤트 참가까지 전 과정에 참여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며 “디지털 키즈 프로젝트는 디지털 세대 아이들의 창조력, 표현력을 길러주기 위한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일본 최대 교육기업 ‘베넷세’와의 연계를 통해 워크샵을 추진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비영리조직, 예술가, 초등학교, 지방자치단체, 미술관 및 박물관 등과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기획된 프로그램은 실제로 일본 초등학생들을 참여시켜 학내외 곳곳에서 시장 조사, 대상 실제 체험 등의 다양한 활동을 거쳐 결과물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카타야마씨는 “디자인, 기술 분야에서 실력이 뛰어난 KMD 학생들과 프로젝트의 예산을 지원하는 기업이 만나 아이들에게 질 높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며 “애니메이션, 음악, 조형, 연극, 영상, 국제 교류 등 다양한 컨텐츠를 담은 워크숍 진행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학생의 개인적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석주(KMD 석사과정)씨는 “게이오 대학의 산학 협력을 중시하는 학풍이 점점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공계의 산학협력 이외에 다양한 분야가 융합된 산학협력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momonay@ewhain.net  이한나 기자 hjnh87@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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