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이 부족해 음악공연 동아리들이 공연할 장소를 찾아 헤매고 있다. ECC가 들어서면서 삼성홀, ECC극장(닥터로빈 앞) 등이 생겼지만 동아리인들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사용신청 가능한 교내 행사 공간…대관료 비싸고 환경 열악해
클래식기타동아리 예율회 김현지 전 회장은 7월 초 여름정기공연을 위한 교내 공간을 물색했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학생문화관(학문관) 소극장, 생활환경관(생활관) 소극장은 연주단원 약30명을 수용하기에 무대가 작고 관객석 수가 부족했다. 예율회는 결국 이화·삼성교육문화관 메인홀을 대관해 8월 정기공연을 열었다. 대관료를 50% 할인받았지만 별도로 외부조명업체에 조명설치비를 지불해야 했다.

2008년 3월 ECC 건축팀 김정윤 직원은 본지를 통해 “정기공연 등 동아리들의 큰 행사가 있을 경우 ECC 안에 있는 공연무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동아리가 ECC 내 공간을 사용하려면 대관료를 지불해야 한다. 공연문화연구센터에 의하면 학생들은 이삼봉홀, ECC 극장을 관리비 40만원을 내면 이용할 수 있다.(12시간 기준, 오전9시∼오후9시) 삼성홀 대관료는 4시간 기준 180만원이다.

인트라넷으로 사용신청이 가능한 교내 행사 공간은 학문관 소극장, 생활관 소극장, 국제교육관 LG컨벤션홀 등 약8개다. 실로암 만돌린 오케스트라 김아랑 회장은 “인트라넷으로 대관 가능한 곳들은 객석 규모나 무대가 작고 음향시설이 열악해 공연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강당, 음대홀…무료 대관 가능하지만 동아리 공연에 부적합해
음향, 조명시설이 설치돼있으면서 학생에게 대관료가 무료인 공간은 대강당과 음악대학(음대) 내 김영의홀, 리사이틀홀이다. 대강당은 입학식, 채플 등 교내 주요 행사가 목적이지만 오케스트라 에세이오스, 이화합창단 이화코러스 등 일부 동아리들이 30년 넘게 정기공연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음악공연 동아리들은 대강당의 2천900관객석 규모가 부담스러운 상태다. 중앙노래패 한소리(HANSORI) 박수빈 회장은 “대강당은 일반적인 밴드 공연에는 어울리지 않는 장소”라고 말했다.

음대는 단과대학 주요행사, 정기연주회, 강의 등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생에게 홀을 대여해주지만 학기 중에는 동아리 대관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음대 관계자는 “김영의홀, 리사이틀홀은 단대 행사만을 감당하기에도 벅차다”며 “리사이틀홀은 하루 평균 3개 행사 일정이 잡혀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로암 만돌린 오케스트라 김아랑 회장은 “음대 홀은 현실적으로 방학 중에나 예약이 가능한데 방학 중에는 동아리 공연의 관객 유치가 힘들다”고 말했다. 

△락밴드들 교외로 발길 돌려
공연에 앰프(Amplifier·전자파의 진폭을 증가시켜 전자악기에 꼭 필요한 장치)와 드럼 등을 갖춰야하는 밴드들은 교내 공연을 포기하고 교외에서 공연하고 있다.

락밴드 릴리즈(ReleAse)는 매년 5월, 11월 홍익대 부근의 라이브클럽을 빌려 정기공연을 연다. 대관료 80∼90만원을 지불해야하지만 음향기기와 조명이 설치돼있어 교내 공연보다 돈이 덜 들기 때문이다. 릴리즈 박문영 회장은 “교내 공연장은 음향기기, 조명 설치비를 지불해야하므로 사실상 외부시설 대관보다 비싸다”고 말했다.

중앙노래패 한소리도 매년 봄, 가을 홍익대 부근의 클럽에서 정기공연을 열고 있다. 한소리 박수빈 회장은 “학문관 소극장이 그나마 공연에 적당한 곳이지만 대부분 예약이 차 있는 상태”라며 “대동제 때 학문관 앞 간이무대에서 작은 공연을 여는 것이 교내공연의 전부”라고 말했다. 한소리 박 회장은 또 “교외공연은 관객 유치가 어렵고 무거운 악기를 옮겨야 한다는 점에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ECC 삼성홀에는 전문음향기기와 공연용 조명이 구비돼있다. 본교 공연문화연구센터 대관 담당자는 “삼성홀 공연은 무대조명디자이너 등 기기를 다룰 전문인력을 섭외해야만 가능하다”며 “섭외비 등 추가비용이 들어 학생들이 사용하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서강대, 성균관대…공연전문홀 대관료 저렴, 학생 전용 행사장 있어
타대는 대관료가 없거나 저렴하다. 서강대는 공연전문시설 ‘메리홀’을 재학생과 외부단체에게 대관해주고 있다.

서강대는 재학생들에게 매 학기가 시작되기 4주 전 메리홀 정기대관을 공고한다. 선발된 학생단체는 평일 오전10시∼오후6시 무료로 메리홀을 이용할 수 있다. 평일 오후6시 이후 시간당 1만2천원, 주말 및 공휴일에 시간당 1만4천원을 내면 추가 이용이 가능하다. 반면 외부단체는  대관료 50∼200만원을 내야한다.

서강대 중앙락밴드 킨젝스는 30여년째 메리홀에서 매년 정기공연을 열고 있다. 킨젝스 석희준 회장은 “음향기기, 조명 등은 별도로 설치해야하지만, 대관료가 저렴하고 관객 유치가 수월한 것이 메리홀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학생회관 공간 대관을 동아리연합회(동연)가 주관한다. 성균관대 동연은 매월 1일, 16일 보름간격으로 학생회관 4층 학생행사장 대관신청을 온라인으로 선착순 접수한다. 대관료는 무료다.

성균관대 락밴드 라온제나 김성식씨는 “학생행사장의 규모와 무대 구성이 밴드 공연에 적합하다”며 “접수방식이 선착순이므로 대관 단체 선정이 공평하게 이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아란 기자 sessky@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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