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는 늘 등산과 같아요. ‘문제’라는 산은 넘어도 넘어도 끝이 없죠. 이제는 ‘문제 산’ 정복이 생활입니다.”

D형 아미노산 합성 분야에 새로운 기술을 특허 출원해 (주)아미노룩스와 함께 기술의 산업화를 준비 중인 김관묵 교수(화학·나노 과학과)를 만났다.

“아미노산은 L형과 D형으로 구별할 수 있는데, 이들은 서로 광학이성질체(*) 즉, 거울쌍 이성질체 관계에 있어 이루는 원자는 같지만 구조가 달라 생체 내에서 판이하게 다른 성질을 나타냅니다.”

자연계의 모든 아미노산은 L형으로 돼 있어 의약품에 필요한 D형 아미노산 합성은 어려웠다.   
이로 인해 기업, 학계는 쉽게 D형 아미노산을 합성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해왔으나, 만족할만한 기술은 개발되지 않은 상태였다. “의약품에서 L형과 D형 아미노산을 구별해 사용하는 것은 중요하다”는 그는 “인간은 60년대 임산부들이 광학이성질체를 구별하지 않은 약을 복용해 1만여명의 기형아를 출산하게 된 탈리도마이드 사건에서 아미노산 구별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말했다.

2003년 KIST에서 테니스공처럼 생긴 무기화합물을 연구하던 김 교수는 연구 도구로 쓰던 물질에 주목했다. “테니스공이라 부르는 화합물의 거울쌍 이성질체를 연구하기 위해 어떤 물질을 만들었는데, 이것을 통해 ‘D형 아미노산을 손쉽게 합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연구를 시작했죠.”
3년 간의 연구 끝에 D형 아미노산을 손쉽게 합성할 수 있는 ‘아카(ARCA)’라는 화합물을 개발한 김 교수는 2007년 미국, 일본, 유럽, 한국에서 특허 등록을 마쳤다.

그러나 ‘아카’의 사업성을 검토한 많은 기업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당시 ‘아카’를 이용한 D형 아미노산 합성반응은 반응 시간만 24∼48시간이 걸렸다.
또 반응 후 ‘아카’와 D형 아미노산을 다시 구별해내야 하기 때문에 ‘아카’ 1킬로그램으로 열흘간 약 1킬로그램의 D형 아미노산만 생산 할 수 있었다. “산업화를 하기 위해서는 ‘아카’가 쉽게 합성되고, 재사용이 가능해야 했어요. 또 ‘아카’로 D형 아미노산을 만드는 반응이 쉽고 빨라야 하는데, 2007년 기술로는 실현이 어려웠죠.”

이후 2년간의 연구 끝에 김 교수는 산업화가 가능한 ‘셔틀 공정’을 개발했다. ‘셔틀 공정’은 시간이 걸렸던 ‘아카’와 D형 아미노산을 구별하는 과정을 없앴다. “아미노산이 담긴 물의 산성도를 조절해 저절로 ‘아카’와 D형 아미노산이 분리되게 했지요.” 이 기술은 ‘아카’와 D형 아미노산이 물 사이에서 움직이는 것을 이용 했기 때문에 ‘셔틀 공정’이라고 부른다.

‘셔틀공정’으로 인해 D형 아미노산 제조 시간이 단축되고 ‘아카’를 장기간 손실없이 무한 반복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돼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또한, 이 공정은 이전의 기술보다 다양한 아미노산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 김 교수는 이 ‘셔틀 공정’ 특허를 올해 3월 미국, 일본, 유럽 등에 출원한 상태다.
현재 김 교수는 아카의 생산 규모를 늘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아카’의 생산규모를 수백킬로그램으로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는 현재 아미노룩스와 함께 ‘셔틀 공정’을 산업화하는 막바지 단계를 진행 중이다. “하루에 ‘아카’ 1킬로그램으로 D형 아미노산 2킬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김 교수는 목표 달성을 위해 지금도 연구에 집중한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회상해 보면 누가 다시 하라고 해도 못할 것 같아요. 7년간의 연구 성과가 헛되지 않도록 더욱더 노력할 겁니다.”

* 이성질체 : 데칼코마니의 원리와 같이 구성원자는 같으면서 구조가 서로 다른 화합물을 말한다.

정이슬 기자 iseul1114@ewhain.net
사진: 안은나 기자 insatiable@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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