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 영어강의 ‘Communicative English Grammar’를 수강했던 임모씨는 이 강의에 아쉬움이 남았다.  임씨는 “좋은 성적을 받았지만, 문법을 영어로 배우는 것은 비효율적이었다”며 “익숙한 한국어 문법 용어 대신 영어 문법 용어로 강의가 진행돼 쉬운 내용도 더 어렵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본교에 영어강의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학생들은 영어강의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영어강의 확대에 발맞춘 영어강의를 위한 학습 지원프로그램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본교의 국제화 비전인 ‘이니셔티브 이화’의 일환으로 2007학년도 이후 입학생은 졸업을 위해 영어강의 4과목(예체능계열 학생은 2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영어강의 개수도 꾸준히 늘어왔다. 본지가 ‘인트라넷→교과→영어강의교과목조회’를 통해 조사한 결과 영어강의 개수는 2006년 170개, 2007년 373개, 2008년 412개, 올해 412개로 3년 동안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영어 강의, 깊이 있는 이해 어렵다
학생들은 영어강의의 경우 강의내용을 깊이있게 이해하기 힘들고 수업참여도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분자생물학I’(04)을 듣고 싶었던 백희원(분생·08)씨는 우리말로 진행되는 분반을 택했다. 백씨는 “꼭 수강하고 싶은 강의였지만 우리말로 들어도 이해가 어려운 강의를 영어로 듣자니 막막했다”고 했다.

ㄱ(영문·08)씨도 듣고 싶던 강의가 영어강의로 개설돼 수강을 포기했다. 유씨는  “어떤 교수님의 영문학 강의를 꼭 듣고 싶었는데, 이번 학기에 개설된 강의가 영어강의였다”며 “문학 과목의 경우 한국말로 수업해도 자유로운 토론이 어려운데, 영어강의는 교수님과 학생 간 충분한 분석과 소통이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홍민희(영문·08)씨는 “영어강의에서는 질문과 답변, 발표를 모두 영어로 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말 강의에 비해 자유롭게 주장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백희원씨는 “영어강의는 높은 학점을 더 쉽게 받을 수 있지만, 학문에 대한 깊은 이해가 어려워 꺼려진다”고 말했다.

본교는 영어강의를 장려하기 위해 영어강의에는 우리말 강의의 성적 제한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교수학습센터가 2006년 영어강의 수강생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영어강의 수강생 의견 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42%가 영어강의 수강 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질문이나 토론의 어려움’, ‘완벽한 이해의 어려움’을 꼽았다.

박찬길 교수(영어영문학과)는 “대학의 전공강의는 깊이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며 “영어강의가 적합하지 않은 강의인데도 억지로 영어 강의를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학은 영어학원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영어 클리닉 확대 및 영어 지원프로그램 필요
학생들과 교수들은 원활한 영어강의 수강을 위해 영어클리닉과 같은 지원 프로그램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양영어실은 2001년부터 학부 및 대학원생의 영어 작문을 돕는 영어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교양영어실측에 따르면 영어클리닉 예약률은 100%에 달한다.

유씨는 “과제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교양영어실 영어클리닉을 이용하고 싶어도 예약이 다 차있어 사용하지 못했을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홍민희씨 역시 “영어클리닉 이용자에 비해 프로그램 규모가 작은 것 같다”고 말했다. 2006년 교수학습센터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9%가 영어클리닉 확대를 요구했다.

장한업 교수(불어불문학과)는 “영어클리닉 센터의 확대 운영이 중요하다”며 “카운셀러는 글쓰기뿐 아니라 말하기 등 여러 영역에서 학생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교양영어실은 ‘멀티미디어 어학학습실’, ‘영어라운지’와 교양영어수업 수강을 돕는 ‘English Lounge Tutorial’과 ‘Tutorial Service’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영어클리닉을 제외한 이같은 튜토리얼 프로그램은 기본영어와 대학영어 등 교양영어 강의 수강생을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교양영어실 박소현 조교는 “규모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며 “영작문뿐 아니라 말하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영어라운지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전공영어 기초 다루는 특강 제공
타대는 다양한 영어강의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한 학기 두 차례의 학습능력향상 워크샵을 통해 영어강의 수강을 돕는 한편, 튜터링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는 영어로 개설된 전공과목의 학습을 돕기 위해 지난학기 우수 수강생이 튜터가 되고 현재 수강중인 학생 3∼4명이 튜티가 되어 진행되는 동료학습 프로그램이다. 현재 자연과학부, 공과대학, 정보통신공학부에서 5개 과목 튜터링 그룹이 활동 중이다.

성균관대는 또 영어강의 수강과 전문 영어를 위한 특강을 제공하고 있다. 특강은 선착순 4개 학부 또는 학과를 대상으로 일반적인 내용을 다루는 세션1과 전공영어의 기초를 다루는 세션2로 나눠 진행되며 이번 학기에는 공과대학, 정보통신공학부, 행정학과, 철학과가 신청했다.

성균관대 대학교육개발센터 김단 연구원은 “이 프로그램 외에도 교무팀에서 별도로 해당 과목 조교가 진행하는 영어강의 보충수업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충수업반은 기초자연과학계열의 영어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보충수업은 일주일 간의 영어 강의 내용을 튜터가 우리말로 요약, 정리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수업을 녹화해 온라인 교육시스템인 I-Campus에 게시해 학생들이 언제든지 복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매 학기 초 공지를 통해 학생들의 자유로운 신청을 받고 있다.

서강대는 영어강의 수강을 돕는 특강을 열고, 영어강의를 통해 좋은 성과를 얻은 선배들이 노하우를 전수하는 사례발표회를 진행했다. 또 11월 중에는 영어강의 진행과 수강에 대한 어려운 점을 나누고 방법을 논의하는 교수와 학생간의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전수민 객원기자 angelbears@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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