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망원경을 실은 ‘소유즈­2호’가 발사되는 장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격스러웠죠.”

‘소유즈­2호’에 실린 추적 망원경이 9월18일(금) 러시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됐다. 추적망원경(MTEL; MEMS Telescope for Extreme Lightning)은 초미세 거울을 장착해 예기치 못한 지점에서 발생하는 섬광과 시야 안에서 움직이는 모든 방향의 광원, 물체를 추적 기록하는 망원경이다. 추적망원경을 개발한 박일흥 교수(물리학과)를 4일(수)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발사 때의 빛은 제가 본 빛 중에서 가장 밝았어요. 러시아 우주청 부국장이 발사 후 제게 다가와 ‘Your baby in space’라고 제게 했던 말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2006년부터 추적망원경 개발에 착수한 박 교수는 ‘아르키메데스의 거울’에서 망원경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로마가 그리스에 쳐들어 올 때, 아르키메데스가 군인들에게 거울을 이용해 태양빛을 반사시키는 방법을 알려줘 로마군 함대를 불태우죠. 이것이 ‘아르키메데스의 거울’입니다.”

그가 개발한 추적망원경의 구조는 ‘아르키메데스의 거울’과 비슷하다. “거울을 반도체로 된 초미세 거울에, 거울을 들고 있던 군인을 전자칩에, 반사된 태양빛은 관측 대상에, 로마 범선은 빛을 인식하는 광센서에 비유할 수 있어요. 관측하고자 하는 대상의 위치에 맞게 전자칩이 움직여 관측대상이 초미세 거울에 반사돼 광센서가 관측 대상을 인식하는 원리죠.”

보통의 망원경은 멀리 있는 것을 확대해 보기 때문에 시야가 좁다. 그러나 우주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넓은 공간에서 무작위로 빨리 일어나, 보통의 망원경으로 이것을 관측하기 힘들었다. 박 교수가 개발한 추적망원경은 광시야 감시, 초고속 확대, 추적 기능을 갖췄다. “반도체 기술을 이용해 머리카락보다 작은 초미세 거울들을 모아 구경을 3mm로 만들었어요. 추적망원경은 넓은 시야를 관측하고 있다가 측정대상이 나타나면 좁은 시야로 상세하게 관측을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망원경 개발 과정에서 국내 30개의 특허를 출원해 등록을 마쳤으며, 이중 10여건은 국외 특허 출원 중이다.

박 교수가 처음 추적망원경 아이디어를 제안해 계획을 발표했을 때, 학계에서는  부정적이었다. “연구원들의 땀과 학생들의 눈물이 있었기에 2년만에 세계 최초 극소형 우주망원경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극소형 추적망원경 개발은 박 교수에게 시작에 불과하다. 그는 앞으로 ‘극한 에너지 우주선’의 존재의 이유를 밝히려 한다. “‘극한 에너지 우주선’은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지는 입자인데, 아직 이에 대한 기원은 현대 우주론에서 최대 미스터리로 남아있있는 상태입니다.”

‘극한 에너지 우주선’은 대기와 부딪혀 약한 빛을 내기 때문에 관측하기 위해서 망원경 구경이 매우 커야 한다. 구경을 크게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극한 에너지 우주선’을 만들기 위해 9년의 단계별 전략을 세웠습니다. 1단계는  구경 3mm 극소형 추적망원경, 2단계는 중형 구경 20~30cm 추적망원경, 3단계는 구경 1m  대형 추적망원경을 개발하는 것이지요.” 

“1년 365일, MEMS 우주망원경 창의연구단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박 교수는 현재 2단계 계획에 착수 중이다. 40억원이 들어갈 예정인 이번 계획은 본교의 주도하에 버클리 대학, 모스코바 대학, 대만 국립대가 참여한다. “한국이 천체우주 연구를 주도하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가 우주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를 만들고 싶습니다.” 

정이슬 기자 iseul1114@ewhain.net
사진: 안은나 기자 insatiable@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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